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조금 다른 가방들..
다 짊어지고 다니리라..
오늘은 가방이다. 가끔 취미 삼아 가죽 가방을 직접 만들곤 하는데, 선물용으로 원하는 가방을 물어보면 여자와 남자의 대사가 무척 다르다.
여성 : 컬러는 요즘 유행하는 색이 아니라 조금 무난했으면 좋겠어요. 디자인은 OO백 아시죠? 그런 느낌인데, 어깨끈을 조금 짧게…. (중략).. 핸드폰 넣을 작은 주머니..정도?
역시 여성은 컬러와 디자인에 대한 자기 생각이 가장 먼저 튀어나온다. 꽤 구체적이고, 원하는 스타일도 정확하다. 더구나 여성용 가방은 종류와 성격이 꽤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서로 커뮤니케이션도 쉬운 편이다.
남성 : 어.. 제가 노트북하고 태블릿을 둘 다 가지고 다녀야해요. 따로 분리했으면 좋겠고.. 휴대용 배터리, 충전기를 넣을 포켓이랑, 충전 케이블과 이어폰같은 것들은 주머니보다 벨크로로 묶을 수 있도록 만들면 좋겠네요. 분류된 주머니는 많으면 좋겠고…. (중략)… 디자인은.. 뭐 추천 없나요?
우리 남성들 내일 전쟁이 일어나도 한 달은 버티겠다는 심상이다. 들고다니는 물건도 많은 데다 체계적으로 분류되길 원한다. 디자인을 말하는 남성도 더러 있긴 하지만, 생각하는 프로세스 자체가 여성들과는 조금 다르다. 관점에 차이겠지만, 우리 남자들 가방에 욱여넣을 물건이 그리도 많은가 보다.
항상 그렇듯 필요는 새로운 물건의 탄생을 강요하고, 탄생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백팩은 비교적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고, 가방 무게에 견줘 상대적으로 휴대가 편해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동 중에 가방 속에 들어있는 물건을 꺼내기 힘들다는 점이 가장 문제였는데, 괜찮은 아이템이 하나 발견됐다.
PAXIS에서 내놓은 이 물건은 기본적으로 카메라용 백팩이다. 가방 자체가 상단과 하단으로 분리되어 있고, 하단 카메라 포켓은 가방을 메고 있는 상태에서 앞으로 끌어올 수 있는 특이한 재주를 지니고 있다.
허리부근에 튼실한 금속 지지대가 달려있어 듬직하다. 이동 중에 언제든 원하는 타이망에 백팩에 들어있는 물건을 빠르게 꺼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꼭 카메라가 아니어도 좋을 것이다. 전철에서, 버스에서 자주 꺼낼 일이 생기는 물건들을 모아놓고 쓰면 될 일이다.
종류는 18L와 22L 두 종류가 있는데, 무게가 2.3~2.5kg으로 무지막지하다는 점이 다소 꺼림칙하다. 아울러, 가격도 250달러 정도로 싼 편은 아니다. 조금 망설여지는 부분이 없진 않지만, 가방 뒤편으로 손을 넣어 물건 찾는 게 지겨운 이라면 고민해볼 만하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으니 구입은 간단하다.
우리 산코레어샵에서도 세상에 모든 오타쿠를 위한 특별한 백팩 ‘어디서나 앉을 수 있는 륙쿠 플러스’를 내놨다. 륙쿠란 ‘륙쿠삭쿠 (Rucksack)’의 줄임말로 우리가 말하는 백팩을 뜻한다. 혹시 아직도 백팩을 ‘니쿠사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가르쳐주자. 일본의 잔재인 데다 발음도 틀렸다고.
어쨌건 이 녀석은 일반 백팩에 낚시용 의자와 우비을 넣은 쓸데없이 참신한 아이템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편안하게 앉은 수 있는 의자와 우비는 당신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게다가 백팩 등받이의 쿠션을 의자 쿠션으로도 쓸 수 있어 장시간 앉아있어도 엉덩이가 아프지 않아 하룻밤 정도야 끄떡없다.
무게는 1.7kg 수준으로 생각보다 가볍고, 가격도 6천 엔 수준이다. 필요하다면 한 번쯤 가볍게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디자인이 너무 산코스럽다. 모델이 귀여워서 그나마 괜찮지, 우리 아저씨들이 메고 다닌다면 반응이 끔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