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Network Attached Storage)는 네트워크에 붙여 쓰는 저장 장치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 의미를 네트워크 스토리지 업체 시놀로지가 재정의했다. 네트워크(Network),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스토리지(Storage)로 나눈 것이다. 이러한 정의를 설명한 것은 지난 10월 26일 ‘시놀로지 2017’ 행사에서다. 2017년에 주력으로 판매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공개하면서 이 같이 정의한 시놀로지는 종전 개인용, 중소기업용 NAS를 넘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네트워크(Network) 파트에서는 네트워크 관련 제품이 등장했다. 새롭게 공개된 제품으로는 랙 마운트 폼팩터를 갖춘 올 플래시 NAS인 FS3017과 네트워크 라우터 RT2600ac가 있다.
플래시스테이션(FlashStation) FS3017은 랙 마운트 폼팩터를 갖췄다. 랙 마운트는 대규모 서버를 구축할 때 쓰는 규격으로 랙 캐비넷에 가로로 끼울 수 있는 폼팩터다. 이미 시놀로지는 랙 마운트 제품으로 RS라인을 판매하고 있으나, 이번 제품은 플래시드라이브를 이용할 수 있어 새로운 라인인 FS라인을 공개했다.
FS3017에는 SSD 24개를 넣을 수 있다. 가정용으로 흔히 쓰이는 기존 시놀로지 NAS는 하드디스크(HDD)를 이용했다. DS(DiskStation)라는 제품명이 붙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HDD는 용량당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속도가 SSD와 비교하면 많이 떨어졌다. FS3017은 성능면에서만 따져보면 하드 기반 NAS보다 다섯 배 빠른 속도를 갖췄다고 한다.
SSD 24개를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내부에는 인텔 제온 CPU가 탑재됐고, 메모리도 최대 512GB까지 확장할 수 있다. 대용량 파일 처리 등에서 처리속도가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이용자에게는 와 닿기 어려운 제품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서버를 운용하는 IT 관리자에게는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공유기로 알려진 네트워크 라우터는 외부 네트워크와 내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RT2600ac는 뛰어난 속도와 동시에 강력한 보안을 갖춘 네트워크 라우터다. 시놀로지가 라우터를 공개하는 게 처음은 아니다. RT1900ac라는 라우터를 공개했고, 이번이 두 번째 제품이다. 4개의 안테나를 탑재했고, 3대 기기까지 지원하는 MU-MIMO(Multi-User Multiple Input Multiple Output) 기능도 갖췄다.
하드웨어 말고도 소프트웨어도 발군이다. DSM이 NAS 전용 소프트웨어였다면 이번에는 SRM이라는 시놀로지 라우터 매니저라는 라우터 전용 소프트웨어가 들어갔다. 유저 인터페이스는 DSM과 유사하다. 파일 스테이션, 패키지 센터 같은 DSM에서 지원하는 기능도 고스란히 지원한다.
파일 스테이션을 어디에 쓰냐고? RT2600ac 뒤에 있는 USB 단자에 저장 장치를 연결하면 저장 장치 내부 파일을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몇 가지 기능만 갖춘 미니 NAS가 이런 모습일 테다. 일반 NAS가 부담스럽다면 RT2600ac에 외장 하드를 연결해 NAS의 편리한 맛을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되겠다.
SRM의 특징 중 하나는 VPN 플러스라는 패키지다. 이는 인터넷 브라우저만으로 내부망에 연결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 패키지다. 외부에서 회사 내부 네트워크에 연결하려면 플러그인이나 전용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할 때가 있는데, VPN 플러스는 인터넷 브라우저만 있으면 쉽게 접속할 수 있다. 별도 지원하는 SSL을 이용하면 네트워크 드라이브로도 연결할 수 있어 쉽고 빠르게 내부 네트워크 파일에 접근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에서는 시놀로지의 협업 스위트가 공개됐다. 지난 시놀로지 행사에서 NAS 내부에 메일 서버를 구성하고 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메일 플러스(Mail Plus) 등이 공개됐는데, 이번에는 문서를
수정할 수 있는 문서(Documents), 스프레드시트(Spreadsheet), 내부 인스턴트 메신저인 챗(Chat)까지 포함돼 하나의 패키지가 됐다.
특히 눈이 가는 서비스는 챗(Chat). 내부망에서 쓸 수 있는 메신저 서비스로 외부에서는 전용 앱을 통해서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 UI를 보면 채널 등이 따로 존재하는 등 협업 메신저 도구인 슬랙(Slack)이 생각나는 구조다. 슬랙은 다양한 서드파티 제품군의 지원으로 대표적인 협업 도구로 성장할 수 있었다면, 챗 역시 웹후크 등으로 다양한 기능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모든 데이터를 내부망에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 프라이빗 클라우드(Private Cloud) 서비스의 장점인 만큼, 시놀로지 협업 스위트를 이용하면 민감한 자료를 모두 내부에만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데이터 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스토리지(Storage)에서는 시놀로지의 퍼블릭 클라우드(Public Cloud) 서비스인 시놀로지 클라우드2(Synology Cloud2)이다. 이는 다시 말해 아마존 클라우드 같은 대용량 클라우드를 시놀로지가 직접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시놀로지는 여태까지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다양한 퍼블릭 클라우드를 연합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기존 퍼블릭 클라우드의 아쉬운 점이 있어 시놀로지가 직접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런 흐름은 예상할 수 있는 흐름이다. 다른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데이터 활용의 용이성을 바탕으로 자사의 다른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른바 올인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인데, NAS에 집중하고 있는 시놀로지로서는 부담스러운 흐름이었을 것이다.
아직 얼마만큼의 용량을 제공할 것인지, 가격은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 결정되진 않았다. 이용자는 시놀로지 클라우드2에 15분 단위로 스냅샷을 저장하고, 이를 바로바로 복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서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데이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에 공개한 시놀로지의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 그리고 전략 발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서버, 그러니까 중소기업 이상의 기업용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시놀로지가 지원하는 협업 기능 등은 개인 이용자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기능을 원하는 기업 단위 이용자에게 매력적인 부분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롭게 시작하는 고객지원 서비스로 SRS(Sinology Replacement Service)가 올해 안에 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서비스는 서버에 연결하는 랙 유닛이 고장 났을 때, 고장 접수 즉시 새로운 랙 유닛을 발송하는 서비스라고 한다. RS라인 이용자가 대상인 서비스인데, 랙 유닛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RS라인 이용자는 대다수가 기업 고객이라는 것을 보면 이 역시 어떤 이용자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NAS 신제품뿐만 아니라 라우터, 새로운 서비스까지 공개하면서 시놀로지는 NAS에만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제 남은 것은 시장의 평가다. 시놀로지의 2017년은 시놀로지에게 무척 바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