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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설계 아닌 미래가 바꾸는 설계를 말한 오토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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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데스크 유니버시티 코리아 2016 기조 연설(사진 출처 : 오토데스크 코리아)

아마도 건축이나 공학, 제조, 미디어 부문에서 창의적인 일을 하는 이들이라면 오토데스크의 소프트웨어를 하나쯤은 쓰고 있을 것이다. 설계를 위한 오토 캐드나, 3D 모델링과 렌더링에 최적화된 3DS 맥스, 애니메이션 제작용 도구인 마야, 모바일용으로 잘 알려진 스케치북까지 각 분야의 디자인 전문가를 위한 2D, 협업 도구인 래빗 콜라보레이션, 3D 소프트웨어를 내놓고 있는 오토데스크의 그물망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전문가 영역에서 많이 활용되는 소프트웨어를 내놓고 있는 오토데스크지만, 단순히 전문가들이 소프트웨어를 알아서 쓰도록 놔두는 것이 아니다. 이를 제대로 쓸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고 새로운 해법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도 이들이 하는 일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이를 어떻게 알리냐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어쩌면 오토데스크 유니버시티 같은 행사를 여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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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을 이용해 오토데스크 제품들이 각 분야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가볍게 소개했다(사진 출처 : 오토데스크 코리아)

23일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한 오토데스크 유니버시티 코리아 2016은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린 오토데스크 컨퍼런스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오토데스크가 주요 거점 국가로 점찍은 14개 나라에서 해마다 개최되고 있는 오토데스크 유니버시티는 오토데스크는 물론 파트너 기업들의 최신 기술과 솔루션을 공유하는 강연과 전시회로 구성된다. 올해는 관련 업계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와 관련 학과생 등 1천500명이 이 행사에 참석했고, 50여명의 강연자들은 기술, 업계 동향에 대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세션들을 진행했다.

이번 오토데스크 유니버시티의 주제는 ‘Future of Making Things’다. ‘만드는 것들’, 즉 ‘제조의 미래’를 주제로 잡았다. 사실 오토데스크의 소프트웨어와 솔루션은 제조 전 설계에 쓰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쉽게 감이 잡히진 않는다. 오토데스크는 왜 이런 주제를 잡았을까? 기조 연설은 이 주제와 관련한 근본적인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설계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라고…

기조 연설자 중 한 명이었던 크리스 브래드쇼 오토데스크 수석 부사장은 이에 관한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든다. 과거 건축은 설계에 따라 조금씩 틀을 맞춰가는 작업 과정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건축은 용접 없이 빔을 빠르게 조합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설계 이후 절차에 따라 건물을 올리는 건축 현장은 이제 그 자체가 건물을 제조하는 현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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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의 미래에 대한 사례를 발표하는 크리스 브래드쇼 수석 부사장(사진 출처 : 오토데스크 코리아)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건설 현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에서도 그 변화를 찾을 수 있다. 센서블 오브젝트에서 만든 패블러스 비스트는 센서가 부착된 실제 모형을 쌓으면 그 센서에 의한 모양이 디지털 세계의 건축물로 만들어진다. 이는 컴퓨팅 세계에서 설계한 것을 실제 사물로 만들던 종전의 방식과 완전히 반대되는, 이미 만들어진 것을 설계로 바꾸는 현상이다.

또 다른 관점의 사례를 든 것은 포드의 가상현실 랩이다. 미시건에 있는 포드의 가상 현실 랩은 포드에서 만들 자동차의 실제 모습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데, 이는 차를 만들기 전 미리 차의 외형은 물론 대시보드와 시트 같은 내부 공간까지 미리 보고 개발 단계에 직면할 수 있는 정보를 미리 파악해 의사 결정에 반영한다. 즉, 이 차를 사게 될 운전자들이 차를 실제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가상 현실에서 체험하고 그 경험을 설계에 반영함으로써 제조 이후 닥칠 문제로 인한 설계 변경과 제조의 과정을 반복하지 않고 더 빨리 차를 완성해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게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3D 그래픽이나 애니메이션 등 미디어 분야에서의 생산 방식도 종전처럼 모든 시스템을 갖추는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와 장비 임대를 통한 경쟁력을 이야기한다. 아토믹 픽션은 20명 정도가 일하는 작은 영화 시각 효과 회사였지만, 큰 규모의 업체를 물리치고 외줄 타기로 월드트레이드센터를 건너는 <더 워크>라는 영화를 포함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프로젝트를 따냈다. 이때 클라우드에서 오토데스크 마야를 구독하고, 샷건을 수년 동안 사용하면서 것만으로도 큰 회사와 경쟁에서 겨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지금은 <스타트랙 : 인투 다크네스>, <왕좌의 게임>의 시각 효과를 맡았지만, 여전히 하드웨어는 소유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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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혁신을 통한 통찰을 위해 오토데스크는 다양한 솔루션을 준비해 놓고 있다.(사진 출처 : 오토데스크 코리아)

그런데 위에서 말한 사례와 조금 다른 관점의 디자인도 있다. 생성적 설계(generative design)의 개념이다. 이는 컴퓨터에 패러미터, 그러니까 수치만 입력하는 가능한 디자인이 자동으로 생성되는 것이다. 에어버스는 그 중에 대표적인 사례로 새로운 비행기 디자인을 고민하던 차에 오토데스크와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항공기에서 승무원 좌석의 뒤쪽 패널을 좀더 가볍고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 사람이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값만 입력하고 컴퓨터가 가장 가벼운 솔루션을 위한 설계를 하도록 맡겼다. 그렇게 나온 기하학적 설계에 기반한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 현재 안전성을 실험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언더아머라는 신발이 있다. 언더아머는 20주년 기념 신발을 만들기 위해 에어버스와 비슷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컴퓨터에서 생성한 디자인은 일반적인 제조 환경에서는 만들어낼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복잡했는데, 3D 프린터라면 이 구조를 인쇄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헐리우드 스턴트 회사인 밴디도 브라더스 역시 자신들이 스턴트 묘기에 활용할 차체를 오토데스크의 생성적 설계에 기반해 기하학적 샤시 설계를 만들어낸 사례 등도 공개됐다.

이처럼 크리스 부사장은 ‘설계 후 제조, 그리고 사용’이라는 전통적인 도식을 비틀고 있는 여러 사례들을 차례로 설명하면서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다양한 변수와 맞부딪쳐 파괴적 혁신을 단행한 업계로부터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얻기를 바라는 바랐다. 특히 앞서 그가 내세운 예들은 미래를 생각하던 설계가 아니라 미래의 제조와 사용성에 기반해 오늘의 설계 방법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그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오토데스크 유니버시티를 찾은 청중 같은 고객들이 종전의 질서를 흔드는 도전들로부터 오토데스크의 미래를 바꾸고 있는 것이 진짜 중요한 메시지다. 오토데스크는 ‘미래는 내일이 아닌 오늘’이라는 메시지를 가장 잘 실행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오토데스크를 바꾸는 것은 미래로부터 통찰을 얻고 실행하고 있는 이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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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칫솔(PHILSIK CHOI)

직접 보고 듣고 써보고 즐겼던 경험을 이야기하겠습니다.
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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