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시간이 있을 때마다 일본 웹을 뒤져가며 뭔가 기상천외한 오덕 문화의 발굴에 심혈을 기울여 왔지만, 요즘 일본의 ‘오타쿠’ 기질이 생각만큼 충만하지 않은 느낌이다. 아마도 최근까지 ‘취업 냉각기’라 불리는 일본 경제가 크게 위축되었던 탓일 게다. 그래도 대졸자 취업률이 크게 올라 구직자가 회사를 골라가는 상황까지 만들어졌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조만간 ‘오타쿠 르네상스’가 펼처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볼 뿐이다.
이렇게 오늘 올려야 할 ‘삐끕’ 이야기를 건너뛴다는 나름의 변명과 함께 오늘은 독자의 예상과 달리 너무나 멀쩡한 녀석을 소개한다. ORVIBO의 ‘무선 랜 스마트 소켓 S20’이다. 이름만 들어도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이름이 정직하다. 한마디로 무선 랜에 연결해 스마트폰으로 다루는 무선 스위치 콘센트다.
쓰임새야 고민하기 나름이지만, 가장 요긴한 부분은 아마 조명일 것이다. 집 안 분위기를 위해 큰맘 먹고 사들인 스탠드 조명들은 대부분 작은 수동 스위치나 발로 밟아 켜고 끄는 스위치를 갖고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무척 귀찮다. 특히 침실이라면, 침대에 누워있다가 잠들기 전에 직접 움직여 스위치를 꺼야하니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이럴때 이런 녀석이 하나 쯤 있다면 조명빨을 받기 위한 수고가 크게 줄어든다.
그런데 이 제품을 국내에서 사려면 5~7만 원을 줘야하는 모양이다. 불편한 진실은 1~2만 원 수준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이다. 물론 ‘알리익스프레스’나 ‘기어베스트’ 같은 중국 인터넷 쇼핑몰을 뒤적인다면 말이다. 대부분 배송비도 무료인데다, 배대지를 따로 쓸 필요가 없다. 배송 기간이 길고 언제 제품을 받을 지 모른다는 것만 빼면!
나라마다 콘센트 모양이 다르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내 220볼트 소켓에 잘 맞는 제품을 골라야하는데, 유럽 규격을 선택하면 당황스러운 순간은 피할 수 있다. 대륙의 제품인데다 해외에서 구매한 제품이라 품질이나 포장이 조금 불안했는데, 생각보다 깔끔한 모습에 살짝 감동했다. 다만 안에 들어있는 구성품은 무척 단촐하다. 영문 설명서와 별 의미없는 보증서, 그리고 스마트 스위치가 전부다. 설명서가 중국어가 아니란 점이 살짝 위안이랄까?
제품의 마감은 상당히 좋은 편이고, 구입한 두 제품 모두 별 말썽 없이 정상 작동했다. 단지 처음 스마트폰과 연결하는 과정이 조금 어렵다. 설명서를 뒤적거리며 만지다보니 소 뒷걸음 딛다 쥐잡은 격으로 어떻게 설정을 끝냈지만 과정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스마트 스위치는 앱을 이용해 조작한다. 구글 플레이에서 ‘WIWO’를 검색하거나 설명서의 QR코드를 읽으면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아이폰을 쓰고 있다면 앱스토어에서 ‘WIWO’를 찾아 설치하면 된다.
앱을 실행하면 처음에 각각 버튼이나 메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대략적인 설명을 해주니 이해하긴 쉽다. 대충 살펴보면 어떤 부분이 무엇을 하는 지는 이해가 되는데 정작 어려운 것은 스마트 스위치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페어링 작업이다.
장치 추가(+표시)를 누른 뒤 집 안에서 쓰는 무선 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스마트 소켓 S20와 공유기를 자동으로 연결하고 스마트폰에 등록한다. 이때 스마트폰은 반드시 와이파이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등록한 뒤에도 항상 같은 와이파이에 연결해 조작해야한다. 무슨 말이냐고?
스마트 스위치는 802.11n까지만 지원한다. 당연히 802.11ac(그리고 5GHz 무선 랜)는 연결되지 않는다. 페어링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2.4GHz 무선 랜로 변경한 뒤 시도하면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출시된 무선 공유기는 2.4GHz와 5GHz를 동시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마트 스위치를 쓰려면 5GHz 무선 랜은 영원히 포기해야한다.
와이파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전 리모컨 스위치에 견줘 쓰는 것은 훨씬 편하다. 적외선 리모컨과 다르게 와이파이만 연결되어 있다면 거리나 장애물에 상관없이 집안 어디서든 스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가구나 소파 뒤, 집안의 후미진 곳에 설치해도 쓰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런데 이름은 그럴싸한 이 제품은 결국 무선 스위치일 뿐이라 별 다른 기능이 없다. 스마트폰을 터치할 때마다 ‘딸깍’거리며 켜지고 꺼지는 버튼을 보니 IoT 제품이라고 주장하기도 뭔가 삐끕스럽기만 하다. 타이머를 설정해서 스스로 켜지고 꺼지는 스케쥴을 만들 수 있다는 정도로 위안을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