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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없는 치킨의 기억은 오래 간다

집 앞에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문을 열었다. 평소 깔끔한 기업 이미지의 치킨집이라 막연한 믿음에 비싼 치킨을 주문했지만, 한 입 베어 물자마자 돈이 아까운 맛임을 직감했다. 결국 내 입맛에 맞지 않은 데다 값도 만만치 않다보니 발길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이 집을 잘 모르고 드나들던 손님의 수도 갈수록 줄어들었다. 손님이 줄어 매상도 떨어진 것을 알아챈 치킨집 주인은 원인을 찾지 않은 채 더 공격적인 마케팅만 펼쳤다. 비슷한 맛의 새로운 메뉴를 늘리고 몸값 비싼 홍모 모델을 고용해 분위기를 띄웠다. 손님이 늘지 않자 경쟁 매장의 인기 메뉴를 따라 만들었고, 심지어 다른 치킨집을 공격하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온갖 노력에도 그 치킨집은 문을 닫을 위기에 이르렀고 결국 다른 이에게 매장의 권리를 넘기고 말았다.

갑자기 치킨집  이야기가 당황스러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 글에서 치킨집을 LG, 치킨을 스마트폰으로 바꿔보면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지 쉽게 이해될 것이다.  최근 LG 전자 모바일 사업부의 영업 이익이 하향조정되면서 LG G4 판매 부진을 그 원인으로 지목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G4가 출시될 때 올해 예상 판매량을 800만대까지 잡은 전망을 달성하려면 2분기에 200만대 이상을 팔아야 하는데 지금 상황이 좋지 않은 탓이다. ‘Made by LG’를 새긴 스마트폰은 언제나 화창한 소식보다 구름 낀 날씨와 같았지만, G4 이후의 실적에 LG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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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LG 모바일 사업부의 부진을 G4의 문제로 지적하는 이야기가 많다. 혹시나 싶어 주위의 평가를 모아보니 G4에 대한 평은 그리 나쁘진 않아 보였다. 나도 G4 출시 행사에서 직접 제품을 만져보기는 했지만, 성능과 기능, 디자인 등 LG의 색깔을 지닌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갖출 것은 다 갖춘 듯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의 반응은 생각보다 더 차가웠다. 아마도 그 원인과 이유는 한두가지로 좁히긴 어렵겠지만, 과거 LG폰이 만든 이미지로부터 이어진 결과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이 열릴 즈음 LG가 안드로이드폰을 내놓던 시절로 돌아가보자. 당시 LG의 스마트폰 브랜드는 ‘옵티머스’다. 지금은 사라진 상표, 옵티머스는 뚜렷한 프리미엄 라인업을 갖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항상 최신폰만 내놓기에 바빴다. 2011년 1월에는 옵티머스 2X, 블랙, 빅을 출시했고 그 해 9월, 10월 사이에 4대의 스마트폰을 연달아 출시했다. 20 10년 7월에 빠른 속도를 자랑하던 옵티머스Z를 출시한 뒤 LG는 5개월 만에 두 배 빠른 옵티머스 2X를 선보였다. 신제품을 출시하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최신폰이라는 말에 오늘 산 스마트폰의 후속 제품이 다음 달에 나와 구매자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비단 신제품 출시 전략만의 문제가 아니다. LG는 몸값 비싼 연예인을 스마트폰 광고 모델로 썼다. 하지만 LG의 광고 모델은 기억해도 제품명을 기억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김사랑, 유아인이 모델로 나왔던 스마트폰의 이름이 옵티머스 블랙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소녀시대가 1GHz 스냅드래곤이라는 생소한 용어를 쓰면서 광고했던 것은 스마트폰이 아닌 맥스폰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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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인터페이스도 그랬다. 제품마다 이용자 인터페이스가 크게 바뀌면서 이용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여기에 초창기 운영체제 판올림도 제때 했던 기억도 거의 없던 데다 업데이트 약속마저 일정마저 지키지 못했다. 당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새 버전이 나올 때 기능과 성능의 차이가 달라 판올림 여부는 이용자 사이에 매우 민감한 사항이었다. 시스템 최적화마저 제대로 되지 않아 ‘발적화’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썼다.

하지만 LG 스마트폰이 계속 나빠진 것만은 아니다.옵티머스라는 이름을 버리는 대신 ‘G’라는 새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제품의 차별화를 위해 모든 버튼을 스마트폰 뒤에 배치했고, 운영체제 판올림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리기로 거듭 약속했다. 모든 제품의 이용자 인터페이스는 통일했고 최적화도 신경쓰면서 ‘발적화’라는 지적은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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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LG 스마트폰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진 이용자가 돌아오기까지 더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비록 LG G4가 개발자들이 아닌 적지 않은 이용자로부터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해도 여전히 나쁜 기억을 가진, 더 많은 이들을 설득하는 데 충분한 제품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 LG의 어려움은 G4라는 제품을 잘 만들지 못한 것보다 G4라는 제품 자체를 맛보려는 의지가 없는 현상에 있다. 그저 맛없고 비싸게 생각하게 된 그 원인을 찾아내 소비자의 입맛을 찾으려 하지 않았던 치킨집에 대한 누적된 불만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LG는 이들을 달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경쟁 제품을 비트는 일로 되는 게 아니라 달라진 스마트폰을 맛보게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맛 없는 치킨의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 간다.

출처: 컥군 블로그

최재영
글쓴이 |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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