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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텍스2016] 등에 메는 백팩 PC, 가상 현실이 낳은 신풍속도

vrpc_700[대만 타이페이=최필식 기자] “선을 없애는 것도 앞으로 가상 현실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컴퓨텍스 타이페이 개막 하루 전인 지난 30일, 세계 각국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상 현실에서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점 가운데 복잡한 선에 대한 문제를 언급했다. PC 기반의 가상 현실은 확실히 한 차원 높은 그래픽의 가상 현실을 경험케 하지만, 대규모 물리 엔진과 화려한 그래픽을 처리하기 위한 강력한 PC와 HMD 사이의 케이블은 가상 현실의 이용 경험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에 반드시 개선해야 하는 요소로 지적했다.

그런데 의외의 방법을 동원해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제품들이 컴퓨텍스 2016에 등장했다. PC 기반 가상 현실에 필요한 강력한 성능을 갖고 있는 모든 부품을 책상 위나 아래에 두는 일반적인 PC 케이스에 넣는 것이 아니라 등에 매는 가방 같은 백팩 PC가 이번 컴퓨텍스 2016에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세 업체의 백팩 PC가 동시에 공개된 것은 이번 컴퓨텍스가 처음인데, 그야말로 가상 현실로 인한 PC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 새로운 풍속도를 그려낸 것이어서 흥미롭다. 이번 컴퓨텍스에 등장한 세 가지 백팩 PC를 소개한다.

MSI의 백팩 PC

MSI는 이번 컴퓨텍스에서 가상 현실에 가장 적극적인 PC 제조사로 변신을 선언한 듯하다. MSI 부스는 거의 절반 이상이 가상 현실과 관련된 PC로 채워 놓았고, 가상 현실에 최적화된 모바일 제품까지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백팩 PC. MSI 백팩 PC는 등에 메는 딱딱한 가방처럼 생겼지만, PC용 가상 현실에 알맞은 성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

vrpc_msi_4MSI 백팩 PC는 모바일이 아닌 데스크톱용 6세대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GTX 980 GPU 등을 넣어 가상 현실 컨텐츠를 실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뿐더러 내장한 배터리로 최대 90분 동안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고 게임이나 가상 현실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 데스크톱용 부품과 배터리를 넣었기 때문에 백팩의 무게가 무려 5kg에 달하지만, 전원선의 연결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편하다.

vrpc_msi_3 vrpc_msi_1MSI는 이 백팩의 그래픽 카드를 GTX 980 대신 GTX 1080으로 바꿀 계획을 갖고 있지만, 이번 컴퓨텍스에는 종전에 설계한 제품을 그대로 갖고 나왔다. 이 제품은 HTC 바이브를 이용하기 위한 소켓과 4개의 USB 단자, 멀티 사운드 출력 단자등을 갖췄다. 또한 백팩 옆에 LED를 넣어 멋을 더하기도 했는데, 값은 미정이다.

조텍 ZBOX 백팩 PC

조텍은 컴퓨텍스 개막 한달 전쯤 백팩 PC와 관련된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흘러나왔다. 당시 조텍의 백팩 PC는 미니 게이밍 PC를 통째로 등에 매는 가방에 넣어 어디에나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조텍은 바로 그 게이밍 백팩을 이번 컴퓨텍스에 들고 나왔다.

vrpc_zotac_2백팩에 들어가는 조텍 미니 PC는 매그너스 EN980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하진 않다. EN980은 매우 작고 가벼운 미니 게이밍 PC긴 하나 PC VR을 하기 위한 기본 제원만 갖춘 제품이다. 이 PC의 제원은 인텔 코어 i5-6400에 GTX980 등을 싣고 있어 일단 PC VR을 하는 데 문제는 없다.

vrpc_zotac_1조텍은 작은 게이밍 PC를 흔하게 보이는 등가방에 넣었고, 이를 구동하기 위한 배터리를 넣어 전원 케이블 없이 다룰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하지만 정확한 배터리 시간이나 앞으로 이 시스템을 어떻게 운영할지 여부에 대해선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다.

HP 오멘 X VR PC팩

HP는 컴퓨텍스를 찾지 않는 PC 제조사다. 미국에 기반을 둔 PC 제조사나 주변 장치 관련 기업들이 굳이 컴퓨텍스를 찾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로 참가하지 않고 있는데 PC VR을 기대했던 이들은 HP가 컴퓨텍스에 왔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이들도 컴퓨텍스 직전 게이밍 전문 브랜드의 백팩 PC인 오멘 X VR PC팩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HP는 컴퓨텍스에 오지 않았지만, 오멘 X는 컴퓨텍스에 잠깐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다. e21포럼의 인텔 기조 연설에서 HP의 백팩 PC인 오멘 X VR PC팩이 깜짝 등장했기 때문이다.

vrpc_hp_1오멘 X VR PC팩은 MSI와 조텍 백팩 PC보다 훨씬 크기가 작다. 무게는 4.5kg으로 MSI 백팩 PC보다 500g 더 가볍고 몸에 착 들러붙는 작은 크기다. 6세대 인텔 코어 i5와 i7 프로세서를 채택했고, 32GB의 램, M.2 SSD 등을 갖춘 것까지는 알려진 사실이나 그래픽 카드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하지만 PC VR을 위해선 엔비디아 GTX 980이나 AMD 라데온 R290 이상이 필요한데, AMD 라데온을 채택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vrpc_hp_3 vrpc_hp_4오멘 X VR PC팩은 일반적인 데스크톱과 같은 확장성을 완전히 배제한 터라 USB 단자는 2개, HDMI 출력 1개, 오디오 출력 단자 1개가 전부다. 배터리는 내장되었으나 얼마나 작동하는 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백팩형 VR PC, 움직임 자유로운 HTC 바이브에 유리

지금까지 알려진 3가지 백팩형 VR PC가 모두 이번 컴퓨텍스에서 모습을 드러내면서 몇 가지 공통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일단 전원선을 없애기 위해 모두 배터리를 내장했다는 이다. 배터리 시간이 공개된 것은 MSI 하나뿐이지만, 데스크톱 게이밍을 위해 1시간 안팎의 배터리 시간을 갖춘 제품이면 오늘날 PC VR의 특성상 아주 모자란다고 보긴 어렵다는 점이다.

vrpc_zotac_4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HTC 바이브에 훨씬 유리하다는 점이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헤드 트래킹 카메라가 있는 정면에서 많은 범위를 벗어나기 힘든 반면, 오큘러스 리프트는 두 개의 센서로 만든 영역 안에서만 움직이면 되기 때문에 오큘러스 리프트보다는 더 유리하다. 실제로 이번 컴퓨텍스에서 MSI나 조텍, 인텔 모두 오큘러스 리프트가 아니라 HTC 바이브를 기준으로 시연하거나 설명한 것도 HTC와 협업의 이유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시스템의 특성도 한몫 거들었다고 볼 수 있다.

백팩형 VR PC는 분명 대중적인 제품이 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어쩌면 PC용 가상 현실이 낳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의 한 조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케이블로 인해 움직임이 제한된 PC VR의 단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모여 의외로 빠르게 결과물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PC 유형으로 발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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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칫솔(PHILSIK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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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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