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출시한 넥서스5X를 그대로 손에 든 채, 넥서스6P를 눈앞에 놓았다. 안드로이드의 표본(?!)이라는 두 레퍼런스 폰을 들고 다닌 지 2주일이 지났다. 넥서스5X와 비교해, 넥서스6P는 어떤 점이 다를까? 결론만 먼저 이야기하자면 휴대성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넥서스5X보다 만족스러웠다. 덕분에 넥서스5X가 한결 초라해진 2주일이었다.
전원이 없어 빈사 상태에 빠진 넥서스6P를 충전하기 위해 구성품을 꺼내보았다. 넥서스5X와 달리 USB C to C 케이블 외에 USB A to C 케이블이 하나 더 들어있다. 충전기엔 USB C to C 케이블을 쓰면서 컴퓨터에는 USB A to C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다. 넥서스 5X는 USB C to C 케이블 뿐이라 PC와 연결이 불편했는데, 넥서스 6P는 그 불편을 줄였다.
5.7인치라는 큰 화면은 휴대성을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뜻한다. 그러나 화면 크기를 고려했을 때, 손에 쥐어 본 넥서스6P는 생각보다 날렵했다. 한 손으로 든 넥서스6P는 무게 또한 크게 무겁지 않다. 구글에서 밝힌 공식 무게는 178g으로 메탈 소재 스마트폰으로 괜찮은 편이다. 5.5인치의 비슷한 화면 크기의 아이폰 6s 플러스가 넥서스6P와 거의 비슷한 크기에 무게는 192g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넥서스6P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다.
손에 쥐는 느낌도 좋다. 테두리를 다이아몬드 커팅 처리해 손에 부드럽게 감긴다. 뒷면은 매끈한 느낌이 아니라 광택 없는 쇠를 쥐는 느낌이다. 전원 버튼 위에는 무늬를 새겨 손으로 잡을 때 전원 버튼이 어디인지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이런 사소한 부분이 즐거운 마음으로 넥서스6P를 쥐게 한다. 뒷면 카메라 모듈 부분의 유리가 흠집에 약해 쉽게 금이 갈 수 있다는 문제가 보고되는데, 이를 제외하면 굉장히 뛰어난 만듦새를 지녔다.
넥서스6P의 디자인은 넥서스5X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앞뒤의 형태를 보면 많은 부분이 같다. 카메라 모듈 위치 부분 정도가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넥서스 임프린트(Nexus Imprint)라고 불리는 지문인식 센서는 두 기기가 같은 성능으로 역시 빠른 지문 인식 속도가 특징이다. 넥서스5X에서 느꼈던 것과 똑같이 인식 폭이 살짝 좁은 느낌은 든다. 대신에 넥서스5X와 달리 지문인식 센서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어 손가락이 좀 더 정확하게 고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른 인식 성공률이 높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덤이다.
소니 엑스모어 센서의 1,230만 화소 카메라 모듈이 담긴 부분은 넥서스5X와 마찬가지로 살짝 튀어나왔다. 카메라 렌즈 부분이 도드라진 넥서스5X와 다르게 넥서스6P는 카메라 모듈 부분부터 한 줄이 도드라졌다. 덕분에 애니메이션 월-e에 나오는 이바(Eva)나 바코드 리더기라는 별명도 붙었다. 덕분에 화면을 위로 향해 놓을 때, 화면 어느 부분을 눌러도 스마트폰이 움직이지 않는다. 넥서스5X와는 다르게.
구글 넥서스 팀에서 이미 밝힌 것처럼 넥서스6P의 P는 프리미엄(Premium)이라는 뜻이다. 내부 구성을 보면 프리미엄이 느껴진다. 우선 스냅드래곤 810 Rev 2.1 AP를 채택했다. 스냅드래곤 800대 버전의 문제로 지적된 발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버전이다. 스냅드래곤 808을 채택한 넥서스5X와 같은 게임을 돌리니 넥서스5X의 지문센서 부분이 따끈따끈해질 때까지도 넥서스6P는 열이 느껴지지 않았다.
넥서스6P가 국내에 처음 소개될 당시 voLTE는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LG 유플러스에서는 지원하지 않을 줄 알았으나, APN(Access Point Name)을 손보면 문제없이 쓸 수 있다고 한다. 현재는 SK텔레콤 단독출시이고, 타 이동통신사의 유심칩을 끼워서 쓸 수 있다. 넥서스6P는 3GB 메모리를 탑재했다. 32, 64, 128GB 모델이 있으나 국내엔 현재 32GB만 출시했다. 배터리는 3,450mAh이다. 앞면 액정은 고릴라 글래스4가 들어갔다.
하드웨어 성능이 받쳐주니 안드로이드 6.0 마시멜로도 제 기능을 뽐낸다. QHD를 지원하는 시원한 화면과 뛰어난 성능은 최근 점점 둔해지는 넥서스5X와 달랐다. 덕분에 두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동안 넥서스5X는 자연스레 찬밥신세가 되었다.
심지어 사진 촬영에서도 두 스마트폰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두 스마트폰은 같은 이미지 센서를 넣어 사진 품질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하드웨어 성능 덕분에 넥서스6P가 카메라를 불러오는 속도도, 처리하는 속도도 빠르다. 앞면 카메라는 넥서스6P가 800만 화소로 넥서스5X의 500만 화소보다 낫다. 그리고 사진 앱의 지원 범위가 다르다. 같은 사진 앱을 쓰지만, 넥서스6P에는 수동 노출이나 버스트 샷 기능이 들어가 있다.
넥서스5X를 쓸 때마다 늘 넥서스6P가 생각났던 것처럼, 넥서스6P를 쓰면서 늘 넥서스5X의 아쉬움이 떠올랐다. 넥서스5X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과 부족한 휴대성만 빼고 본다면 넥서스6P는 일반 스마트폰으로서도, 레퍼런스 폰으로서도 훌륭한 스마트폰이다. 이른바 ‘모난 데 없는 스마트폰’이라는 표현이 좋겠다.
순정에 가까운 안드로이드 6.0 마시멜로를 쓰면서, 수준급의 하드웨어 성능을 갖춘 넥서스6P. 넥서스6P를 쓰는 동안 내내 경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통사 앱이 없는 깔끔한 스마트폰을 원한다면,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기준이 오직 ‘휴대성’이 아니라면 넥서스5X보다는 넥서스6P가 더 만족스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