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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픽셀 4 발표때 말하지 않은 것들

구글은 10월 15일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에서 발표한 픽셀 4와 픽셀 4 XL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기본 제원(퀄컴 스냅드래곤 855, 6GB 램, 64/128GB 램, 듀얼 후면 카메라, 타이탄 M 보안 칩, 90Hz AMOLED 디스플레이 등)은 이미 소문에 나온 그대로 들어갔고, 전파를 이용해 얼굴을 인식하는 모션 센스나 절로 별 헤는 밤을 읊게 만들 밤 하늘 사진 촬영 성능을 뽐내며 픽셀 4를 소개했다.

하지만 구글이 새로운 픽셀 시리즈를 발표할 때 들리던 놀라움의 탄성은 픽셀 4에서 들리지 않았다. 기능보다 AI와 사진의 변화를 소개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쓴 탓이기도 하거니와, 발표 이후 전해지는 소식 중 일부 기대감을 높이는 내용도 있으나 상당수는 픽셀 4 이용자가 반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용자에게 불리한 소식을 감추는 제조사의 생리를 구글도 피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여기 발표 무대에서 말하지 않은 픽셀 4의 이야기를 모았다.

이중 심 이중 대기

구글은 픽셀 2개부터 두 개 심(SIM)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 X처럼 e심과 유심 카드를 꽂을 수 있고, 이는 픽셀 4도 같은 심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전 픽셀 시리즈는 두 개 심을 모두 쓸 수 없다. 하나의 심을 활성화하면 다른 심은 정지되는 이중 심 단일 대기 모드였다.

그런데 픽셀 4는 두 개 심을 모두 활성화해 쓸 수 있는 이중 심 이중 대기(Dual Sim Dual Standby)를 지원한다. 즉, 구글 프로젝트 파이를 e심으로 활성화한 뒤 다른 유심 카드를 꽂아 동시에 두 개의 전화 번호를 동시에 작동시킬 수 있다. 이때 데이터는 둘 중 하나를 골라서 작동할 수 있고, 두 심 카드로 오는 전화를 모두 받을 수 있다. 다만 두 개의 심을 동시에 쓰는 경우 배터리 소모가 더 빨라질 수 있고 2,800mAh 배터리를 가진 픽셀 4의 약점이 될 듯하다.
(참고로 안드로이드 10 업데이트한 픽셀 3a도 이중 심 이중 대기 모드가 작동한다. 픽셀 3의 지원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출시 후 이중 GPS 활성

듀얼 GPS는 두 개의 다른 위성으로부터 전달되는 GPS 신호를 더욱 정확하게 위치를 잡아 준다. 일반 GPS가 최대 5미터의 오차가 발생하는 반면 듀얼 GPS를 활용하면 30cm까지 정확하게 위치를 추적한다. 특히 높은 건물이 많은 곳에서 발행하는 신호 반사 및 오류를 보정할 수도 있어 대도시 위치 정보 확인에 유리하다.

듀얼 GPS가 픽셀 4에 탑재되어 있다는 사실은 발표 당시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정확한 위치를 추적하는 기능을 발표에서 누락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깨알 같은 글씨로 쓴 GPS 제원에서 ‘Dual Band (L1+L5) or (E1+E5a) 곧 적용’이라고 쓴 것이 확인됐다. 구글은 픽셀 4를 출시한 이후 듀얼 GPS 기능을 활성화할 예정이지만, 언제가 될 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눈 감아도 풀리는 얼굴 잠금

픽셀 4는 이전 지문으로 잠금 해제했던 픽셀 시리즈와 달리 얼굴로 잠금을 해제한다. 구글은 전파를 활용한 모션 센스 기술로 얼굴 인식의 정확도와 속도를 높였는데, 이는 앞서 카메라를 이용하는 얼굴 인식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가면을 쓰거나 사진을 이용하는 것으로 잠금은 해제되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그런데 얼굴 인식 속도와 정확도가 높은 것은 좋은 데 아주 심각한 보안 문제가 등장했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잠금 해제가 되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는 잠을 자는 동안 다른 사람이 픽셀 4를 얼굴에 대고 잠금을 풀어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아이가 자고 있는 아빠 몰래 픽셀 4의 잠금을 푸는 일은 훨씬 쉬워진다.

더 큰 문제는 ‘눈을 떴을 때만 잠금 해제’ 같은 옵션이 없다는 것이다. 당장 이 기능을 넣기 어려운 구글의 답변은 핀 번호나 다른 비밀번호를 쓰라는 것이다.

구글 포토 무제한 업로드 중단

수많은 픽셀 이용자들이 구글을 칭찬했던 것은 픽셀에서 촬영한 사진을 원본(Original Quality)으로 구글 포토에 무제한 업로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픽셀 스마트폰의 저장 공간이 64GB 또는 128GB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구글 포토에 원본을 백업하면 장치의 저장 공간에 여유를 둘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구글은 픽셀 4 시리즈를 출시하며 원본 무제한 업로드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여느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구글은 원본 대신 사진 크기를 줄인 고품질(High Quality) 사진을 구글 포토에 무제한 업로드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 사실을 확인한 픽셀 4 예약 구매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 아이폰의 HEIC 포맷으로 촬영한 사진은 원본 그 자체를 구글 포토에 업로드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영어만 알아듣는 온 디바이스 AI 기능들

구글은 카메라 외에도 네트워크 연결 없이 장치 자체에서 AI 관련 기능을 처리하는 온 디바이스 AI를 픽셀 4에서 강화했다. 이를 테면 구글 어시스턴트를 호출해 검색이나 장치의 특정 기능을 실행하거나, 청각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해 영상의 음성을 자막으로 보여주거나 녹음된 음성에서 텍스트를 추출하고 해당 텍스트를 기반으로 녹음된 위치를 찾아주는 새로운 레코더 앱을 선보인 것이다.

그런데 구글이 내놓은 이 기능들은 영어 이외의 다른 언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물론 구글 어시스턴트는 다른 언어로도 작동하지만 장치 자체에서 영어 이외의 언어를 분석하지 않으므로 여전히 네트워크에 연결한 상태에서 작동한다. 실시간 자막은 물론 레코더 앱의 텍스트 추출도 다른 언어로 녹음되어 있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아, 차량 충돌 알림은 미국 안에서만 작동한다.

크리에이터에게 부족한 4K 영상 성능

구글은 픽셀 4의 AI에 기반해 망원 촬영의 디테일을 높이고, HDR 및 저조도 사진의 품질을 올리는 등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를 상당히 강조했지만, 상대적으로 영상과 관련된 기능에 대한 소개는 거의 하지 않았다. 결국 4K 촬영 성능에 대한 특징이 다른 스마트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아쉬운 대목은 초당 30프레임의 4K 촬영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앞서 출시된 아이폰 11을 비롯해 갤럭시 노트 10, 원플러스 7T, LG V50 씽큐는 이미 초당 60 프레임으로 4K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더구나 광각, 표준, 망원 등 3개의 카메라를 통해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카메라와 달리 표준과 광각만 지원하는 픽셀 4로는 크리에이터에게 충분한 영상 환경을 만들기 어렵고, 전면 카메라마저 초당 30프레임의 1080P 영상만 찍을 수 있는 등 영상 측면에서 활용도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PHiL
글쓴이 | 칫솔(PHILSIK CHOI)

직접 보고 듣고 써보고 즐겼던 경험을 이야기하겠습니다.
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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