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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현실은 e스포츠의 미래인가?

t_VR_esports_700컴퓨텍스의 인텔 기조 연설 때로 기억을 되돌렸을 때 가장 인상적인 발표는 새로운 프로세서나 폼팩터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발표 시간은 짧았지만, 주의 깊게 봐야 했던 것은 가상 현실 e스포츠 경기(이하 VR e스포츠), ‘챌린저 리그'(Challenger League)였다. 인텔과 오큘러스, 그리고 e스포츠 주관사인 ESL이 함께 가장 현실 기반의 e스포츠 리그를 시작한다는 9월에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총상금 20만 달러, 원화로 2억 원이 넘는 새로운 VR e스포츠 리그의 출범을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었다. 인텔은 이를 v스포츠(vSPORTS)라 부른다.

어느 덧 두 달을 보낸 지금으로 돌아와 보니 인텔이 말했던 v스포츠, VR e스포츠의 시작까지 한달 여 남은 시점까지 다가왔다. 아직 VR e스포츠를 치른 적은 없는 터라 어떤 형식으로 전개될 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인텔과 오큘러스, ESL은 오큘러스 리프트에서 실행하는 <언스포큰>(The Unspoken)과 <론 에코>(Lone Echo)의 멀티 플레이어 모드인 <에코 아레나>(Echo Arena) 등 개인전과 팀 대전을 위한 두 개의 VR 게임을 e스포츠 종목을 공개한 뒤 온라인에서 예선전을 진행하며 곧 있을 본선 진행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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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가상 현실 기반 e스포츠를 v스포츠라 부른다.

첫 대회를 위한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 가상 현실 e스포츠 리그에 참여하는 선수들이나 이를 지켜보는 관중들에게 어떤 느낌을 받게 될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 모니터 앞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움직이던 종전의 e스포츠와 모든 면에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임을 기반으로 승부를 벌인다는 점만 같을 뿐, 게임 형식이나 관계된 기술이 모두 다른 까닭에 VR e스포츠가 어떤 경험을 줄 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왜 그럴까? 기존 e스포츠와 다른 몇 가지 차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먼저 콘텐츠의 형식이 다르다. 가상 현실 콘텐츠는 기존 모니터에서 보는 평면이 아니라 VR HMD를 썼을 때만 볼 수 있는 공간에서 표현된다. 실제를 표현하든 상상을 표현하든 어쨌든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마우스나 키보드 대신 손을 표현하는 컨트롤러를 활용한다. 첫 VR e스포츠의 게임 종목인 언스포큰과 에코 아레나는 둘 다 손에 쥐는 오큘러스 터치를 컨트롤러로 쓰고 가상 현실에서 표시되는 손에서 마법을 쓰거나 사물을 잡기도 한다. 마우스나 키보드로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게 아니라 손을 활용하는 직접 경험하는 형식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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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현실 e스포츠는 기존 e스포츠와 하드웨어의 변화도 많다.

둘째, 하드웨어의 차이다. 기존 e스포츠는 대부분 PC와 연결된 모니터 앞에서 진행한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필수였다. 좋은 의자도 필요하다. 하지만 VR은 모니터도, 키보드와 마우스도 절대적이지 않다. 낮아 있을 의자 조차 필요 없다. 단지 VR e스포츠는 가상 현실 HMD와 손을 위한 컨트롤러, 그리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이 필요하다. 계속 움직여야 하는 가장 현실 게임의 특성상 하드웨어의 구성 조건이 전혀 다른 것이다. 물론 VR e스포츠의 제약은 있다. 컨트롤러는 무선화되어 있는 반면, 케이블처럼 분명 움직임을 방해하는 요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 백팩 PC를 쓰거나 무선 디스플레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적용될지 알 수 없다.

셋째, 체력이다. 이는 기존 e스포츠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는 면이다. 물론 집중력의 중요도는 강조되지만, HMD를 머리에 쓰고 팔은 물론 온 몸을 계속 움직여야 하는 VR 게임의 특성을 감안하면 체력 소모가 심할 수 있다. 만약 백팩 PC처럼 3kg 안팎의 장비를 착용하게 된다면 체력 소모는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물론 VR 장비의 무게와 게임 시간에 영향을 받겠지만, 이러한 장비 뿐만 아니라 1인칭 FPS처럼 윈드밀 안에서 몸을 더 많이 움직여야 하는 게임이 VR e스포츠 종목으로 채택되면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이를 지탱할 수 있는 체력도 승부의 열쇠가 될 수 있고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체력이라는 변수는 선수나 관중 모두 기존 e스포츠에서 경험할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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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e스포츠를 효과적으로 중계하기 위한 것도 고민할 부분이다.

그리고 중계 기법이다. 종전 e스포츠의 중계 기법은 선수의 화면을 복사하거나 관중 모드에서 양쪽의 게임 화면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볼 수 있었다. 선수의 모습도 중계될 때가 있지만, 의자에 앉아 있는 만큼 그 움직임을 오래 보여줄 필요는 없다. 반면 VR e스포츠는 선수가 실제 현실의 행동이 가상 현실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현실과 가상 세계의 싱크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단순히 게임 화면을 평면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하진 않지만, 선수의 움직임이 없는 가상 현실의 상황만을 복제해 중계하는 것으로 지켜보는 관중들을 몰입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가상 현실에서 벌어지는 그 역동성이 현실에 전달하는 것이 숙제인데, VR HMD를 가진 관중이 직접 게임 화면에 들어가 해설을 들으며 상황을 지켜보고 반응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수 있다. 가상 현실만의 색다른 중계 기법이 도입될 것인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비록 네 가지 정도의 차이만 가볍게 정리했음에도 VR e스포츠가 기존 e스포츠의 관점에서 전혀 다른 느낌을 줄 가능성은 매우 높다. 더군다나 이것이 리그 출범 초기에 예상할 수 있는 차이점이라고 볼 때 리그가 진행될 수록 기존 e스포츠 리그와 VR 리그의 느낌은 더 크게 벌어질 수도 있다. 앉아서 대결하던 것과 달리 온 몸을 움직이는 환경적 차이는 e스포츠 선수들의 행동 뿐만 아니라 시청자와 팬들에게 전달되는 이미지가 상당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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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현실 e스포츠는 현실과 가상 세계에서 반응하는 행위의 역동성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숙제다.

하지만 VR e스포츠는 전혀 다른 방향의 진화지만, 초기에는 매우 어려운 시장이 될 수도 있다. e스포츠의 성장은 선수와 팬들을 쉽게 참여시킬 수 있는 환경 때문에 기인한 면도 있는 반면, VR e스포츠는 그렇지 못할 수 있어서다. 기존 e스포츠에 새로운 선수나 팀이 구성될 수 있던 것은 선수가 되기 위한 기반 비용이 낮고, PC나 모바일을 통해 e스포츠 경기를 쉽게 관전하면서 참여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VR e스포츠 선수가 되려면 달라진 하드웨어의 구축과 운영, 체력 관리 등 기반 비용의 증가를 무시할 수 없는 데다, 가상 현실에서 능동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관람 환경을 구축할 경우 팬들의 참여는 매우 제한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R e스포츠는 그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시작할 필요가 있다. 비록 2020년 세계 e스포츠 경제가 무려 1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시장조사기관 뉴주(Newzoo)의 보고서나 PC 업계가 그 생존을 위해 생태계를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이유가 아니더라도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를 위한 스포츠의 방향을 보여줄 이유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VR e스포츠 리그가 e스포츠의 새로운 미래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디지털과 가까이 지내는 미래 세대에게 있어 그들에게 익숙한 세계의 e스포츠 진화는 필연적인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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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칫솔(PHILSIK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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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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