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무성했던 코드명 ‘켄타로스'(Centaurus)로 알려진 마이크로소프트의 듀얼 스크린 폼팩터 PC가 10월 2일 서피스 이벤트에서 정말 등장할 것인지 반신반의하며 중계를 지켜봤다. 마침내 곧 출시할 제품의 공개를 마친 뒤 진지한 태도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소문은 소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했다. 소개 영상이 흐르고 그 끝에 하나의 이름이 남겨졌다. ‘서피스 네오'(Surface Neo)였다.
사실 서피스 네오는 어쩌면 여러 PC 제조사에서 준비하는 듀얼 스크린 폼팩터의 좋은 예제 가운데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이 듀얼 스크린 폼팩터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는 오래 전 ‘꾸리에'(Courier)라 부르던 상상의 산물이 현실로 등장한 때문일 것이다. 꾸리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기획했던 듀얼 스크린 태블릿으로 펜과 터치를 이용해 다양한 작업에서 온갖 디지털 재료를 손쉽게 자르고 붙이는 제품이었다. 컴퓨팅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가장 강력한 예제였던 꾸리에는 애석하게도 기술력과 임원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폐기된 상황이었다. 서피스 네오라는 이름으로 공개되기 전까지 말이다.
서피스 네오는 아직 완전하게 갖춰지지 않은 시제품이지만, 기본 틀은 갖췄기에 공식 무대에 데뷔했다. 2개의 9인치 터치 스크린을 갖고 있는 서피스 네오는 각각의 화면을 따로 쓸 수도 있고, 두 화면을 하나의 앱이 공유할 수도 있으며, 화면 하나를 뒤로 360도 접어 태블릿으로 쓸 수 있다. 화면을 완전히 폈을 때 두께는 5.6mm로 얇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쓰는 것은 아니지만, 두 화면을 쓸 때 화면 크기는 13인치. 이번 시제품은 11세대 인텔 그래픽 엔진을 내장한 인텔 레이크필드 프로세서를 채택했으나 배터리나 램, 저장 공간 등 모든 구성이 제품 출시 때 바뀔 가능성이 높다. 서피스 네오 시제품의 무게는 655g이다.
그런데 서피스 네오는 분명 눈여겨 볼만한 하드웨어지만, 사실 그보다 흥미로운 부분은 운영체제인 ‘윈도 10X'(Windows 10X)다. 윈도 10X는 윈도 10을 두 가지 목적으로 변형한 윈도 10 버전이다. 듀얼 스크린이라는 폼팩터와 모바일 경험을 강화한 소형화된 PC를 위한 운영체제다. 윈도 10이 전통적인 PC와 노트북, 그리고 투인원 폼팩터에 맞는 기능 및 이용자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다면, 윈도 10X는 더 가볍고 넓은 화면을 활용할 새로운 PC 폼팩터의 시대를 대비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듀얼 스크린 폼팩터에 맞는 운영체제를 내놓게 됐을까? 일단 서피스 네오와 같은 듀얼 스크린 PC는 그 이전에도 시제품들이 나왔다. 에이수스가 프로젝트 프리코그라는 듀얼 스크린 노트북을 컴퓨텍스 2018에서 처음 공개한 데 이어 레노버를 비롯한 HP, 델도 듀얼 스크린 폼팩터의 PC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인텔이 차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듀얼 스크린 폼팩터 제품군의 개발을 지원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싣기 시작한 스마트폰과 달리 훨씬 큰 화면을 얹어야 하는 특성상 소비자 가격이나 제조 여건을 고려해 듀얼 스크린을 먼저 시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문제는 몇몇 듀얼 스크린 노트북에 기존 윈도 10을 얹었으나 윈도 10이 듀얼 스크린 폼팩터 환경을 고려해 설계한 운영체제가 아닌 탓에 제대로 된 경험을 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두 개 화면에 맞춰 이용자 경험을 고려한 기능이나 변화를 담아야 하는데, 윈도 10은 터치 스크린에 대한 고려만 되어 있지 듀얼 스크린 환경은 고려되지 않았다. 운영체제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PC 제조사가 직접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하드웨어 설계와 제조에 탁월한 제조사에게 있어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마이크로소프도 기존 윈도 10에서 듀얼 스크린 폼팩터를 지원을 추가할 경우 운영체제의 지원 범위가 넓어지고 관리도 어려우므로 결국 동일한 윈도 코어 위에 모듈식으로 듀얼 스크린에 맞춰 변화를 준 윈도 10X를 선보인 것이다.
윈도 10X의 가장 큰 변화는 크게 보면 두 가지 정도일 듯하다. 먼저 데스크톱 중심 인터페이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수많은 앱과 데이터의 아이콘으로 가득 채웠던 데스크톱 화면 대신 아주 간결하게 응용 프로그램과 최근 연 파일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윈도 시작 화면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다. 화려한 라이브 타일도 제거했고 전형적인 작업 표시줄도 없다. 숨겨진 작업 표시줄을 올려 윈도 버튼을 누르면 한쪽 스크린에 앱 및 최근 파일에 대한 홈 화면을 연다. 기본적으로 키보드와 마우스가 없는 듀얼 스크린에서 터치 최적화된 새로운 윈도 시작 화면을 만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키보드 입력 환경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키보드 환경을 강화했다. 듀얼 스크린 폼팩터를 내세운 것은 이동 중에도 쓸 수 있는 PC를 만들기 위함이지만, 그 이유만으로 생산성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듀얼 스크린 폼팩터는 한쪽 화면을 바닥에 놓고 다른 화면을 세우면 노트북처럼 쓸 수 있는 구조다. 단지 터치 키보드로는 물리 키보드를 대신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이전의 듀얼 스크린 장치에서 지적되어 왔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피스 네오에 무선으로 연결되는 물리 키보드를 얹었을 때 윈도 10X가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을 시연했다.
서피스 네오를 통해 확인된 이 기능은 무선으로 작동하는 물리 키보드를 바닥쪽 터치 스크린 위에 올리면 키보드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의 위쪽 또는 아래 남은 디스플레이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다. 키보드를 아래쪽에 배치하면 키보드 위쪽 화면의 여유 공간이 세컨드 디스플레이로 쓸 수 있는 ‘원더 바'(Wonder Bar)로 바뀌고, 키보드를 더 상단에 놓으면 아래 터치 디스플레이가 트랙 패드로 변신한다. 특히 원더 바는 메인 화면의 응용 프로그램을 옮겨서 작은 화면으로 실행하거나 메인 화면에서 실행한 응용 프로그램에서 자주 쓰는 메뉴 또는 옵션을 표시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이 기능은 10인치 이하의 소형 듀얼 스크린 폼팩터의 장치보다 그 이상 크기를 가진 대형 듀얼 스크린 장치에서 유용할 듯하다. 즉, 듀얼 스크린 PC임에도 키보드 입력이 어려워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는 장치의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화면의 여유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듀얼 스크린 PC 폼팩터의 생산성 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능이 윈도 10X에 들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 화면이 두 개인 만큼 배터리를 줄일 수 있는 관리 기능에 대한 강화도 윈도 10X의 핵심 사항 중 하나다.
아직 윈도 10X가 탑재된 제품이 정식으로 출시된 것은 아닌 데다 공개된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더 많은 이야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마이크로스프트가 윈도 10X를 공개한 것은 서피스 네오에서 독점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듀얼 스크린 PC를 만들고 있는 제조사에게 서둘러 제공하겠다는 의미가 더 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10X를 2020년 가을에 출시할 제품에 맞춰 공급할 예정이다. 아마도 각 PC 제조사는 그보다 앞서 윈도 10X에 기반한 듀얼 스크린 PC를 내놓고 경쟁하게 될 것이다. 지금 서피스 네오가 보여준 가능성에 놀랐을 테지만, 듀얼 스크린 PC라는 새로운 폼팩터가 현실이 되는 날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