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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의 이름 값이 아까운 베오플레이 H5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부터 헤드폰 잭을 제거한다는 루머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인텔은 USB-C를 통한 음악 감상이 얼마나 좋은지 바람을 잡고있고 몇몇 제조사는 애플 보다 더 재빠르게 헤드폰 잭을 없앤 제품을 내놓고 있다. 애플의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하는 타이밍에 맞춰 새로운 난리가 일어나겠지만 이런 강압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무선 헤드폰을 추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줄에 얽힐 필요가 없이 무선으로 음악을 즐기고 통화를 할 수 있는 건 편하기 때문이다. 블루투스 기술도 계속 발전함으로서 최근 내 주변에도 다양한 블루투스 악세사리들이 추가되고 있는데 내게 유일하게 남은 과제는 운동 또는 일상 생활용 무선 이어폰을 찾는 일이다. 

20160804-_DSC6401그사이 뱅앤올릅슨이 베오플레이 브랜드로 무선 이어폰을 출시했는데 디자인이 내가 딱 원하던 그 느낌이다. 목에 뭔가 두껍고 저렴해보이는 것을 항상 하고있을 필요가 없이 이어폰 헤드와 줄로만 이루어진 제품. 배터리는 조금 짧지만(제원상 최대 5시간) 디자인과 퀄리티를 더한 내가 원하던 그 느낌. 내 기대에 부합할 수 있을지 써보기로 했다.

구성품 & 디자인

20160804-_DSC6408상자를 열어보면 뭔가 이것저것 많다. 이어팟과 충전용 USB 케이블, 고무 팁과 컴플라이 폼 팁, 줄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단추 모양 악세사리, 제품 캐링 파우치, 그리고 설명서. 제품은 기본적으로 고무 팁이 장착되어 있는데 안에 들어있는 고무와 컴플라이 폼 팁을 이리저리 사용해보고 한 30분 뒤 컴플라이 폼 팁 중간 사이즈로 결정했다. 어떤 사이즈는 너무 커서 귀에 잘 들어가지 않고 너무 작은 사이즈는 쉽게 들어가도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내 귀에 맞는 사이즈를 찾기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20160817-_DSC6807유닛은 크지만 귀에 삽입했을 때 도드라지진 않는다. 줄은 튼튼하고 무겁다. 리모트는 왼쪽 유닛에 달려있는데 대부분의 이어폰 리모트가 오른쪽에 있다는 걸 고려하면 이해가 되지않는 선택이다. 줄 길이는 적당한 편으로 동봉된 줄 길이 조절 악세사리를 써봤지만 여러 이유로 결국엔 다시 박스 안에 봉인했다.

20160804-_DSC6410충전은 유닛에 부탁된 자석 부분을 USB 케이블에 연결해서 진행한다. 덕분에 제품에 단자가 없어서 디자인은 더욱 깔끔하고 고급스럽지만 많이 사용되는 Micro USB 규격을 지원하지 않아 충전용 케이블은 필요하다면 항상 가지고 다녀야한다. 자석 부분은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 양쪽 유닛을 부착시켜 목걸이처럼 연결해 혹시나 일상 생활 중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보호한다.

베오플레이 앱 & 음질

IMG_2681 IMG_2682 IMG_2683 IMG_2684제품 리모트의 가운데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제품이 켜지고 누른 뒤 5초정도 기다리면 페어링을 시작할 수 있다. 내 아이폰과 연결한 후 가장 먼저 베오플레이 앱을 다운받아서 제품 세팅을 시작했다. 앱을 실행하면 자동으로 연결된 베오플레이 제품을 검색하고 제품 세팅이 진행되는데 이름 부분은 그렇다치고 색도 본인이 선택해야 한다.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건지 아니면 제품 색상에 대한 정보도 넣지않은 디테일 부족인지 조금 헷갈리는 부분. 하지만 이 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퀄라이져 부분. 앱을 통해 세팅하기 전의 H5 음질은 정말 거지같다. 너무 거지같아서 놀랐는데 앱 안에 들어있는 ‘Tonetouch’에서 이리저리 다양한 이퀄라이져를 선택해보고 프리셋 옵션도 탐험해본 결과 개인적으론 ‘Commute’ 프리셋이 가장 잘 맞았다. 이퀄라이져를 선택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소리가 더욱 웅장해지고 저음이나 고음 등 다양한 음역대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마 이 기기를 사용하면서 가장 중요한 기능이 아닐까 싶다.

사용

20160817-_DSC6806블루투스 이어폰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이 제품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최대한 간추려서 정리해보겠다.

  • 인이어 타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면 사용하는 편인데 H5는 사용하고 싶지않은 착용감이다. 인이어 특유의 걸음소리나 터치노이즈는 당연히(?) 들리고, 유닛 부분에 고정해주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깊에 꽂아도 단단히 고정된 느낌이 들지않아 불안하다. 일주일 넘게 운동(트레드밀, 근력 운동 등 과격하지 않은 움직임)과 일상생활을 하면서 실제로 귀에서 빠진 적은 없지만 불안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 줄이 튼튼하지만 너무 무겁다. 내가 줄 길이 조정 악세사리를 포기한 이유이기도 한데 줄 길이가 너무 무겁기 때문에 스트애칭 을 위해 눕거라 자세가 과하게 돌아가게 된다면 그에 의해 줄이 움직이게 되고 그 움직임에 유닛도 돌아가게 된다. 결국 유닛을 제자리로 위치하기 위해 계속 손을 대야 하고 반복하게 된다. 트레드밀에서 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조절 악세사리로 줄을 타이트하게 잡으면 그 타이트한 길이 때문에 유닛이 점점 목 뒷부분으로 움직여서 손으로 다시 위치를 고쳐야 한다. 이런 현상이 여러번 일어난 후 내린 결론은 줄 무게 때문에 조정 장치를 포기하고 목에 놓고 있어야 그나마 유닛이 덜 움직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줄의 무게가 못 뒷부분으로 치우치게 된다면 유닛이 돌아가는 현상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 리모트를 사용하기 힘들다. 위치상 리모트를 사용하려면 오른쪽 손을 사용하거나 왼쪽 팔을 뒤로 꺾어야 하는데 두 자세 모두 굉장히 부자연스럽다. 여기에 가장 더 큰 문제는 리모트를 사용하기 위해 손을 접촉하면 유닛이 움직일 수 있다. 결국 리모트 위치를 제대로 잡기 위해서 약 1~2초를 소비하고 그 후 왼쪽 유닛 위치를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 나중에는 음악 컨트롤은 아이폰으로만 하게 됐다.
  • 자석 부분으로 된 부분이 부착되면 기기가 자동으로 꺼진다. 하지만 이 부분이 떨어진다고 제품이 켜지진 않는다. 결국 다시 리모트 가운데 버튼을 눌러 제품을 켜야한다. 개인적으로 목걸이처럼 목에 걸고 다니다가 귀에 연결하면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길 바랬는데 이 부분에 대해 앱 상에서 옵션이 없다는 게 아쉽다. 가장 웃겼던 건 제품 업데이트를 진행할 때다. 충전 단자에 올려놓아도 제품이 꺼지기 때문에 제품을 업데이트하기 위해서 두 유닛을 벌려놓고 페어링이 된 상태로 그대로 둬야한다.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업데이트 진행 중 음악을 들으면 느려질 수 있다는 메세지에 그냥 맘 편하게 책상에 놓고 업데이트가 끝나길 기다렸다. 적어도 충전 중일 때에는 업데이트가 진행되게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정리하자면 유닛은 단단하게 고정되는 느낌이 없고 착용감은 불편하며 줄은 너무 무거워서 움직이는 위치에 따라 이어폰 유닛도 같이 움직이게 된다. 제품 리모트 또한 사용하기 상당히 불편한 위치에 있으며 제품 디자인 상 사용하면 왼쪽 유닛이 움직일 확률이 높다.

배터리

IMG_2570 제품의 또다른 문제점 중 하나다. 일 주일 넘게 사용해보는 동안 배터리를 테스트 해봤을 때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한 4시간 15분 쯤 사용했을 때 음량이 갑자기 50% 줄어들었다. 그때 배터리는 20% 남아있는 상태였었고 알아보니 사용 시간을 위해 20% 이하부턴 절전 모드로 들어가 제품 음량을 반으로 깎아버린다. 이는 아이폰으로 볼륨 조절을 아무리 시도해도 변하지 않고 줄이는 것만 가능하다.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중간에 이 일이 일어나서 당황했는데 일단 운동을 끝낸 후 배터리 테스트를 더 진행하진 않았다.

제원상으로 5시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소비자의 경험을 해치면서까지 배터리 시간을 길게 늘려야 하는 건 이해할 수 없고 농락당한 기분이다. 실제 사용 시간은 약 4시간 정도고 그 이후부턴 음량이 반으로 줄어들게 되는데 하드웨어 제원에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다. 무척 실망스럽다.

20160817-_DSC6804시도만 좋았다. 결과는 실망 그 자체였지만. 그렇다고 음질이 나쁜 것은 아니다. 앱을 통한 EQ 설정으로 무난한 음질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착용감 문제는 개인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좋다는 쪽보다 그렇지 않은 쪽의 반응을 찾는 게 더 쉬울 듯하다. 또한 오랜 시간 사용할 목적이라면 그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 B&O가 말한 제원 상 5시간도 거짓말이다. 음량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약 4시간 정도고, 그 이후엔 좀 더 작은 소리로 줄여 나머지 배터리를 소비해야 한다. 만약 짧은 배터리가 상관없고 값을 더 주더라고 마감이 훌륭한 무선 이어폰을 찾는 이에게 이 제품의 구매를 말리진 않겠다. 착용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나의 경험은 그저 참고만 하시라. 다만 이번 경험상 베오플레이 H5는 운동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편안함을 주지 못한다. 당분간 다시 애플 이어팟으로 돌아간다.

Henry Kim
글쓴이 | Henry Kim

미국에서 글쓰는 디자이너
@henrykkim
henry@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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