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SNL 코리아에나 소개될 법한 이 당황스러운 제품은 ‘여행용 캐리어’다. 똘기 충만한 바다 건너 ‘아오이 소라’의 나라 일본은 오늘도 평화로운 모양이다. 그나저나 일본에서 5년씩이나 네이티브로 공부한 자칭 ‘고급’ 기자에게 이따위를 소개하라는 테크G 편집장도 ‘정상’은 아니다.
도대체 이게 뭐길래 게거품을 물고 편집장 ‘디스’부터 시작했냐면, 케리어의 옆판을 펼쳐 책상으로 쓸 수 있는 ‘노마드 수트케이스’다. 근처 카페에 들어가긴 애매하고 당장 일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을 때 언제나 효율적인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공항 벤치에 앉아 괴로운 표정으로 노트북을 만지는 이들을 위해 태어난 녀석이다.
이런 걸 왜 파는 거야?
건강한 대한민국 국민이면 뇌세포가 떼로 울부짖는 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질 만할테지만, 사실 여러분은 모르는 게 있다. 이것만 있으면 어디서든 우아한 자세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으며, 캠프에 갈 때도 따로 식탁을 챙길 필요가 없다는 것. 어디서나 테이블이 되어주는 ‘노마드 수트케이스’만 있으면 세상 모든 이가 당신의 섬세함에 박수를 보내줄 것이다. 요즘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취미 삼아 하고 있다는 코스프레. 언제 어디서든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을 만질 수 있다.
캐리어로서 제 역할에도 충실하다. 언제나 고고한 자태로 걸어갈 수 있는 4륜 방식에 언덕길에서 멋대로 굴러가지 않도록 잠금장치까지 만들었다. 쉽게 짐을 분리할 수 있도록 칸을 나누고도 널찍한 공간을 자랑하고, 메쉬 포켓에 TSA 자물쇠까지! 여튼 남의 눈에 좋게 보이는 건 몽땅 달아놨다. 거기에 10kg까지 견디는 튼실한 테이블과 80kg를 버티는 쌈박한 의자까지. 이 모든 기능을 담고도 몸무게다 7.15kg 밖에 안나간다. 가격은 단돈 3만6천 엔(32만 원 정도)다.
이런 B급 정서의 제품에 관심이 있다면 이곳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버뜨(But)!
이같은 캐리어가 의외로 일본에서 꽤 쓸모가 많다. 주말마다 공원에서 공연을 펼치는 아마추어 마술사나 코스프레 쇼가 있는 곳에선 어김없이 캐리어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 이런 형태의 가방을 쓰려는 용자가 생각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딱히 용무도 없으면서 캐리어를 질질 끌고 다니는 여자들이 은근히 많은 곳이 일본이다. 딱 한 번, 지인 중에 캐리어를 끌고 돌아다니는 여자가 있어 “넌 왜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거야?”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녀는 “히.미.쯔”(비밀)라고 대답했다. 귀여웠다.
출처:BIBI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