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가 15만4천원. 화웨이 Y6(Huawei Y6)는 가격부터 이야기할 수밖에 없고, 또한 가격을 이야기해야만 하는 스마트폰이다. 15만 원대 출고가는 요금제에 따라 2년 동안 할부 원금을 내지 않고 통신 요금만 내면 곧바로 쓸 수 있는 폰이라는 이야기다. 단말기 가격의 부담이 컸던 이들이 반길 만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걱정도 든다. 15만원짜리니까. 안되는 게 많으면 어쩌나 그런 의구심을 갖기 십상이다. “정말 괜찮을까?”라는…
솔직히 말하면 성능은 기대 이상일 수 없다. 구글 플레이에서 몇 개의 게임과 벤치마크 프로그램, 그리고 은행 앱과 메신저 등을 내려 받아 설치하고 실행하며 꼼꼼히 따지기 시작하면 화웨이 Y6는 흠잡을 곳이 한둘이 아니라서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에서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적지 않은 성능 차는 어쩔 수 없다. 안투투로 계산한 결과값은 1만9천점 안팎. 최고 성능을 내는 화웨이 메이트 S와 5배 정도 격차가 벌어진다. 화웨이 Y6의 처리 장치는 퀄컴 스냅드래곤 210, 그래픽은 아드레노 304다. 성능을 기대하는 건 역시 지나친 욕심이다.
사실 벤치마크의 결과가 아니어도 화웨이 Y6는 움직임이 둔하다. 이전 화면으로 돌아갈 때나 앱 전환에서 날랜 기분이 들진 않는다. 큰 마음 먹고 설치한 아스팔트 8도 게임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린다. 간단한 퍼즐 게임이면 상관 없지만, 고성능 3D 게임은 확실히 버거워 하는 게 눈에 보인다. 물론 메시징 앱이나 웹브라우징, 동영상 프로그램은 괜찮다. 기본 프로그램에서 보지 못하는 풀HD 동영상은 코디(kodi) 같은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별 문제 없다.
이렇게 화웨이 Y6의 능력치를 하나하나 따지면 피곤하다. 어차피 성능 경쟁에서 밀리는 화웨이 Y6를 두고 냉정한 평가만 매길 수는 없어서다. 맨 처음에 언급한 가격부터 감안해서 봐야 하는 까닭이다. 물론 그 값어치를 못하면 문제지만, 반대로 성능이 중요하지 않는 이에게 그만한 값어치를 할 수 있느냐를 따지는 것은 결국 다른 문제다.
이제부터 15만원대라는 가격대를 생각하면서 보자. 가격표를 떼고 보면 평범한 만듦새이나 가격표를 붙이면 조잡한 느낌을 남기지는 않는 만듦새. 재질은 플라스틱 한 가지이나 아주 작은 알갱이가 촘촘히 박혀 있는 듯한 패턴과 백금색의 테두리 장식을 잘 꾸민 때문에 밋밋한 느낌이 전혀 없는, 나름 우습게 보이진 않으려는 노력은 인정할 만하다.
여기에 070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특이한 재주가 있다. 무선 랜에 연결한 상태에서 070 번호의 인터넷 전화를 거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전화 자체를 070 전화 모드로 바꿀 수 있는데, 실수로 이동통신망으로 전화를 걸지 않도록 한 점은 바람직해 보인다. 070 전화를 따로 가입해야 하지만, 외국 출장이나 여행 때 무선 랜만 연결하면 국내 통화 요금으로 전화를 걸 수 있는 것으로 틈을 파고든다.
그렇다고 기본기가 나쁜 것도 아니다. 비록 풀HD 해상도가 아닌 HD(1280×720) 해상도지만, 글자나 아이콘을 보는 데 지장은 없다. 큰 글씨로 바꿨을 때 시스템에서 고정한 글씨나 아이콘을 더 크고 진하게 바꿔 놓지 못하는 것이 불만이긴 하지만… 후면 카메라가 800만 화소라 조금 낮은 듯해도, HDR도 작동하고 타입랩스 기능을 넣은 것은 의외다. 물론 어두운 곳에서 찍은 사진 품질이 좋아서 엄지 손가락을 척 들어올릴 정도는 아니지만, 가격을 감안하면 이 성능에 색다른 기능을 얹은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동영상 녹화 해상도가 720P로 낮은 점, 손떨림 방지가 없는 점도 따져 물을 점은 아닐 듯하다.
이처럼 화웨이 Y6는 성능 만으로 말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있다. 싼 가격에 그치는 것이 아니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을 담은 것이다. 때문에 화웨이 Y6는 모두를 충족시키지 않는다. 성능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어차피 값싸게 써야 할 스마트폰이 필요한 이들, 그 틈을 파고 들 수 있는 성능만 채웠고, 기능을 추렸다. 시장을 읽은 제품. 그것이 지난 1년 동안 화웨이 X3, 넥서스 6P로 틈을 파고 들지 못했던 한국 시장에서 화웨이의 존재감을 단숨에 바꿔 놓은 이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