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제품이니까 많이 부족할 것이다”
“아이폰이 곁에 없으면 대부분의 기능을 쓸 수 없다”
“다른 스마트워치에 비해 너무 비싸다”
“써드파티 앱이 부실하다”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처음 소비자의 손목에 채워질 때도 ‘애플 워치’를 향한 따뜻한 말은 없었다. 나도 예외라 하긴 어려웠다. 그 때는 내게 애플 워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매일 사진을 들여다보고 이야기만 듣던 42mm 애플 워치를 외국에서 가져와 내 손목에 채운 지 벌써 한달의 시간이 흘러서다. 그래서 지난 한달 간의 경험을 몇 자 남긴다. 오늘부터 국내 판매에 들어가는 애플 워치를 두고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서.
누구나 애플 워치를 그냥 시계로 사지 않는 것처럼 나도 애플 워치를 지금이 몇 시인지 확인하는 물건으로 쓰고 싶진 않았다. 일단 애플 워치가 갖고 있는 모든 재주를 모르는 상황에서 맨 먼저 기대했던 것은 ‘알림’ 이었다. 알림은 애플 워치 같은 스마트워치가 왜 필요한지 설명할 수 있는 여러 이유를 갖고 있지만, 실제 내 일상에서 애플 워치의 알림이 가져온 변화는 의외로 컸다.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내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 들었고, 혹시 놓치거나 늦게 확인했던 중요한 연락도 이제는 제때 확인할 수 있었다. 습관처럼 아이폰을 꺼내 보던 버릇이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알림을 확인해도 결국 아이폰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여러 지인이 보낸 메시지의 알림을 애플 워치에서 받은 뒤 애플 워치 만으로 답하려니 그럴 수 없었다. 시리(Siri)를 불러내거나 이용자가 미리 등록해 놓은 기본 응답 문구로 답할 순 있지만, 이마저도 메시지 앱처럼 일부 기본 앱의 기능으로 제한돼 활용 폭이 좁았던 탓이다.
그런데 처음에 기대한 알림보다 지금은 전혀 엉뚱한 변화가 생겼다. 애플 워치를 손목에 채운 이후부터 더 많이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왜 그럴까? 애플 워치는 끊임 없이 주인을 움직이게끔 신호를 보낸다. 일정 시간마다 움직였는지 알려주고 자꾸 활동 앱에서 확인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신기한 기분으로 몇번 활동 앱을 보았을 뿐인데, 지금은 활동앱을 자주 본다. 활동앱의 링을 가득 채우면 결과에 대한 배지를 받는 재미가 쏠쏠한데다 이를 하나씩 채워가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동기를 부여한다.
무엇보다 나처럼 하루의 절반 이상을 앉아서 일하는 이에게 일어서게 만드는 알림은 의외의 매력이다. 1시간을 앉아 있으면 1분 이상 몸을 움직이게 만드니까. 너무 오래 의자에 앉아 일하는 게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 일을 하다보면 꼼짝 없이 2~3시간을 앉아 있던 때도 있었지만, 애플 워치의 소소한 알림 하나가 그 습관을 없애버렸다. 정말 1분 1초가 아까울 만큼 바쁠 땐 그 알림을 무시하고 싶다가도 잠시 일어서는 것만으로 일의 효율이 좋아지는 것을 직접 겪은 뒤 지금은 알림이 오면 움직이려고 노력 중이다. 물론 중요한 회의를 하거나 가만히 앉아 영화를 볼 때 눈치 없이 일어서라는 알림을 받을 때는 반갑지 않다. 그 때는 알림을 꺼둘 수 있다.
그렇다고 애플 워치가 모든 활동에 만능은 아니다. 특히 운동할 때가 그렇다. GPS가 없으니 애플 워치만 차고 나가 움직인 경로를 기록할 수 없고, 운동 기록을 저장할 때 알아서 저장해 주지 않으니 이용자가 버튼을 눌러서 저장해야 한다.
알림이나 피트니스처럼 애플 워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 제품을 선뜻 권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애플 워치에서 다룰 만한 서드파티 앱이 너무 부실한 탓이다. 애플 워치에서 쓸 수 있는 앱은 점점 많아지는데, 앱의 실행이 너무 느려서 답답하다. 워치OS(Watch OS) 1.0.1이 나오면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느려터진 앱 실행속도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어떨 때는 실행과 종료가 자동 반복되는 무한 로딩에 걸려 실행조차 못하는 앱도 있을 정도니까. 기본 탑재된 앱이라고 사정이 나은 것은 아니다.
아이폰과 연결해야만 대부분의 쓸 수 있다 보니 애플 워치에서 필요한 기능을 쓰려면 아이폰에도 앱을 깔아야 한다. 한번에 두 작업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 설치를 해야 하니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그나마 워치OS(Wath OS) 2.0 부터 애플 워치만 앱을 깔아도 실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에 희망을 걸고 있긴 하다.
아이폰이 없으면 제대로 이용하기 어려운 한계, 느린 앱 실행 같은 성능의 문제, 애플 페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쓸 수 없는 기능, 환율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비싼 몸값 등 아쉬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워치 가운데 가장 큰 만족을 준 것이 애플 워치다. 습관을 바꾼 지난 한달 동안 손목에서 한시도 떼어놓기 싫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누구에게나 똑같은 만족을 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아직까지는 고쳐야 할 부분도 많다. 하지만 내년에 나올 2세대까지 기다릴 자신이 있다면 참고 견뎌보기를 권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