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를 먹여살리는 효자상품 중 넥밴드형 블루투스 이어폰인 톤플러스 시리즈가 있다. 얼마나 알뜰살뜰한 효자인지 미국에서는 블루투스 이어폰 이용자의 절반 가까이가 톤플러스를 쓰고 있다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넥밴드를 차고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톤플러스, 아니 넥밴드형 블루투스 이어폰이 싫다. 편리하고 배터리 오래가고, 음질도 뛰어나다지만, 우선 멋이 없다.
요새 나오는 톤플러스는 기능으로도, 디자인으로도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지만, 넥밴드를 목에 두르는 순간 미래인이 돼버리는 느낌이다. 어째서 넥밴드만 그렇게 시간을 홀로 앞서가는지. 톤플러스 디자인에 비하면 내 복식은 아직 개화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LG전자는 새로운 톤플러스 제품인 톤플러스 액티브(hbs-A100) 제품을 출시했다. ‘액티브’라는 이름답게 운동이나 많은 활동을 하는 사람을 위한 이어폰으로 외장 스피커가 붙어있는 점이 특징이다. 솔직히 소식을 듣고 이 제품을 내 목에 걸칠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내 손에 들려있더라. 심호흡을 하고, 목에 걸쳤다. 그리고 2주가 지났다.
“다행이야, 들키진 않았겠지?”
톤플러스 액티브를 착용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꺼낸 소리다. 평소 깃있는 옷을 많이 입어 톤플러스를 착용할 때 애로사항이 꽃폈다. 이걸 깃 위에 얹어두자니 저 혼자 두드러지고, 깃 밑으로 내리자니 깃이 펑펑해지고, 옷 안에 넣기엔 크기가 너무 컸다. 톤플러스 플러스는 어땠을까?
깃있는 옷에 톤플러스를 어떻게 처리할까 한참을 고민했는데, 의외로 문제는 간단히 해결됐다. 목에 딱 달라붙으면서 옷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이는 톤플러스 액티브가 운동을 위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목에서 덜렁거리면 넥밴드가 쇄골을 사정없이 때리므로 톤플러스 액티브는 최대한 몸에 붙어 움직이지 않는다.
설사 목에서 덜렁거릴까봐 넥밴드 형태를 잡아주는 액세서리까지 있다. 길고 짧은 액세서리가 있으므로 목 길이에 맞게 끼워주면 된다. 너무 조이면 그것나름대로 신경쓰이므로 적당한 정도가 좋다. 기본 장착된 짧은 부품이 딱 알맞아 이를 계속 썼다.
목에 잘 붙어 덜렁거리지 않는다. 맨살에 닿으므로 착용감은 분명히 있다. 착용감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라는 다른 제품보다는 뚜렷한 편이다. 또한 쇄골 부분에 닿을 것이라는 가정을 하지 않아 유선형으로 휘어지지 않고 그저 동그란 밴드 형태를 하고 있다.
어쨌든 깃 달린 옷에서는 톤플러스 액티브를 쏙 넣어다녀 생각보다 잘 다녔다. 단, 가방을 메거나 해서 어깨가 눌리면 목 사이에 숨은 톤플러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LG는 아무래도 오디오 회사를 차리는 게 좋겠어.”
톤플러스 액티브의 조작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착용자 기준으로 왼쪽은 통화와 볼륨, 오른쪽은 음악 재생을 위한 부분이다. 처음 배우기는 헷갈리지만 익숙해지면 착용한 상태에서 손만 움직여 원하는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전원을 켜고 스마트폰과 연결해 음악을 들었다. 해상력에 대한 점수는 합격점. 어떤 스마트폰과 연결했느냐에 따라 점수는 좀 더 갈린다. 아이폰과 연결했을 때는 평번하다 싶었는데, V20과 연결하니 ‘이게 아까 그 이어폰 맞나?’ 싶다.
아마도 퀄컴의 aptX HD 코덱을 지원하느냐에 따른 차이리라. 고작 코덱 차이라고 하기에 내 귀에 들리는 느낌이 분명히 다르다. 다만 아직 이 뛰어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듯하다. 아직 aptX HD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얼마 없는 탓이다. 이번에 출시한 LG V20, G5 등 일부 스마트폰만 해당 코덱을 지원한다.
외장 스피커 전환 레버를 조절하면 양쪽에 달린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온다. 2주일을 썼지만 어떤 방향이 스피커고 어떤 방향이 이어폰인지는 아직 구분해내지 못했다. 한쪽 귀만 이어폰을 꽂고 레버를 열심히 움직여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듣고 구분하게 된다. 다행히 지하철에서 내 부끄러운 음악취향을 공개하는 자리는 단 한 번만 벌였다.
외장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면 소리가 생각보다 큰 데에 놀라고,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크게 들리지 않음에 다시 한 번 놀란다. 외장 스피커가 귀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외장 스피커를 이용하면 주변 소리를 모두 들으면서 적당한 정도로 음악도 들을 수 있다.
자전거를 타거나 운동할 때 이어폰을 연결하면 차음성이 뛰어나 주변 환경을 인지하지 못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톤플러스 액티브는 외장 스피커를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단, 주변에 들리는 소리가 ‘생각보다’ 작다는 것이지, 전혀 안 들리는 것은 아니다. 너무 크게 음악을 틀고 다니면 내 부끄러운 음악 취향을 동네방네 소문낼 수 있으니 적당한 정도로 조절하는 것이 좋겠다.
외장 스피커로 듣는 음질은 이어폰으로 듣는 것만큼은 아니다. 살짝 밋밋해졌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그러나 톤플러스 액티브가 단순 음악 감상을 주 목적으로 하는 기기가 아닌 만큼, 이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뜻밖에도 혼자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외장 스피커를 많이 써먹었다. 가까이에서 음악을 들을 사람도 거의 없을 때는 귀가 피로해지는 이어폰보다는 외장 스피커에 손이 간다. 붙박이 스피커는 위치에 따라 소리가 조금씩 다르지만, 톤플러스 액티브는 이런 일도 없어 유용하게 썼다.
“근데 또 쓰자니 참 애매해…”
입맛을 다셨다. 기대 이상의 성능이라 이대로 안고 가야겠다 고민하던 차였다. 문득 눈 앞에 놓인 아이폰을 보고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하게 한 원인은 연결성이다. 톤플러스 액티브 자체의 성능은 뛰어나나, 이를 완성하는 것은 함께 있는 스마트폰에 따라 달렸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LG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톤플러스와 일반 안드로이드폰으로 이용하는 톤플러스, 그리고 아이폰으로 이용하는 톤플러스가 모두 다른 기기 같다.
aptX HD 코덱의 문제도 있거니와 전용 앱을 이용한 연동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를 겪는다. 단적인 예로 아이폰을 이용한 연결은 연결하는 데서부터 귀찮음의 연속이다. 처음에 hbs-A100과 연결했다면, LG헬스와 연결할 때는 hbs-A100HEALTH라는 장치를 다시 찾아야 했다. 톤플러스 hbs-1100에서도 있었던 일로 저전력 블루투스(BLE)를 쓰기 위함이다.
이 과정도 번거롭고, 다른 기기와 멀티 페어링을 시도하는 과정은 더 어려웠다. 기기를 자주 바꿀 일은 없지만, 이 과정에서 번거롭다는 인상을 받았다. 움직임을 기록하는 기능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아이폰에서는 건강 데이터로 보내기 등의 과정을 몇 번 거치면서 데이터가 정확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톤플러스 액티브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계륵’이다. 좋은 건 알지만, 이 좋은 느낌을 누리기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가령 스마트폰을 LG전자 스마트폰으로 바꾼다든지 말이다. 하지만 V20과 연결해서 썼던 기간동안 톤플러스 액티브는 여태까지 썼던 넥밴드 블루투스 이어폰 중에서 가장 내 마음을 많이 뒤흔들어놨음을 밝혀야겠다. 그러니까 조금 말을 바꾸자. 그냥 닭갈비가 아닌 아주 맛있는 닭갈비로.
이 리뷰에 쓰인 LG 톤플러스 액티브는 LG전자로부터 받았으며, LG전자의 어떠한 가이드라인 없이 글쓴 이의 주관에 의해 평가하고 작성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