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은 내겐 멀게만 느껴졌다. HTC 바이브나 오큘러스 리프트는 너무 비싸고, 두 기기를 돌릴 PC도 없으며, 그 장치를 둘만한 공간도 없어서다. 모바일 솔루션 가운데 그나마 기어 VR이 가장 나은 편이었지만, 나는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않았으므로 제대로 체험할 기회는 없었다. 구글 카드보드는 맛보기로 좋았지만, 한계는 뚜렷했다. 내 과거에 비춰 볼 때 구글 픽셀 스마트폰과 함께 출시한 데이드림 뷰는 내게 있어 처음으로 가상 현실을 제대로 경험하게 해준 첫 장치다.
다만 PC용 VR을 여러 차례 체험해본 뒤 눈은 높을대로 높아진 터라 구글이 내놓은 모바일 VR 솔루션이 얼마나 기대치를 채울지 궁금하긴 했다. 그런 기대가 없었다면 나는 픽셀 XL을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데이드림 플랫폼에서 VR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것도 픽셀 XL을 구입하려는 내게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으니까. 이쯤 되면 무조건 좋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어느 한 부분도 기대를 채우지 못하면 곧바로 쓰레기라 불러버릴테니까.
외관
이미 알려진 만큼 다른 VR 헤드셋과는 다른 아주 캐주얼하고 편안한 디자인이다. 전체적인 재질은 부드러운 천으로 덮었고, 얼굴이 닿는 패드만 따로 떼어내서 깨끗이 씻을 수 있다. 스마트폰을 수납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딱딱하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착용감은 아주 부드러운데 뒷면에 있는 끈 조절을 적당하게 당겨 고정시킬 수 있다. 눈앞에 착용하면 밑 코 부분에서 빛이 들어오는 것 빼곤 빛이 새들어오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수납하는 부분은 다른 스마트폰과도 호환되도록 당겨서 조절할 수 있다 케이스를 씌운 픽셀 XL도 VR 체험에 문제는 없었지만 커진 부피와 무게 때문에 벗기는 게 낫다. 어차피 거치대 안에 고정해부는 부분이 단단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빠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케이스 없이 픽셀 XL을 넣고도 데이드림 뷰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지고 오래 착용해도 목이 아픈 느낌은 없었다.
그와 함께 컨트롤러와 팔목에 걸어 고정시킬 수 있는 줄이 동봉되어 있는데 컨트롤러는 스마트폰이 데이드림 뷰 안에 거치된 게 아니면 그 안에 수납할 수 있다. 컨트롤러 자체는 터치패드 버튼, 어플리케이션 버튼, 홈 버튼, 옆면에 위치한 볼륨 버튼으로 되어 있고, USB-C 단자로 충전할 수 있다. 컨트롤러는 최대 12시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냥 쓰지 않을 때 충전해둬야 한다. 컨트롤러 디자인은 무난하지만 재질은 저렴한 플라스틱 느낌이다. 막상 사용하면 눈은 화면만 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첫인상
데이드림 뷰를 쓰기 전에 픽셀 XL에 데이드림 앱을 설치해야 한다. 데이드림 뷰 거치대 부분을 연 후 픽셀 XL을 올려다놓으면 덮개의 NFC 칩이 인식해 자동으로 데이드림 앱을 실행한다. 스마트폰 덮개를 고리에 건 뒤 머리에 고정시키면 첫 단계는 끝난다. VR을 본격적으로 체험하기 전에 거쳐야 한 마지막 단계가 있는데 컨트롤러의 홈 버튼을 누르고 몇 초 대기하면 화면이 지금 바라보는 각도를 중심으로 옮겨진다. 나중에 움직이더라도 다시 원위치 시키고 싶다면 같은 방법으로 홈 버튼을 누르면 된다.
처음 사용한다면 안에 탑재된 튜토리얼이 자동으로 시작된다. 이는 컨트롤러 사용법을 확실히 익히기 위한 단계로 터치패드를 이용해 움직이거나 클릭하고 앱 버튼과 홈 버튼 사용방법을 배운다. 또한 컨트롤러 움직임에 익숙해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단계이기도 하다 튜토리얼 안에서는 나뭇가지를 던져 여우에게 물어오게 한다던가 컨트롤러를 손전등으로 써서 어둠 속에 숨어있는 동물을 찾는 등 꽤 다양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 튜토리얼이 끝나면 홈 화면을 볼 수 있는데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VR 앱을 받아 다른 컨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사용성
어느정도 익숙해진 데이드림 뷰는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안정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나 뿐만 아니라 테스트를 위해 도와준 친구들도 기본적인 튜토리얼을 거쳐 컨트롤러 사용법을 익힌 후에 다른 앱을 사용할 때 전체적으로 큰 문제없이 컨텐츠를 즐기고 빠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헤드 트래킹은 기어 VR처럼 추가 센서가 탑재되지 않았음에도 매우 자연스러웠고 5.5인치 액정을 탑재한 픽셀 XL 덕분인지 시야각 또한 만족스러웠다. 다만 바이브나 오큘러스에 익숙한 나에게 화질은 완벽하게 만족을 주진 못했지만. 안경을 쓴 상태에서 착용해도 큰 불편함이 없는 점도 큰 장점이다.
다만 컨트롤러의 모션 센서가 가끔 원하는 위치로 움직이지 않거나 심하게 오작동 할 때가 있는데 홈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포인터를 원위치 시킬 수 있다. 체험하면서 큰 문제라고 느끼진 않았다.
컨텐츠
굳이 데이드림 뷰를 사용하지 않더라고 일반 플레이 스토어에서도 데이드림용 앱을 받을 수 있지만 일일히 검색해야 하므로 되도록이면 이 안에서 앱을 다운로드 하는 게 편하다. 지금은 선택할 만한 앱이 별로 없다. 이 중 무료도 있지만 게임은 대부분 유료다. 출시 전부터 홍보의 일부분이었던 신비한 동물 사전 게임은 무료, 그 외 무료로 체험할만한 앱이 몇 가지가 있다. 내가 체험해본 앱 소감은 간략하게 적어본다.
신비한 동물 사전: 컨텐츠 자체는 길지 않다. 하지만 컨트롤러를 지팡이로 사용해 VR+컨트롤러의 아주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터치 패드로 장소를 이동하고 제스쳐로 특정 마법 주문을 걸 수 있다.
VR Karts Sprint: 말 그대로 카트 게임이다. 컨트롤러를 가로로 두 손으로 잡고 제스쳐로 핸들 조작, 터치패드로 가속, 앱 버튼으로 아이템을 쓸 수 있다. 개인적으로 유일하게 현기증을 느낀 게임이었는데 그만큼 몰입도도 훌륭했다. 무료 게임이지만 데모 버젼만 체험할 수 있고 그 외 컨텐츠는 유료로 구입해야 하는데 데모를 해보고 바로 구입했다.
Wonderglade : 4개의 미니게임을 즐길 수 있는 무료 게임이다. 골프나 레이싱 등 컨트롤러의 모션 센서를 활용한 게임들로 채워져있는데 아마 데이드림을 처음 사용한다면 반드시 받아야 할 게임이 될 것 같다.
Hunters Gate : 던젼앤드래곤의 VR화. 3D맵을 머리 움직임으로 한 눈에 볼 수 있고 컨트롤러로 캐릭터를 움직인 뒤 모션 센서를 이용해 몬스터를 조준해 공격한다. 유료지만 무척 재미있었고 역시 데이드림 플랫폼을 잘 활용한 게임이다.
현재 약 25개의 앱을 데이드림 뷰에서 아용할 수 있는데 이 중 눈에 띄는 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올해 말까지 앱 50개를 런칭한다고 하는데 한 달 반도 안 남은 이 시기에 그게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이 약속이 이뤄지길 바란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앱들은 충분히 재미가 있지만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지만 많이 부족하다.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가능성
나에게 데이드림 뷰는 지금보다 가까운 미래가 더 기대되는 제품이자 플랫폼이다. 무엇보다 편안한 착용감과 가벼운 디자인은 모바일 뿐만 아니라 PC용 플랫폼과 비교해도 무난하게 이길 수 있고 여러 스마트폰과 호환된다는 점 또한 장점이다. 물론 지금은 픽셀뿐이지만. 여기에 모션 트래킹이 가능한 컨트롤러 탑재로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비교할 수 없는 우위를 점했다. 하드웨어 추가로 단순히 유투브로 간접적인 느낌으로 큰 화면에 비디오를 보는 게 다였다면 구글 스트리트 뷰에서 도로를 이동할 때도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게임을 즐길 때 다양한 움직임으로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컨텐츠가 더욱 풍족해져야만 더욱 두드러질 수 있는 장점이다. 지금 제공되는 앱들은 데이드림을 맛보기엔 훌륭하지만 다양한 체험을 하기엔 부족하다. 그리고 모션 트래킹 추가로 인해 다른 서드파티 개발사들이 어떤 앱을 출시할지도 솔직히 많이 기대된다. 내가 생각할 수 없는 재미있는 것들을 하루 빨리 체험해보고 싶은 욕심이 크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부족한 컨텐츠가 단점이지만 지금 체험할 수 있는 컨텐츠도 데이드림 뷰를 구입할 이유로 충분하다. 거기에 가격도 저렴하다($79). 문제는 국내에서는 지원하는 기기가 없다는 점. 하지만 조만간 기변할 예정이고 재미있는 장난감 기능을 원한다면 데이드림 지원 스마트폰을 기다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