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시각으로 가상 현실에 접근하고 있지만, PC 기반의 고품질 가상 현실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내놓는 그래픽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고품질 가상 현실 그래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때문에 엔비디아가 미국 현지 시각으로 지난 6일, 새 GPU인 지포스 GTX 1080을 발표하는 특별 이벤트를 열었을 때 맨 먼저 눈 여겨 볼 수밖에 없던 부분도 가상 현실과 관련된 것이다. 분명 이 날의 주인공은 단연 파스칼 아키텍처를 얹고 성능을 높인 지포스 GTX 1080과 GTX 1070. 72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해 16나노미터 핀펫 공정으로 양산하는 이 GPU는 종전보다 3배 더 나은 전력 효율성에 타이탄 X보다 2배 더 빠른 성능을 낸다.
이처럼 강력한 하드웨어를 통해 더 나은 가상 현실 그래픽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지만, 사실 새 GPU의 발표보다 가상 현실 관련 소프트웨어에 더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게임과 가상 현실 컨텐츠 개발, 데모 소프트웨어 등 엔비디아는 지포스 그래픽 기반에서 가상 현실을 경험하고 개발을 도울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선보인 것이다. 엔비디아가 가상 현실을 위해 내놓은 3가지 소프트웨어 기술을 소개한다.
1. PC 게임계의 인스타그램, 안셀(Ansel)
일반적으로 PC 게임을 즐길 때 모니터로 볼 수 있는 좁은 영역만 보게 된다. 이 때 게임 화면을 캡처하면 게이머가 보고 있는 부분만 캡처하는 것이 지금까지 상식이었다. 또한 게임에서 흐르는 시간 자체를 멈추지 못하고, 원하는 각도로 화면을 잡을 수도 없었다. 안셀은 그 상식을 깨는 캡처 도구다. 3D 그래픽으로 실시간 모델링을 하는 PC 게임의 특정 화면을 캡처할 때 단순히 보고 있는 화면만 캡처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서 흐르는 시간을 정지시킨 채 이용자가 원하는 각도로 화면을 잡아 캡처할 수 있는 도구다.
안셀은 게이머가 캡처할 장면의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프리 카메라와 최고 4.5기가 픽셀의 해상도나 현재 스크린 해상도의 32배에 달하는 품질의 스크린샷을 저장하는 초고해상도 스크린 캡처, 인스타그램처럼 캡처한 사진을 저장하기 전에 미리 밝기나 대비, 그밖의 필터를 적용하는 포스트 프로세서 필터, 어도비 포토샵 등에서 편집할 수 있는 OpenEXR 내보내기 등을 담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기능은 360도 캡처. 이는 게이머가 즐기고 있는 게임 전체의 공간을 캡처해 이미지로 만드는 것인데, PC나 모바일용 가상 현실 HMD에서 해당 컨텐츠를 보면 마치 게임 안에 들어가 있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엔비디아는 안셀로 캡처한 이미지 샘플을 스마트폰을 가진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인 엔비디아 VR 뷰어를 구글 플레이를 통해 배포 중이다. 이 앱을 설치하면 안셀로 캡처한 360도 게임 이미지를 볼 수 있고, 카드 보드가 있다면 360도 입체 이미지로 감상할 수 있다.
2. 시각에 청각, 촉각을 더한 개발도구, VR 웍스(VR Works)
엔비디아 VR 웍스는 이번 이벤트에서 처음 발표한 것은 아니다. 가상 현실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도울 수 있도록 지난 해 내놨던 것이다. 엔비디아가 6일 발표한 VR 웍스는 지난 해 첫 공개 때와 달라진 몇 가지가 있다. 가상 현실에 최적화된 시각적 효과뿐만 아니라 청각과 촉각 효과까지 구현할 수 있는 코드를 추가했다.
물론 시각적 효과를 개선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번 VR 웍스는 렌즈 매치드 쉐이딩과 지오메트리 패스를 추가했다. 렌즈 매치드 쉐이딩은 렌즈의 왜곡을 계산해 보이지 않는 부분의 렌더링을 생략하고, 지오메트리 패스는 좌우 화면에 각각 렌더링을 했던 종전 방식 대신 두 화면이 하나의 렌더링을 공유함으로써 시스템의 작업 부하를 줄이는 것이다. 더 나은 렌더링은 아닐 수 있지만, 가상 현실 컨텐츠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이번 VR 웍스는 가상 현실의 물리적 상황을 반영해 소리가 변화할 수 있도록 물리 연산 기반의 오디오 기술, PTA(Path Traced Audio)를 담았다. 이 기술은 옵틱스(OptiX) 레이 트레이싱 엔진이라는 광원의 물리적인 움직임을 변형해 광원 대신 소리에 접목시켜 소리의 움직임과 확산을 시뮬레이션한다. 이로 인해 가상 현실 안에서 더욱 현장감 넘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촉각 효과는 VR 하드웨어의 다채로운 컨트롤러와 위치 추적, 햅틱 피드백 등 여러 상호 작용 위에 물리적 특성을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피직스(PhysX) 엔진을 활용해 컨트롤러와 가상 오브젝트 간 상호작용을 감지하고, 게임 엔진에서 물리적으로 정확한 비주얼 및 촉각 반응을 경험하도록 만든다.
3. 엔비디아의 가상 현실의 경험하게 하는 VR 펀하우스
일단 엔비디아가 가상 현실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 기술이 적용된 컨텐츠를 기다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때문에 엔비디아는 GTX 1080, GTX 1070 같은 파스칼 아키텍처 기반의 하드웨어에서 엔비디아의 최신 가상 현실 기술을 미리 맛볼 수 있는 VR 펀하우스(VR Funhouse)도 이번 행사에서 공개했다.
VR 펀하우스는 단순하게 말하면 데모에 불과하지만 언리얼 엔진 4 기술로 제작, 파스칼 기반 하드웨어가 가상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그래픽과 오디오, 그 밖의 물리 효과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데모는 가상 현실 게임이나 여러 도전 과제를 풀어가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각 데모에 따라 플로우, 헤어웍스, 피직스 VR, 플렉스, VR웍스 오디오, VR SLI 등 엔비디아의 가상 현실 관련 기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VR 펀하우스를 즐기려면 GTX 1080이나 GTX 1070 같은 파스칼 기반 GPU와 더불어 HTC 바이브(Vive) VR 헤드셋이 필요하다. VR 펀하우스는 PC 게임 플랫폼인 스팀을 통해 배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