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써보니! > LG 롤리키보드2, “전작은 예고편이었다”

LG 롤리키보드2, “전작은 예고편이었다”

지난 해 IFA 2015에서 공개한 LG 전자의 롤리키보드는 블루투스 키보드의 상식을 파괴한 신선한 충격이었다. 가로로 절반, 또는 절반의 절반을 접는 접이식 블루투스 키보드가 전혀 없던 것도 아니고 고무 재질로 된 두루마리 키보드가 없던 것도 아니지만, 플라스틱을 둘둘 말아 막대처럼 내놓은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런 시도가 먹혔다는 점이다. 종전과 다른 색다른 해석 덕분에 롤리키보드는 자기의 정체성을 구축했고, 출시를 기대케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쉬운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속속 들려왔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그럴 싸한 예고편을 본 뒤 본편을 봤을 때 기대보다 덜한 느낌일 때 나오는 아쉬움들이었다. 무엇보다 작은 공간에 많은 키를 담기 위해 키배열을 희생할 수밖에 없던 게 가장 뼈아팠다. 방향키의 배열이 일반 키보드와 다른 배열로 이뤄진 점도 많이 지적된 것 중 하나다. 좌우 버튼과 상하 버튼이 떨어진 형태로 배치하다보니 불편이 따랐다. 더구나 숫자키를 입력할 때조차 Fn 키를 조합해해야 하는 점도 그랬다. 실제 블루투스 키보드를 통한 이용자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할 순 없으나 세벌식 자판은 아예 이용할 수 없는 것까지 줄줄이 지적 사항에 올랐다.

그런데 LG는 이런 반응을 이미 알고 있기라도 했던 모양이다. 마치 앞서 개봉한 영화는 맛보기에 불과했다며 곧바로 진짜 본편을 준비한 모양새다. 5각형으로 돌돌 말리는 롤리키보드2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 롤리키보드2는 오각기둥 형태를 채택했다.

롤리키보드2는 일반적인 전자 제품에서 볼 수 없는 모양새다. 5열 키보드를 말리는 방식으로 처리하기 위해 LG전자는 오각기둥 형태를 채택했다. 때문에 롤리키보드2도 전작처럼 돌돌 말아서 접는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이번엔 5열 키보드로 나온 것이다.

이 오각 기둥 키보드가 가방 속에 잘 들어갈 수 있을 지 제품이 출시됐을 때부터 가졌던 의문이다. 보통 이런 막대 키보드뿐 아니라 길죽한 물체를 가방 안에 눕혀 넣으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이내 이 막대기 같은 제품은 가로로 넣기보다는 세로로 빈 곳에 꽂아넣는 방식으로 들고 다니는 게 편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가방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불평할 문제가 아니라 생각을 바꿔야 할 문제라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휴대성이 좋다고 말하기엔 묘하게 아쉽다. 넣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274 x 31.7 x 30.7mm라는 크기는 어디든 쉽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은근히 가방을 가린다. 길이가 길다는 점이 아쉽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세로로 끼워 넣는 것도 가방의 크기가 세로로 들어갈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다.

↑ @도 자세히 보면 오각형 모양이다.

아마 전작을 써봤다면 키보드를 펼치는 것부터 불편했다는 점이 떠오를 것이다. 키보드를 펼치려고 접착 부위를 세심하게 손가락으로 훑었던 일을 말이다. 롤리키보드2는 그 같은 볼썽사나운 짓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접힌 상태의 키보드를 쉽게 열 수 있도록 오픈 탭(Open tab)을 추가해서다. 오픈 탭은 별 것은 없다. R@lly Keyboard라고 써 있는 꼬리표 같은 작은 천을 잡아서 들어 올리면 키보드가 펼쳐진다. 오픈 탭에 LG전자 마크가 없는 이른바 ‘쿨’하고 편한 제품을 드디어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드러난 겉면을 손으로 쓸어보면 미묘한 무늬가 느껴진다. 덕분에 손에 쥐는 맛이 좋아졌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롤리키보드2를 쓸 때 키보드가 밀리는 걸 조금이나마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키배열의 변화와 함께 크기가 소폭 커졌다. 커진 크기도 키보드가 밀리지 않도록 돕는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전작보다 조금 나아졌다 정도지 아직 만족할만한 정도는 아니다.

↑ 5열 키보드로 편의성을 더했다.

5열 키보드의 채택과 함께 키배열도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별도의 숫자키가 생겨 Fn 키와 시프트(Shift)키의 조합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던 방향키가 친숙한 형태로 돌아왔다. 대신 크기가 1cm 남짓 커졌지만, 편의성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애교로 눈감아줄 수 있을 것이다.

↑ 폭이 줄어든 내부 거치대

↑ 스마트폰도 쉽게 세로로 세울 수 있다.

롤리키보드2도 전작처럼 장치를 세울 수 있는 거치대가 있다. 롤리키보드2에 내장된 거치대를 꺼내보니 거치대의 좌우 폭이 좁혀진 게 보인다. 이는 기기를 세로로 세우기 편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많은 기기가 가로모드를 지원하지만, 편의성 때문에 세로모드를 고집하는 이용자도 많다. 또한, 일부 애플리케이션은 가로모드를 지원하지 않을 때도 잦아 롤리키보드1을 쓰면서 세로로 기기를 거치하기는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롤리키보드2에선 기기를 세로로 세울 수 있도록 거치대의 폭이 줄어들었다.

↑ 결국 아이패드는 별도 스탠드를 이용해 세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아이패드 미니를 세로로 세우고 글씨를 입력하다가 몇 번 미니가 뒤로 넘어졌다.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린 탓이다. 여기서 얻은 것은 스마트폰만 세로로 세워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교훈이다. 그나마도 두꺼운 케이스를 끼우면 세우기도 쉽지 않다. 더 고급스러운 기능을 원하는 것은 무리일까?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기에는 조금 아쉽다.

키보드를 펼치면 저절로 전원이 켜진다. 전원 버튼을 켜지 않아도 되는 점은 좋다. 3대까지 멀티페어링으로 연결할 수 있는데, 블루투스 버튼을 조금 길게 누르는 것만으로도 다른 기기와 연결해 쓸 수 있다. 기기와 첫 페어링을 위해 버튼을 누르는 시간과 기기를 전환하는 시간이 살짝 애매하지만, 이건 익숙해지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 특성상 평평한 곳에서밖에 쓸 수 없다.

어쨌거나 무엇보다 키보드의 생명력은 키보드를 누르는 느낌이다. 롤리키보드2는 블루투스 키보드의 형태를 고려하면 분명 나쁘지 않은 키감이다. 키보드 자체가 얇아 깊이 누르는 느낌이 부족하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는데, 어쨌거나 그런 예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롤리키보드2를 쓰다 보면 생각보다 괜찮게 느껴진다.

↑ 휴대성 때문에 낮아진 키 높이.

그러나 휴대용 블루투스 키보드 제품군 전체로 넓혀 보면 그래도 다소 답답한 편이다. 키보드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제대로 눌렸는지 느낌이 분명하지 않아 글을 쓰는 도중에 글자를 몇 개 놓치고 입력하는 일이 잦았다. 롤리키보드1과 비슷한 키감이지만, 키를 누를 때 소리가 줄어든 대신 조금 답답해진 것이다. 이른바 ‘쫀득함’이 줄어든 느낌이랄까? 키를 누르는 느낌은 개인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이전 세대보다는 오히려 아쉬워진 부분이다. 오랜 시간 글을 입력할 때 손가락이 피로해지기 쉬워 보인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이용해 얼마나 긴 글을 입력할 일이 있겠나 싶겠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어떤 일이 생길지 어찌 알겠나.

↑ 이러니저러니 해도 휴대성은 롤리키보드2의 큰 강점이다.

롤리키보드2는 전작의 단점을 거의 완벽하게 보완해 낸, 전작보다 나은 속편이다. 아니, 어쩌면 이게 본편에 더 가깝다. 지금까지 등장한 기기 중에 단점을 이렇게 절묘하게 보완한 기기가 또 있나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지만, 한편으로는 전작의 지적이 없었으면 나오지 않았을 제품이기도 하다. 배터리를 포함한 무게가 고작 161g밖에 되지 않고, 막대 같은 형태라 휴대하기 편한 점 등 높은 휴대성은 롤리키보드2의 가장 큰 장점이다. 장소를 옮기며 글 입력이 잦은 사람이라면, 롤리키보드2는 분명 훌륭한 선택지가 되어줄 것이다. 다만, 블루투스 키보드의 한계를 명확하게 알고 있을 때 롤리키보드2의 장점도 더 크게 보이지 않을까?

원문 : Reinia.net

Byoungho Park
글쓴이 | 박병호(Byoungho Park)

친절하고 싶은 기사&리뷰요정. 가끔씩 찾아옵니다.
bh@techg.kr
You may also like
전자식 마스크 LG 퓨리케어 마스크 국내 출시
LG전자가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50 외장 그래픽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노트북 LG 그램 16을 공개했습니다.
16대 18 화면비의 LG 듀얼업 모니터 공개
17.3인치 LG 울트라기어 게이밍 노트북 공개

Leave a Reply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