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페이는 공식적으로 실물이 공개된 적은 없다. 단지 LG가 모바일 지불 시장에 도전하는 LG 페이를 내놓겠다고 앞서 공개한 이후 LG 페이로 추정되는 형태의 카드가 드러난 적은 있다. 이 카드에 대해 LG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음에도, LG 페이 협력사를 통해 관련 정보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사실 아닌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저 정식으로 공개할 시기만 남겨 둔 상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LG 페이는 여러 카드를 하나의 카드 안에 담아서 쓰는 올인원 신용카드(All-In-One Card) 다.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화이트카드’(White Card)라는 용어는 제조사가 판매자에게 이름없이 공급하는 제품을 의미하는 화이트 라벨 제품(White Label Product)에서 따온 만큼 이 제품의 기능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 이 글에서 올인원 카드로 부른다. 왜냐하면 LG 페이가 도입하는 방식을 앞서 적용한 유사 제품들이 올인원 카드, 또는 올인원 신용카드로 부르고 있으니까.
올인원 카드는 이용자가 갖고 있는 신용 카드나 멤버십 카드를 스마트폰이 아닌 신용카드와 똑같은 모양의 장치에 넣은 것이다. 모양은 신용카드와 같아도 처리 장치와 저장 공간, 통신 기능에 배터리까지 갖추고 있는 터라 카드형 저장 매체라고 부르는 게 더 타당하다. 이처럼 신용카드만큼 얇은 데도 이용자가 갖고 있는 여러 카드를 하나의 장치에 담아 다니면서 원하는 카드를 골라서 매장에서 신용카드처럼 결제하거나 은행 ATM에서 현금 인출을 할 수 있는 터라 여러 카드를 소지한 이들에게는 휴대를 편하게 도와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여러 카드를 하나의 카드에 넣어 다니는 올인원 카드는 일반 신용카드를 쓰는 법과 똑같아 일상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도 있다. 올인원 카드는 신용카드나 멤버십처럼 만드는 카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싼 단가
아직 LG 페이는 공식 발표된 게 아니지만 이와 유사한 올인원 신용카드는 이미 외국에 많이 공개된 상황이다. 이 카드들의 공통점은 모두 신용카드나 멤버십 회사에서 발급하는 게 아닌, 이용자가 개별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점이다. 이것이 일반 카드가 아니라 카드형 장치, 또는 카드형 저장 매체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필요에 따라 사서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올인원 카드 장치들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 최소 100달러에 이른다. 요즘 환율을 적용하면 거의 12만원은 줘야 산다. 물론 사전 주문을 받고 있는 제품은 이보다 싸지만, 그래도 6~7만원은 된다. 지갑 속 카드를 줄이기 위해 카드형 장치를 사는 데 적지 않은 돈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LG 페이는 이보다 더 싸게 나올 수도 있다. 단지 일반 카드처럼 그냥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처리 장치와 저장 공간, 배터리, 통신 기능에 간단한 버튼까지 넣어야 하는 장치다 보니 제조 비용이 적지 않다.
올인원 카드 장치는 제품을 살 때 느끼는 부담을 없애거나 줄여야 하는 어려운 고개를 넘어야 한다. 때문에 애플 페이나 삼성 페이처럼 스마트폰을 사야만 쓸 수 있는 모바일 결제 체계를 겨냥하는 것도 굳이 비싼 스마트폰을 사지 않고 상대적으로 싸게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라는 인식을 깔기 위한 작업도 마땅히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장 큰 고민은 기존 카드를 대체하기 위해 돈을 주고 카드 장치를 사야하는 이해의 차원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어차피 따로 사는 스마트폰에 기능 하나 얹는 것은 별 상관 없지만, 올인원 카드는 추가적인 비용 지출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유지 보수
올인원 카드들은 이용자가 구매해서 써야 하는 장치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한 가지 있다. 이것이 일반 카드가 아니라 장치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용자가 쓰는 스마트폰 같은 장치들처럼 올인원 장치 역시 사후 관리 기간이 적용되는 ‘전자 제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장치가 어떤 이유로 망가지거나 작동하지 않을 때 이를 수리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보증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마그네틱이 읽히지 않거나 오동작할 때 발행처로부터 재발급 받으면 그만인 이 일반 신용카드나 멤버십 카드라면 카드와 달리 각종 부품이 들어가는 올인원 카드 장치들은 지갑에 넣고 다니는 과정에서 장치의 변형으로 인한 파손이 있을 수 있고, 내부 소모 부품의 영향으로 더 이상 쓰지 못할 수 있다. 올인원 카드는 제조 특성상 수리는 어렵고 카드 자체를 교환 받아야 하는데, 올인원 장치를 내놓은 제조 업체의 서비스 규정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 코인처럼 배터리를 교체할 수 없는 장치는 새로 사야만 한다. 플라스틱 같은 올인원 카드 제조사는 1년의 기본 서비스 규정과 별도로 애플 케어처럼 서비스 요금을 추가로 내면 보증 기간을 늘려주는 곳도 있다.
이처럼 서비스 규정은 올인원 카드를 만드는 제조사는 물론 이용자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서비스 기한을 벗어난 상황에서 올인원 카드가 작동하지 않으면 새로운 올인원 카드를 또 제값 내고 사야 하니까. 그렇다고 제조사가 서비스 기한을 무한대로 늘릴 수도 없다. 말 그대로 이것은 장치인데, 제품의 하자가 아닌 이상 그 책임을 무한대로 질 수 없는 일이다. 한두푼 나가는 게 아는 올인원 카드의 보증 정책은 올인원 카드 제조사들의 가장 높은 언덕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