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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2017 다시보기] 증강 현실, 아직 때가 아님을 말하다

t_CES2017_AR_N_700CES 2017을 둘러보면서 증강 현실(AR)과 관련된 플랫폼이나 장치가 얼마나 나왔는가를 유심히 살폈다. 가상 현실의 또 다른 축인 증강 현실은 전체적인 산업 규모가 오늘날 가상 현실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분야여서 이쯤이면 그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제품이나 플랫폼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크건 작건 간에 기대한 바를 충족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인 것처럼 CES의 증강 현실도 아직은 현실로 와닿는 풍경은 아니다. 물론 좋은 시도는 몇 가지 있었지만, 아직 흐름이라 여길 만큼 풍부한 재료가 깔려 있던 것은 아니다.

_시기 상조의 AR 플랫폼

가상 현실이 산업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데는 분명 플랫폼과 하드웨어의 영향이 적지 않다. 가상 현실 콘텐츠의 개발과 유통을 관장하는 플랫폼과 이를 소비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본격적인 상업화 이후 가상 현실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CES에서 AR을 대표할 만한 플랫폼으로 손꼽을 만한 것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고, 관련 하드웨어를 찾는 일도 녹록치 않았다.

플랫폼과 하드웨어의 미비한 준비는 현재 AR 시장의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낸 부분이다. 가상 현실은 일찍이 여러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을 준비하기 위해 개발자를 모으고 하드웨어를 공급하며 준비해 온 반면, 증강 현실 시장은 플랫폼 사업자로 꼽을 만한 사업자가 홀로그래픽 컴퓨팅을 준비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외에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번 CES에서 홀로그래픽 컴퓨팅 플랫폼은 AR을 위해 준비되지 않았고, AR을 위한 디스플레이 기술도 실제 제품 양산을 해도 좋을 만큼 높은 완성도의 부품이 나오지 않은 터라 당장 AR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기는 어려워 보인다.

_홀로렌즈의 분전(?)

그나마 이번 CES에서 간간히 볼 수 있던 AR 장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였다. 수많은 전시관을 돌아다니면서 자주 눈에 띈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잊을 만하면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홀로렌즈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증강 현실 콘텐츠나 서비스 개발을 위한 개발자나 기업을 대상으로 홀로렌즈를 3천 달러에 판매 중으로 이번 CES에서 인텔을 포함한 몇몇 업체가 이를 활용한 전시 기획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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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용자가 홀로렌즈를 쓴 채 허공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

사실 기업들이 CES에서 선보인 홀로렌즈는 온전히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그래픽 컴퓨팅을 위해서 내놓은 것은 아니다. 각 전시 업체마다 필요한 콘텐츠를 실행하고 이를 홀로렌즈로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서 실제 홀로렌즈의 특징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분명 홀로렌즈는 이번 CES에서 보기 힘든 증강현실 플랫폼을 가진 하드웨어였지만, 그 쓰임새를 제대로 살렸다고 보긴 어렵다.

_Daqri 스마트 글래스 프로토타입의 가능성

홀로렌즈와 비슷한 유형의 제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이 Daqri의 AR 프로토타입니다. Daqri는 지난 해 CES 2016 키노트에서 인텔이 인수를 발표했던 회사다. 당시 인텔은 이 회사에서 개발 중이던 증강 현실 헬멧을 공개했는데,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 헬멧에서 구현하려고 했던 증강 현실 기술을 좀더 작은 스마트 글래스 형태로 만들어 이번 CES에서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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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qri는 연산을 해야 하는 컴퓨팅 부분을 작은 박스로 분리해 스마트 글래스의 무게 부담을 줄였다

인텔의 부스 일부를 차지한 Daqri는 스마트 글래스 프로토타입을 쓴 채 체험할 수 있는 시연장을 마련했다. Daqri의 스마트 글래스를 쓰고 앞에 놓인 산업 장비처럼 생긴 모형을 바라보면 해당 모형의 네 귀퉁이에 균형을 알려주는 이미지가 나타나는 데 다이얼을 돌려 모든 균형을 녹색으로 맞추면서 스마트 글래스의 특징을 이해하게끔 만들었다. 이 글래스로 보는 느낌은 홀로렌즈와 거의 비슷했지만, PC와 분리한 덕분에 그리 무겁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홀로렌즈에 비해 시야각이 넓어 훨씬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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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참관자들이 Daqri의 AR 글래스를 쓰고 체험해보고 있다

하지만 Daqri 스마트 글래스에서 특정 플랫폼이 없는 대신 Daqri의 증강 현실 개발 도구로 직접 만들어야 하므로 범용성 측면에서 장점을 찾을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글래스는 증강 현실 디스플레이와 리얼 센스 카메라를 담았고, 코어 m7 프로세서가 들어 있는 작은 본체를 휴대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이 이채로운데 현재 개발자 에디션을 4천995달러에 예약받고 있다. 홀로렌즈보다 더 어마어마한 가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듯 싶다.

_희소 가치 높은 AR 스마트폰, 에이수스 젠폰 AR

CES가 모바일에 강한 전시회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의미 있는 모바일 장치가 나올 때가 있다. 더구나 거의 예상하지 못한 스마트폰이 나올 때면 좀더 주목을 받을 기회가 된다. 보통 때라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을 에이수스도 CES에서 AR 스마트폰을 내놓았기에 좀더 관심을 받기는 했다. AR 스마트폰의 희소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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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7에서 유일하게 발표했던 AR 스마트폰, 젠폰 AR

증강 현실 스마트폰이 대부분의 스마트폰과 다른 점은 공간의 깊이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기능을 가진 점이다. 이용자가 서 있거나 움직이는 공간에 가상의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녹일 수도 있고, 설계를 위해 공간을 측정하거나 공간 안에 있는 사물에 정확한 정보를 증강 현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할 수 있다. 젠폰 AR은 5.7인치 AMOLED 화면을 쓴 터라 크기로 볼 때 여느 스마트폰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아도, 구글이 요구하는 카메라와 센서를 모두 채우고 퀄컴의 프로세서를 통해 분석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젠폰 AR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지만, 구글 프로젝트 탱고를 AR 플랫폼으로 채택했다. 앞서 프로젝트 탱고를 채택한 AR 스마트폰은 레노버 팹2 프로가 유일했는데, 젠폰 AR도 같은 플랫폼을 채택하고 있어 이용법은 거의 같다. 부족한 콘텐츠도 여전히 똑같지만, 적어도 스마트폰 기반 증강 현실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늘어난 점에서 의미는 있을 듯하다.

_AR 스마트 글래스

증강 현실을 피부로 느끼려면 상당히 많은 요소들의 결합이 필요하지만, 가장 직관적인 형태는 역시 스마트 글래스와 같은 형태다. 물론 모든 스마트 글래스가 증강 현실 장치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라 현실과 가상을 한꺼번에 혼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장치로 가상 이상적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CES에서 아직 이 같은 하드웨어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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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G가 전시한 AR 스마트 글래스 R7, R8, R9

그래도 몇 가지 눈길을 끄는 제품은 있다. R7, R8, R9라는 이름의 AR 스마트 글래스를 준비해 온 ODG는 센터 홀에 부스를 열었다. ODG의 스마트 글래스는 조금 두꺼운 안경 형태로 프로세서와 투명 OLED 디스플레이를 안경 안에 모두 내장하고 있다. 시야각은 40~50도 정도, 가격대는 1천~1천800달러 정도인데, CES에는 실제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가벼운 세트를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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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타입이지만 많이 조잡했던 Xloong의 베리 스마트 글래스

샌즈 홀에 있는 중국 Xloong의 베리 스마트 글래스는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다만 AR 장치를 쓰고 책을 넘기면 책 내용에 맞는 기술 정보를 책 위에 표시한다. 프로토타입이라 기술 완성도가 떨어지기는 해도 이번 CES에서 찾을 수 있던 AR 장치에서 뺄 수는 없다. 그 밖에도 한쪽 눈에만 표시하는 구그 글래스 유형의 제품들도 조금 보였지만, 실제 의미있는 AR 제품을 찾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_기술적, 환경적으로 더 두고 봐야 할 증강 현실

CES 2017에서 홀로렌즈를 비롯해 Daqri와 ODG 등 여러 증강 현실 스마트 글래스를 접하면서 이 장치들로부터 꿈을 꿀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를 바랐다. 하지만 지금 그 답을 찾는 것은 이르다는 것이 이번 CES 2017의 결론이다. 일단 CES 2017의 증강 현실 제품들을 접하면서 장점에서 찾는 희망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크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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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을 위한 스마트 글래스의 시야각은 아직 한계가 있다

먼저 증강 현실 시장을 주도할 만한 플랫폼이 거의 없다는 점은 앞서 지적했지만, 정작 스마트 글래스 형태의 증강 현실 제품에서 느낀 가장 큰 답답함은 디스플레이 탓이었다. 실제 현실 위에 가상 현실을 구축하는 증강 현실의 신기함보다 좁은 시야각(FoV)과 낮은 해상력은 가장 큰 걸림돌로 느껴진 것이다. 다만 이번 CES에 증강 현실용 디스플레이 부품은 루머스(Lumus) 만 작은 부스를 운영했는데, 시야각 50도를 가진 루머스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Daqri가 시야각 면에서는 가장 낫기는 했어도 충분하다는 평을 내리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플랫폼의 부재와 개선해야 할 핵심 하드웨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보니 많은 이들이 증강 현실을 소비하게 만들 만한 킬러 시나리오를 짜는 것도 쉬워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증강 현실 장치가 두 손을 자유롭게 써야 하는 특수한 산업 환경 위주로 시나리오를 선택하다보니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보편적 시나리오를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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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 스마트 글래스 ‘AR 센스’

이러한 배경을 두고 볼 때 아직 증강 현실은 거의 모든 면에서 이제 겨우 실험적인 도입을 시작하는 시장 초기의 모습이다. 적어도 올해 CES에서 증강 현실을 트렌드라고 꼽기는 어려운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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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칫솔(PHILSIK CHOI)

직접 보고 듣고 써보고 즐겼던 경험을 이야기하겠습니다.
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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