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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형 VR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 첫 느낌은…

꽤 오랫 동안 오큘러스 리프트를 쓰다보니 선을 없앤 6 자유도의 가상 현실 헤드셋에 대한 경험이 궁금했더랬다. 비록 통합된 하나의 케이블로 헤드셋과 연결했음에도, 그 선으로 공간 안에 묶여 있는 불편함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오큘러스가 프로젝트 산타크루즈라는 6 자유도 무선 헤드셋 프로토타입을 공개했을 때 기대를 많이 했고, 실제 오큘러스 퀘스트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이후 이를 손에 넣기 위해 서둘렀으나 한동안 기회를 미뤄야만 했다.

조금 늦었으나 며칠 동안 오큘러스 퀘스트를 머리에 얹고 다양한 실험을 하는 중이다.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릴 만큼 충분히 써본 상황은 아님을 전제로 지금까지 경험을 종합해 보면 오큘러스 리프트 경험자들에게 장점과 단점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헤드셋이라는 점이다. 다만 앞으로 언급할 단점 부분에 대해 오큘러스 리프트를 쓰지 않은 이들에게 단점은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을 부분일 수도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왼쪽)와 오큘러스 퀘스트(오른쪽).

기본적으로 오큘러스 퀘스트는 외부 장치에 연결할 필요가 없어 상자에서 꺼내 전원을 켜고 곧바로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앱 장터나 관리를 위한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한 뒤 기본 공간을 설정하는 작업은 해줘야 한다. 전원 및 데이터 전송을 위한 USB-C 케이블의 길이는 3m 정도라 만약 전원 어댑터와 가까운 곳에서 쓴다면 그냥 전원 케이블을 꽂은 채 써도 무방하다. 단, 배터리 소모 없이 오랫 동안 쓸 수 있으나 선 없는 자유는 누리기 어렵다.

오큘러스 퀘스트를 기존 오큘러스 계정과 연동해 등록할 수 있다. 허나 리프트와 퀘스트의 스토어가 분리되어 있어 기존 리프트에서 구매한 콘텐츠가 같은 이름으로 퀘스트쪽 스토어에 있어도 다시 구매해야 한다. 퀘스트만 쓰는 이용자에겐 큰 불만이 아니지만, 이미 리프트를 쓰고 있던 이용자에게 이중 지출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아쉬울 수밖에 없다. 다만 이 문제는 곧 공개될 오큘러스 링크 공개 베타 서비스에서 해소될 듯하다. 오큘러스 링크는 오큘러스 퀘스트를 PC에 연결해 오큘러스 리프트처럼 쓸 수 있게 하는 기능이어서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이 이야기는 공개 베타 이후 정리한다.)

오큘러스 퀘스트는 헤드 밴드 연결 부분을 위아래로 조절할 수 있어 탈착이 매우 편하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쓰다보니 오큘러스 퀘스트가 쓰고 벗는 게 너무 편하다. 헤드셋과 연결 부위가 일직선으로 단단하게 고정됐던 리프트와 달리 퀘스트는 연결 부위가 회전되어 헤드셋을 쓰고 벗는데 훨씬 편했던 것이다. 더구나 안경을 쓰기 어려울 만큼 좁았던 페이스 커버를 가진 리프트보다 퀘스트는 페이스 커버도 넓어 안경을 쓴 채로 헤드셋을 쓰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안경을 쓰는 이들을 위한 좀더 긴 페이스 커버를 추가로 제공한 것도 리프트 때보다 나아진 점이다.

다만 리프트에 있던 헤드폰이 오큘러스 퀘스트에는 없다. 리프트는 귀에 헤드폰있는 반면 퀘스트는 헤드폰 대신 내장 스피커가 있다. 내장 스피커 음질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지만, 괜찮다 말하기도 애매하다. 대신 유선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쓸 수 있도록 헤드셋 양옆에 오디오 단자를 넣은 것이 특이하다. 원래 50달러에 판매되는 오큘러스 퀘스트 전용 이어폰은 왼쪽과 오른쪽 단자에 각각 꽂을 수 있도록 케이블이 분리된 형태인데, 굳이 전용 이어폰을 쓰지 않더라도 스테레오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왼쪽이나 오른쪽에 꽂으면 소리는 스테레오로 나온다. 블루투스 기능은 있으나 헤드폰은 연결할 수 없는데, 이에 대한 모드(Mod)를 설치하면 블루투스 헤드폰을 쓸 수는 있다.

오큘러스 퀘스트는 헤드폰이 없는 대신 유선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연결할 수 있는 두 개의 단자가 있다.

컨트롤러의 생김새는 처음엔 조금 어색하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둥근 원이 아래쪽에 있는 반면 오큘러스 퀘스트는 위로 올라와 있어서다. 사실 잡는 안정감이나 작동 방법에서 별 차이는 없는 것 같아도 리프트는 손을 감싸는 형태인 반면 퀘스트 컨트롤러는 그 부분이 전혀 없는 형태여서 실제 다루는 느낌도 조금 다르다.

오큘러스 퀘스트를 쓴 뒤 움직일 수 있는 경계 영역을 만드는 건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오큘러스 퀘스트는 외부 카메라로 공간을 분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실제 공간의 바닥을 지정하도록 외부 모습을 이용자에게 그대로 카메라를 통해 디스플레이로 보여준다. 이렇게 현실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컨트롤러로 지정하면 가상 현실 안에서도 이용자가 지정한 공간이 움직일 수 있는 영역으로 확정된다. 재미있는 점은 다른 방에서 헤드셋을 쓰면 이용자가 미리 지정한 공간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을 인지하고 지정된 영역으로 갈 수 있도록 카메라로 외부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즉, 다른 곳에 있더라도 헤드셋은 특정 공간에 대한 정보를 기억하고 있는 점에서 매우 특이했다. 참고로 오큘러스 퀘스트를 쓰려면 최소 가로세로 2m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오큘러스 퀘스트 컨트롤러(왼쪽)와 오큘러스 리프트 컨트롤러(오른쪽)의 차이.

기본 설정을 마치고 헤드셋을 쓰면 익숙한 홈 화면이 뜬다. 익숙하다는 것의 의미는 기어VR에서 경험했던 것이라서다. 마치 방처럼 생긴 공간 안에 설치된 앱을 확인하거나 앱스토어에 접속해 콘텐츠를 구매하는 경험을 위해 만들어진 비교적 단순한 관리 화면이 떠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사실 오큘러스 퀘스트의 기본 홈은 리프트 홈에 비하면 너무 단조롭다. 물론 기어VR/오큘러스 고보다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점은 나아졌지만, 마치 하나의 집을 꾸미는 것과 같았던 리프트의 홈에 비하면 퀘스트 홈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편이다. 앱을 설치하고 실행하고 관리하는 게 전부. 수많은 가구나 장식물, 가벼운 놀이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이 직접 설계한 홈을 방문하는 재미가 있는 리프트보다 퀘스트의 홈은 이용자가 꾸밀 수 있는 게 전혀 없어 너무 심심하다.

오큘러스 퀘스트 홈(왼쪽)과 오큘러스 리프트 홈(오른쪽)

이 같은 홈 화면의 제약은 아마도 오큘러스 리프트를 쓸 수 있는 PC 환경에 비하면 컴퓨팅의 제약이 큰 오큘러스 퀘스트의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렇더라도 리프트에 비하면 오큘러스 퀘스트는 홈화면에서 맛볼 수 있는 재미가 없다보니 실제 오큘러스 퀘스트를 리프트보다 더 오래 쓰고 있는 일은 적은 듯했다. 앱 실행이 끝나면 홈에서 할 게 없으니 곧바로 헤드셋을 벗을 수밖에 없다.

확실히 오큘러스 퀘스트는 선 없는 6 자유도 헤드셋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높은 완성도를 지닌 것은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오큘러스 리프트 경험자에게 그리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현실에서 선 없는 자유를 말할 수 있으나 정작 가상 현실 안에서 그것을 얼마나 구현해 놓았는지 봐야 해서다. 물론 오큘러스는 퀘스트라는 하드웨어를 제대로 쓰기 위한 환경을 꾸준히 보완할 것이다. 어쩌면 오큘러스 링크가 그 변화를 보여줄 첫 시도일 지도 모르지만, 이 글은 오큘러스 링크 이후에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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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칫솔(PHILSIK CHOI)

직접 보고 듣고 써보고 즐겼던 경험을 이야기하겠습니다.
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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