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아이패드 프로라는 새로운, 그리고 좀 더 생산성에 집중된 아이패드가 출시되었다. 12.9인치 액정과 4개의 스테레오 스피커, 스마트 커넥터 탑재, 애플 펜슬 등 아이패드는 ‘컨텐츠 소비용’이라는 시장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애플의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이었다. 그 후 작년엔 9.7인치 모델이 나오면서 프로 라인이 (아주 살짝) 다양해졌고 나는 출시일 당일부터 아이패드 프로 12.9를 사용해왔다. 내가 이 기기를 구매한 이유는 단순했는데 그 당시 아이폰 6s 플러스 모델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 기기로 글을 쓰는 건 몹시 짜증 나는 일이었고 유일한 컴퓨터였던 맥북프로 레티나 15인치 모델은 너무 크고 무거워서 항상 가지고 다니기엔 제약이 컸다. 그 사이를 메우고 디자인 작업까지 겸하기엔 (그때 생각했을 땐) 아이패드 프로만큼 완벽한 기기는 없었다. 2년 가까이 사용하면서 내 초기 목적과 실제 용도와 사용 빈도를 생각하자면 반은 맞았다. 디자인 일을 가끔 할 일이 있을 때마다 아이패드 프로는 완벽한 스케치용 도구가 되어주었고 브레인스토밍이나 간단한 프로토타이핑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함께 구매했던 스마트 키보드는 편안하다고 할 수 없었고, 한/영 언어 전환은 불편했으며, 스마트 키보드와 실리콘 케이스가 합쳐진 아이패드 프로 12.9는 크고 무겁고 두꺼웠다. 가볍게 가지고 다니기엔 많이 무리가 있었다.
아이패드 프로 10.5가 출시되었을 땐 다른 많은 변경 사항을 제치고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온 건 역시 크기였다. 아이패드 9.7인치 모델보다 조금 더 크지만 베젤을 줄이고 액정을 키워서 10.5인치로 늘렸다. ‘지금 가지고 있는 아이패드 프로는 크기와 무게 때문에 가지고 다닐 때 제약이 있었는데 이 제품이라면 액정 크기가 줄어들겠지만 사이즈와 무게가 줄어드니 오히려 활용도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결국은 아이패드 프로 12.9를 처분하고 아이패드 프로 10.5를 구매했다.
최고의 타블렛
아이패드는 첫 출시 때부터 타블렛의 레퍼런스였다. 아이패드 에어가 출시했을 때는 얇고 가벼워진 무게에 다시 한번 경악했고 아이패드 프로가 처음 선보였을 때는 잡스가 그렇게 혐오하던 스타일러스가 들어가고 스마트 커넥터와 더 커진 사이즈 옵션을 보면서 애플이 정말 때려 박을 수 있는 건 다 넣었다는 인상을 줬다. 그러므로 연장선인 아이패드 프로 10.5 또한 훌륭할 수밖에. 기존에 썼던 12.9인치 모델보다 작아졌는데 액정은 최대한으로 키우면서 휴대성과 활용도가 커졌다. 디자인은 여전히 얇고 (성인 남자가 들기에) 적당한 무게다. 다만 베젤이 너무 얇아져서 세로로 들었을 때 화면 간섭 문제는 가끔 일어나는 건 조금 불편하다.
이미 기존 아이패드 프로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더 놀랄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프로모션이 그걸 해냈다. 이 기능은 이번에 출시한 아이패드 프로(10.5, 12.9)에 탑재된 기능으로 기존 기기들 디스플레이 재생률이 60Hz에 고정되었다면 이 기능을 통해 상황에 맞춰 최대 120Hz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로 인해 기본적인 작동할 때의 효과나 애플 펜슬을 쓸 때 좀 더 빠른 재생률로 더욱 빠릿하고 생생한 느낌을 전해주는데 아이패드 프로를 사용하다가 내 옆의 아이폰 7 플러스를 사용하면 분명히 빠른 기기인데 느리게 느껴진다. 이 기능은 단순히 특정 컨텐츠를 더욱 생생하게 연출 할 뿐만 아니라 동영상 같은 재생률이 빠를 필요가 없는 상황일 때는 그 세팅에 맞춰 배터리를 절약하는 방법으로도 사용된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애플 펜슬
이번에 새로운 아이패드의 프로모션이 발표되면서 애플이 가장 집중적으로 이야기했던 부분은 애플 펜슬의 반응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애플 펜슬 하드웨어 자체는 전혀 변하지 않고 단순히 디스플레이 기술만으로 이루어냈는데 느낌상으로 비교했을 때 1세대 아이패드 프로보다 조금 더 빨라진 것 같긴 하지만 기존에도 충분히 빨랐기 때문에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닌 단순한 브레인스토밍이나 프로토타이핑 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정말 전문적으로 그리는 분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스마트 키보드
아이패드 프로 12.9를 판매하면서 같이 사용하던 스마트 키보드도 같이 팔았었는데 10.5인치 제품을 구매하면서 다시 이 악세사리를 구입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 기존 아이패드는 너무 크고 무거웠으며 두꺼웠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스마트 키보드 때문이었고 키감도 좋지 않은데 아이패드에서의 문서 입력 환경이 그다지 좋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종 글을 쓰기도 하고 아이패드 프로를 거치할 방법이 필요했기에 없어선 안 될 것 같아 결국 다시 주문하고 사용하고 있다.
짧게 이야기 하자만 전보다 훨씬 좋다. 하지만 이는 하드웨어가 좋아졌다기보단 소프트웨어 변화에서 느껴지는 부분이다. 지금 아이패드 프로 10.5에 iOS 11을 올려 사용하고 있다. 기존 아이패드 프로와 스마트 키보드를 사용하면 언어를 변경 할 방법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다국어 키, 또 다른 하나는 컨트롤 + 스페이스 단축키였다. 예전에 소프트웨어 문제로 언어 전환 키를 누르고 바로 입력을 시작하면 언어가 바로 바뀌지 않고 다시 되돌아가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피하려면 키를 누르고 언어 변경 창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흐름에 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스트레스로 아이패드에선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다행히 이 문제는 현재 iOS 10에서도 없어졌다고. 그 외에 키감은 전보다 조금 더 나아진 것 같지만 큰 변화는 아니다. 여전히 납작하고 12.9인치 키보드에 비하면 당연하게 키가 조금씩 작아졌지만 불편하지는 않다. 여전히 키보드 백릿이 없다는 건 큰 단점 중 하나다. 하지만 별도로 블루투스 키보드와 거치대를 가지고 다니기 귀찮다면 이 악세사리는 어쩔 수 없이 구매해야 할 것 같다.
아이패드 프로 가죽 파우치
아이패드 프로 10.5를 출시하면서 애플의 새로운 악세사리 몇 가지도 같이 나왔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아이패드 프로 가죽 파우치다. 나는 토프 색상을 선택했는데 지금까지 구매한 애플 가죽 악세사리 중 가장 부드럽고 고급스럽다. 파우치는 아이패드뿐만 아니라 애플 펜슬 수납공간도 있어 두 제품을 같이 가지고 다닐 수 있어 편하다(이와 함께 애플 펜슬만 수납할 수 있는 파우치를 따로 판매하고 있다). 파우치에 스마트 키보드를 붙인 아이패드를 수납할 수는 있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가죽이 분명히 늘어날 것 같아 추천하진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스마트 키보드는 따로 옆에 붙여서 들고 다니는 데 불편함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 키보드 수납 문제만 제외한다면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만 필요한 디자이너들에겐 이 악세사리는 (비싸지만)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컴퓨터로서의 아이패드 프로
WWDC ‘17에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발표된 iOS 11은 아이패드를 위한 업데이트다. 하지만 현재 개발자 베타와 퍼블릭 베타를 진행 중이라 가을 정식 출시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은 상태. iOS 11과 아이패드 프로 10.5에 대한 글은 따로 정리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iOS 11과 함께 공개된 아이패드 프로 10.5를 iOS 10 기준으로 다루고 싶진 않으니 간략하게 적어본다.
내가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했던 이유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15인치 맥북프로가 너무 크고 무거웠기 때문이었다. 간단한 워드프로세싱이나 웹서핑, 등은 아이패드에서 처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iOS 10은 이런 간단한 작업을 수행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 iOS 11은 많이 나아졌다.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멀티태스킹은 눈이 부실 정도로 좋아졌지만 완전히 만족스럽진 않다. OS X 방식으로 변한 독은 아이패드의 생산성을 확실히 증가시켜준다. 내가 좀 더 자주 사용하는 앱을 바로 실행하고 멀티태스킹(스플릿 뷰 등)으로 돌릴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그리고 Files 앱으로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 액세스뿐만 아니라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를 Finder나 파일 탐색기를 쓰는 것처럼 쉽게 액세스할 수 있고 작업할 수 있게 되어 오랜 iOS 유저의 불만을 해소해줄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드래그 앤 드랍은 멀티태스킹 중일 때 작업 속도와 편의성을 훨씬 빠르게 올려줄 수 있다.
iOS 11에선 아이패드에서 하던 작업을 몇 단계 이상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게 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다고 바로 넘어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특정 작업을 하면서 랩탑 없이, 큰 불편함 없이 아이패드에서 작업할 수 있게 되었다. iOS 11이 발표됨과 동시에 새로운 기능들을 활용할 수 있는 앱들도 많이 기대되는데 WWDC에서 시연한 Affinity Photo로 아이패드만으로 내가 원하는 사진 편집은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기기에서 하고 싶은 작업과 그에 맞는 앱을 사용한다면 기본적인 사용성 문제로 컴퓨터로 돌아가는 경우는 줄어들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판매 중인 어느 랩탑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성능에 소프트웨어 때문에 컴퓨터 때문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건 아주 안타깝다.
완벽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아이패드 프로는 이미 매우 빨랐고 훌륭했다. 그 제품에 새로운 하드웨어와 기능을 넣고 출시했으니 아이패드 프로 10.5 하드웨어에 대한 뭐라 불만이 있을 리가. 악세사리마저도 너무 좋다. 애플 펜슬은 내가 그림을 그릴 때 정말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고 가죽 파우치는 슬림함은 유지하면서 두 기기를 동시에 가지고 다닐 수 있어 너무 편하다. 다만 스마트 키보드는 장단점이 공존하는 지라 제외.
아쉬움은 소프트웨어 몫이다. 기본적인 타블렛으로서는 충분히 좋지만 벤치마크 돌리면 다른 맥북보다도 성능이 좋게 나온다. 지금까지 애플의 소프트웨어 제약 때문에 컴퓨터처럼 활용하지 못했다면 iOS 11은 훨씬 더 유연하고 익숙한 방법으로 작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노력을 해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건 변하지 않을 것이고 어느 컴퓨터보다 빠른 이 기기를 다른 컴퓨터처럼 활용할 수 있는 날까지 이 불평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