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13년에 야심 차게 출시한 ‘맥 프로’가 리프레시되지 않은지 오늘로 1057일이 지났습니다. 하드웨어 스펙과 성능에 민감하고, 다재다능함을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는 웍스테이션급 컴퓨터임에도 장장 3년 동안 아무런 업데이트 없이 마냥 방치되고 있죠. 심지어 신제품 루머는커녕, 단종을 암시하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맥 프로 후속 모델을 기다리는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애플이 정말 맥 프로 라인업을 없애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목소리를 잘 대변하고 있는 마르코 아멘트의 ‘맥 프로 없는 세상(A World without the Mac Pro)’이라는 글을 소개해 드립니다. 인스타페이퍼의 창시자이자 텀블러 공동창업자이며, 앱 개발자로 애플 커뮤니티에선 상당히 잘 알려진 인물이죠. 오랜 맥 프로 유저로서 다른 맥에서 찾을 수 없는 맥 프로만의 장점을 7가지로 정리했는데, 1300회 가까이 리트윗된 동시에 여러 매체에 인용되는 등 호응이 뜨겁습니다.
새로운 맥 프로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 얼마나 애석한 상황인지 이유를 들어봤다.
프로 구매자들은 애플이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하드웨어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물론 어느 정도의 융통성은 있어서, 지난 몇 년간 새로운 CPU 아키텍처와 단자 변경, 성능 변경, 가격 변화, 그리고 느린 신제품 출시 페이스에 적응해 왔다.
5K 아이맥은 진정 훌륭한 컴퓨터다. 애플이 그동안 선보인 다목적 데스크탑 컴퓨터 가운데 단연 최고다. 아이맥은 맥 프로에 대한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했고, 많은 이들이 5K 아이맥과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맥 프로만이 가져다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1. 4개 이상의 코어
해가 지날 수록 개별 코어의 성능 향상 폭이 줄어들고 있고, 이 때문에 오늘날의 최신 프로세서는 몇 년 전에 비해 크게 빨라지지 않았다. 만약 비디오와 사진 편집, 3D, 과학, 의학, 소프트웨어 개발 영역에서 흔히 쓰이는 병렬 처리에서 메인스트림급 CPU를 뛰어넘는 성능을 얻으려면 더 많은 코어를 추가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맥 프로는 전문가들이 수용할 수 있는 비용 안에서 8개 코어를 쉽게 탑재할 수 있고,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10개 또는 16개, 더 쥐어짜면 22개까지 코어를 확장할 수 있다. 아이맥의 속도가 16코어 제온을 따라잡으려면 10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2. 하이엔드 그래픽
맥 라인업 가운데 오로지 맥 프로만이 전문가급 데스크탑 GPU를 수용할 수 있는 내부 공간과 열 배출 능력, PCI 익스프레스 대역폭을 갖고 있다. (그래픽 성능이) 게이머와 게임 제작사, 시각 효과 개발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얼마의 비용이 들든 가장 빠른 하드웨어를 필요로 하는 프로 구매자들의 물결이 몰려 올 텐데 애플은 이들에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3. 더 많은 RAM
새로 나온 맥북프로는 최대 16GB까지, 아이맥은 애플을 통해 최대 32GB까지, 애프터마켓을 통해 최대 64GB까지 RAM을 확장할 수 있다. 3년 전에 출시한 맥 프로는 최대 128GB까지 RAM을 확장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 영역은 컨슈머와 모바일 프로세서가 지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RAM을 필요로 한다.
4. 두께로부터의 해방
높은 코어 수의 CPU와 강력한 GPU는 케이스 크기와 배터리 용량에 제한을 받는 다른 맥보다 훨씬 많은 전력과 열 관리 능력을 필요하다. 맥 프로는 작을 필요도, 얇거나 가벼울 필요도 없다. 전기도 AC 어댑터에서 공급받으면 그만이다. 소형화와 경량화는 다른 맥이 잘하고 있으므로 맥 프로는 크기에 대한 제약에서 자유롭다.
5. 정숙성
12인치 맥북을 제외한 거의 모든 맥과 다르게 맥 프로는 지속적인 고부하 작업을 하더라도 대부분의 실내 환경에서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발열에 대한 영리한 설계와 크기 덕분에 거대한 히트싱크를 수용할 수 있고, 대형임에도 회전 속도가 낮은 팬으로 부품을 냉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음향 스튜디오나 비디오 편집 환경뿐 아니라 (사무실 동료를 포함한) 모든 사용자에게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맥 중에서 오로지 맥 프로만이 높은 작업 부하를 우아하게 처리할 수 있다.
6. 신뢰성과 수명
맥 프로에 탑재된 웍스테이션 ‘제온 CPU’와 ‘ECC RAM’은 메인스트림급 부품보다 훨씬 엄격한 허용오차와 오류에 대한 저항성, 오류 수정 능력을 지니고 있다. 부하 큰 작업을 견딜 수 있는 발열 설계 덕분에 냉각 능력또한 우수하며, 이는 결국 긴 제품 수명과 높은 안정성으로 이어진다. 본체와 디스플레이가 분리돼 있다는 것은 한쪽을 자유롭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일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그리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하이엔드급 디스플레이와 컴퓨터에 대한 고객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
7. 다른 맥의 짐을 덜어주다
만약 욕구를 충족할 다른 대안이 있었다면, 전문가들은 신형 맥북프로 라인업에 지금처럼 화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맥 프로는 다른 기종의 최상위 모델에 관한 불만족 사례를 청소하는 역할을 무수히 해왔다. 여기에 따르는 유일한 단점은 비용 문제인데, 전문가들은 그들의 욕구를 절충할 바에 차라리 돈을 더 내는 쪽을 선택한다. 맥(의 높은 생산성과 성능) 덕분에 iOS가 심플해질 수 있었던 것처럼, 탄탄한 맥 프로 라인업은 다른 맥 라인업이 더욱 공격적으로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짐을 덜어줄 것이다.
요약하면,
2013 맥 프로는 출시 당시에는 훌륭한 디자인과 내부 설계, 뛰어난 성능을 갖춘 웍스테이션 컴퓨터였습니다. 또 다른 맥으로는 대체 불가능한 맥 프로만의 장점도 있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장점들이 많이 퇴색했기 때문에 이제 정말 업데이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장점으로 여겨지던 맥 프로의 디자인이 ‘확장성 결여’ 또는 ‘업그레이드의 어려움’이라는 단점으로 그 스스로 옥죄고 있는 형국이라 애플이 형태를 바꾸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애플이 신제품 출시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
마르코 아멘트는 애플만이 맥을 만들고, 또 맥만이 macOS 운영체제를 구동할 수 있기 때문에 애플이 전문가들의 욕구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안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리고 맥 프로와 macOS만이 제공하는 장점 때문에 맥 플랫폼에 찾아 왔고, 플랫폼을 같이 세웠으며, 또 그 플랫폼에 오래 머문 것이라면서 애플에 맥 프로의 명맥을 유지해 달라는 호소로 끝을 맺습니다.
맥 프로의 현 상황과 실제 사용자들의 생각을 잘 정리한 글인 것 같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원문을 한 번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참조
• Marco.org – A world without the Mac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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