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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이니까 괜찮다? 에반게리온 20주년 스마트폰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에반게리온이 20살이 되었다. 풋풋한 시절을 함께하던 레이짱은 내가 이리 늙어버린 지금까지 뽀얀 피부를 간직하고 있다. 스무살 에반게리온은 성인식 대신 기념품 잔치를 시작했고 그 기념품 중에 스마트폰도 포함됐다. 에반게리온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스마트폰이긴 한데, 딱히 좋진 않다. 아니 별로다. 그리고 겁나 비싸다. 에반게리온이니 괜찮을, 아니 괜찮다.

세븐일레븐에서 판매된다. 편의점에서 물건 사고 100만 원 가까운 금액을 결제해보는 일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별거 아닌 스마트폰에 그럴싸한 만화 몇 장 그려놓고 100만 원이란다. 깔끔하고 멋진 애플 스토어도 아니고, 라비도 아니도 비쿠카메라도 아니다. 동네 편의점이다. 가격은 7만8천엔, 세금을 포함하면 8만4천240엔이다. 놀랍지 않은가? 아, 물론 에반게리온이라 괜찮다.

이게 얼마나 별로냐면, 같은 동네 소니가 4K 스마트폰을 만들고도 철수를 고민하는 상황에 HD 수준의 적당한 액정 한 장을 당당히 얹어놨다. 1,310만 화소 후면 카메라와 210만 화소 전면 카메라를 달아놨다. 딱히 특별한 기능은 없다. 그냥 달려 있다. 게다가 스냅드래곤 400을 얹었다. 언제 들어봤는 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램은 2GB, 저장공간은 16GB 단일모델이다. 와이파이는 5GHz 와이파이를 잡지 못하고 크기도 두께도 그냥 평범한 수준이다. 그러니까 아이폰6S, 갤럭시노트5 값을 주고 2년 전 스펙을 구입하는 꼴이다. 기억이 잘 안 나는데, LG G패드가 비슷한 수준이었을 것이다. 물론 사지 말란 이야기는 아니다. 에반게리온이니 괜찮다.

사실 이 똘기 충만한 나라에서 에반게리온 스마트폰을 내놓는 것은 그다지 특별할 일은 아니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니까. 우리가 재밌게 봐야 할 점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스마트폰을 최고급 스마트폰 수준의 가격으로 내놓고도 만인이 목 빠지게 기다리게 만드는 능력이다.

에반게리온 20주년 기념 스마트폰은 매일 한 장씩 새로운 배경화면을 제공한다. 기존에 들어있는 12종류 배경화면에 매일 한 장씩 353일을 제공한다. 도합 365개. 1년분의 새로운 배경화면을 제공한다는 이야기다. 직접 인터넷을 뒤져 만들면 되는 문제지만, 에반게리온의 팬에게 공식적으로 배포되는 한정 배경화면은 무엇보다 특별한 서비스다. 한 마디로 대접받는 기분이란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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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녀석 안에는 레이짱과 아스카짱, 미사도짱 등 다양한 등장인물의 목소리와 효과음이 들어있는데, 초기 제품에는 34종류, 전용 앱의 이벤트를 통해 특정 조건을 클리어하면 최대 21개의 숨겨진 효과음의 잠금이 해제된다. 이용자는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오랫동안 새로움을 찾을 수 있고, 마치 게임의 미션을 풀어내는 과정을 거치며 소소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한 마디로 팬을 위한 게 무엇인지 정확히 보여주는 제품이라 하겠다. 쓸데없이 고가 프리미엄 정책으로 외관만 그럴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팬을 위한 콘텐츠를 소소하게나마 챙겨놨다는 점이 가장 눈여겨볼 점이다.

만화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며 불살라 버리던 시절이 엊그제다. 지금도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만화책을 펼친 어른이 괴상하게 보이는 한국이다. 이딴 물건에 열광하고 그런 열광을 꼬득여 돈을 버는 일본의 문화가 저급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20년을 우려먹는 콘텐츠의 힘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을 것이다.

에반게리온 스마트폰(SH-M02-EVA20)은 11월 2일부터 11월 30일까지 5천대 한정으로 판매되며, 물건은 송년회가 열리기 시작하면 집으로 도착할 예정이다. 2차 판매는 11월 2일부터 12월 31일까지 쭉~ 판매되고 물량도 25,000대로 다소 여유가 있지만, 내년 4월, 꽃 피는 봄이 찾아올때쯤 보내준다고 한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신용카드 결제는 가능하지만, 할부는 안 받는단다. 현금! 아니면 일시불이다. 이 얼마나 당당한 패기인가. 삼성과 LG는 우뢰매폰, 머털도사폰, 태권V폰이라도 내놓으라!

Shougo.KIM
글쓴이 | SHOUGO(Sang Oh Kim)

일본에 살았습니다. 일본을 좋아합니다. 오타쿠 아닙니다.
IT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IT를 좋아합니다. 오타쿠 아닙니다.
shougo.kim@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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