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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덜 된 차선 변경, 소니 RX0 II 첫 인상

따지고 보면 기본 구성은 이전 세대 제품과 거의 같다. 그런데 다른 제품이란다. 어라? 어디서 많이 보던 시추에이션이다. 마치 점 하나 찍고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와 자기를 버린 이들에게 복수하려는 어느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제품, 한국에서 최초 공개한 소니 RX0 II다.

소니 RX0는 2년 전 IFA 2017 소니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처음 공개된 초소형 카메라였다. 액션캠처럼 생겼어도 처음 등장했던 당시 RX0의 컨셉트는 고품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초소형 카메라였던 것이다. 소니는 이 카메라를 프로페셔널 작가들을 겨냥해 내놓았다. 여러 대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스튜디오나 색다른 시도를 하고 싶은 전문 창작자를 위해 RX0를 기획했다.

그런데 RX0를 프로용 초소형 카메라로 소개해온 소니가 후속 기종인 RX0 II의 공략 대상에 대한 눈높이를 낮춘 듯하다. 액션캠이나 캠코더로 영상을 촬영해 올리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같은 브이로거 시장을 겨냥한단다. 물론 전 세대와 거의 똑같은 생김새라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래도 드라마에서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던 점 같은 변화는 있다. 플립 LCD를 단 것이다.

그렇다. 이전 세대의 1인치 1530만 화소 이미지 센서도 똑같고 짜이즈 테사 T* 24mm F4 고정 렌즈도 변함 없지만, 플립 LCD를 넣음으로써 RX0 II는 완벽하게 다른 모델로 변신하고 막장 드라마의 서막을 연 것이다. RX0 역시 뒤쪽에 LCD를 통해 촬영 상황을 알 수 있었지만, 화면을 돌려 촬영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위대한 변신은 RX0 II에서 가능해졌다.

더 놀라운 사실은 플립 LCD를 탑재한 후속 제품을 이전 세대보다 더 싸게 출시한다는 사실이다. 소니가 세대를 거듭할 때 가격을 내린 적은 거의 본적이 없는데, RX0 II는 오히려 15만원을 내려 74만9천 원에 판매한다. 구매 대상을 고려한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라지만, 이전 세대를 쓰고 있는 프로페셔널 작가들을 우울하게 만들 소식이다.

어쨌든 플립 LCD가 들어가면서 이전 세대보다 약간 두꺼워지긴 했다. 0.52mm 더 두꺼워진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 많이 두꺼워졌다고 따질 수도 있고, 거기서 거기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플립 LCD의 크기만큼 어쩔 수 없는 문제다.

플립 LCD가 사실상 RX0 II의 가장 큰 변화지만, 눈에 가장 거슬리는 것도 플립 LCD였다. 화면을 180도 세워서 촬영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는 있는 용도라지만, 팔을 조금만 멀리 뻗어서 보면 너무 작은 화면 탓에 분간이 잘 되지 않는다. LCD 크기가 RX0에서 나아지지 않은 이유는 충전이나 스탠드를 연결하는 USB 단자를 뒤쪽에 넣다 보니 생긴 문제다. 그 공간만큼 LCD를 확장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단자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 공간만큼 LCD를 넓혔더라면 어땠을까?

또 다른 문제는 RX0때와 마찬가지로 짐벌형 스탠드가 없다는 점이다. 사실 이 문제는 조금 심각하다. 소니는 촬영 버튼이 있는 브이로그 그립과 RX0 II가 호환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브이로그 그립은 한손으로 방향 회전이나 각도 조정을 할 수 없는 수동식인데다 흔들림을 보정하는 안정화 기능이 없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촬영하는 크리에이터에게 썩 좋은 주변 장치가 아니다. RX0 II에 전자식 손떨림 보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움직임이 클수록 충분한 성능을 내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RX0 II와 짐벌형 옵션은 함께 나왔어야 했다.

짐벌에 대한 문제를 놓고 일본 본사의 오타 카즈야 사업부장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본사측도 이에 대해 의식을 하고 있었는지 곧바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RX0나 RX0 II가 기본적으로 고품질 사진과 비디오를 촬영하는 카메라에서 접근했던 터라 처음부터 조작 편의성과 안정적인 촬영을 목적으로 만든 초소형 짐벌 카메라와 접근이 달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행인 점은 이날 오타 카즈야 사업부장을 비롯해 여러 관계자들이 짐벌의 필요성을 참석자들에게 묻고 의견을 모으려는 모습을 봤다는 점이다. 물론 RX0 II를 위한 짐벌을 곧바로 내놓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차기 제품 이전에 어떤 결과물을 내놓기만 해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로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소니는 다른 나라보다 앞서 한국에서 RX0 II를 처음 공개했다. 문화적으로 가장 트렌디하고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유투브 크리에이터가 많은 나라라는 이유에서다. 소니가 목표로 삼고 있는 가상 확실한 소비층이 있는 시장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RX0 II가 이들에게 알맞은 장치가 될지는 미지수다. 전자식 손떨림 방지나 무비 에디트 애드온 같은 손쉬운 모바일 편집 프로그램 제공, S-Log2 지원, 방진방수 등 다양한 기능을 넣었음에도 부족한 환경에 대한 찝찝함이 남아서다. 그나마 막장 드라마는 복수에 성공할 때마다 통쾌한 기분이라도 드는 반면, RX0 II에서 그런 시원한 한 방은 느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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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칫솔(PHILSIK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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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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