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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인증 다시 받으라는 팹플러스의 LTE 유심이동성 논란

“VoLTE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지난 달 팹플러스 출시 기자 간담회에서 강용남 한국 레노버 지사장이 했던 말이다. 단순히 특정 이통사만 관련 통화 기능을 쓸 수 없다고 판단하는 근거로만 쓰일 줄 알았던 이 한 마디는 지금 자급제 단말의 LTE 유심이동성 논란으로 번지게 한 중요한 단초가 됐다. 지난 달 29일, 아시아 경제에서 팹플러스의 불법성을 지적한 데 이어 5일에는 이데일리가 VoLTE를 넣지 않아 유심이동성을 위반한 레노버 팹플러스가 전파 인증을 다시 받게 됐다고 보도한 것이다.

한국 레노버는 지적받은 기능을 보완해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 논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에 LTE 유심이동성 논란이 있을 수 없는, 출시를 발표할 당시 정상적으로 전파 인증을 받은 제품이 이제와서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무엇일까?

‘LTE 유심이동성’이란 무엇인가?

팹플러스 논란을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유심이동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유심이동성은 이통사에서 파는 단말기에 관계 없이 이용자의 이통사 가입 정보가 들어 있는 유심만 공단말기에 꽂으면 곧바로 통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유심이동성은 3G 망을 쓰는 스마트폰 때 만들어진 제도지만, LTE 망을 쓰는 이용자의 유심이동성을 보장하기 위한 LTE 유심이동성을 지난 해 7월부터 시행 중이다.

↑LTE유심이동성 논란에 휘말린 레노버 팹플러스

현재 시행되고 있는 LTE 유심이동성은 종전 3G 스마트폰의 유심이동성과 한가지를 차별화했다. 종전 3G 유심이동성은 망 호환성이 없던 LG유플러스를 제외하고 SKT와 KT의 단말간 유심이동만 할 수 있었던 터라, LTE 유심이동성에서 이통 3사의 단말기에서 유심을 꽂아서 쓸 수 있도록 공통된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LTE 유심이동성에서도 3G 통화가 불가능한 LG유플러스의 통화 문제는 여전히 걸림돌이었다.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LTE 망으로 통화를 할 수 있는 VoLTE를 중심에 둔 LTE 유심이동성을 위한 단말 표준화를 진행했다. 국립전파원은 유심 이동성 확인을 위한 시험 절차 알림 공문을 이통사와 단말기를 공급하는 제조사에 보냈고,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에 대한 미래부 고시(제2014-105호)의 5장 68조에서 통해 이통사들은 유심이동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정리했다. LTE 유심이동성을 위해 모든 행정 절차는 이렇게 마무리 됐다.

LTE 유심이동성 의무 대상은 ‘이동통신사업자’

LTE 유심이동성이 시행되면서 이통사에서 유통하는 제품들은 LTE 유심이동성의 영향권 안에 놓이게 됐다. 때문에 국립전파원은 LTE 유심이동성에 따른 시험 절차를 준비했고 이에 대한 공문을 이통사와 제품을 공급하는 제조사 등에 보냈다. 이 과정에서 국립전파원은 VoLTE 혹은 유심 3사 이동성에 대해 강제 사항이라고 설명하면서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제 5장 68조의 규칙에 따르지 않으면 어떠한 통신사에서도 사용이 불가능한 미지원으로 판단하는 것이 전파원 기준이라고 고지했다.

국립전파원에서 근거로 내세운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에 대한 미래부 고시 제2014-105호의 5장 68조는 이렇다. ‘이동통신서비스(아이엠티이천 서비스 또는 LTE 서비스) 제공사업자는 이용자가 “이동전화 범용 가입자식별모듈”을 동일 사업자 또는 다른 사업자의 “이동전화 범용 가입자식별모듈”로 교체하여 이동통신 서비스(아이엠티이천 서비스 또는 LTE 서비스)가 가능한 통신단말장치에 삽입하더라도 음성통화서비스, 영상통화서비스, 발신자번호표시, 단문메시지서비스, 멀티미디어메시지서비스, 데이터서비스(단, WAP 서비스는 제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부 고시에 따르면 VoLTE라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하지만 국내 이통사의 LTE 서비스에서 음성통화서비스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문구만으로도 곧 VoLTE를 넣으라는 말과 다름 없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 고시가 이동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것일 뿐 실제 제조사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LTE 유심이동성을 보장해야 하는 것은 이통 3사의 의무이기 때문에 이들이 유통하는 제품도 아닌 자급제 단말을 판매하는 제조사까지 그 범위에 들어가는지 여부에 대해선 논란을 부르고 있는 셈이다.

자급제 단말에 LTE 유심이동성 적용? 물음 던지는 외산폰 사업자들

일단 레노버는 지적된 사항을 개선하는 펌웨어를 공급하고 향후 VoLTE를 적용한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지만, VoLTE를 넣어 기능을 개선할 것인지 구체적 일정은 아직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팹플러스를 소개하고 있는 한국레노버 강용남 대표

다만 한국 레노버 역시 VoLTE를 넣지 않은 팹플러스로 전파 인증을 받을 당시 이에 대한 문제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 레노버는 홍보대행사를 통해 기자에게 전파 인증 규정을 잘못 해석했거나 편법적인 방법으로 서류를 접수하거나 전파 인증을 시도하지 않았고, 국립전파원도 인증 당시 이에 대한 별다른 이의 제기는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해왔다. 그런데 이제와서 LTE 유심이동제를 빌미로 재인증 요구가 나온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한국 레노버는 미래부에 자급제 단말이 LTE 유심이동성을 준수해야 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좀더 명확하게 밝혀주길 바라고 있다.

이처럼 자급제 단말에 LTE  유심이동성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듯하지만, 이용자나 외산 단말기 제조사 모두 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애초 유심이동제는 이통사에서 이용자의 단말 선택권을 심하게 제약하는 상황을 차단하고자 만든 제도인데, 팹플러스처럼 VoLTE를 빌미로 자급제 단말의 유통을 막아버리면 이용자는 또다시 단말 선택권을 제한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팹플러스 논란을 접한 외산 단말 제조사들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VoLTE를 적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한국 환경에만 맞는 VoLTE를 강제 적용하라는 것에 거부감을 표했다. 외산 스마트폰을 출시한 A사의 관계자는 “한국에서 적용하는 VoLTE는 국제 표준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려면 비용과 시간을 더 쓰도록 만드는 또 하나의 규제 장벽일 뿐”이라고 불만을 털어 놨다. 다른 외산 제조사인 B사 관계자도 “이러한 강제 조항이 늘어날수록 이용자의 선택권이 줄어들게 될까 걱정”이라면서, “해당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면 자급제 단말 출시에 대해 깊이 고민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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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칫솔(PHILSIK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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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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