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각으로 9월 30일, 구글은 두 개의 새로운 넥서스 스마트폰, 넥서스 6P와 넥서스 5X를 발표했다. 구글 코리아는 넥서스 6P와 5X를 공개한 직후 구글 플레이의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두 제품의 국내 판매가를 공지했다. 넥서스 6P는 67만원(32GB 기준), 넥서스 5X는 50만6천 원(16GB 기준)으로 정했기 때문에 대부분은 두 제품이 국내에 판매될 것으로 믿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금 사전 주문을 받고 있어야 할 두 제품의 구매 버튼이 열어 둔 것은 넥서스 5X뿐이다. 넥서스 6P는 판매를 시작하면 알림을 받을 수 있는 e메일 입력을 위한 버튼만 있을 뿐 실제 예약 주문은 받고 있지 않다.
현재 넥서스 6P는 화웨이가, 넥서스 5X는 LG전자가 제조를 맡고 있다. 구글이 넥서스 이벤트에서 두 제품을 공개하자마자 두 제품의 제조사인 화웨이의 한국 지사인 화웨이 코리아와 LG 전자도 넥서스 6P와 넥서스 5X의 특징을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LG의 보도자료는 화웨이의 보도자료에 없는 내용이 하나 더 있었다. LG 전자는 넥서스 5X의 판매 가격 뿐만 아니라 구매 시기와 경로까지 알려둔 반면, 화웨이 코리아의 보도자료에는 넥서스 6P의 출시 일정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었다.
대부분은 넥서스 브랜드를 구글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넥서스 5X와 6P의 출시 여부도 구글에서 결정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구글은 넥서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판매와 배송, AS 접수와 처리를 맡을 뿐, 출시를 위한 나머지 절차는 제품을 공급하는 쪽에서 해결해야만 한다. 넥서스 스마트폰의 전파 인증과 시험 연동, AS에 대한 전반적인 처리는 제조사가 맡아서 처리한다. 지난 해 모토롤라의 넥서스 6는 우리나라의 전파 인증을 받지 않은 터라 출시할 수 없었던 반면, 망 연동 작업이 필요 없는 HTC의 넥서스 9은 HTC에서 직접 전파 인증을 포함한 모두 절차를 마무리한 때문에 출시할 수 있었다.
일단 통신 제품의 한국 출시에 필요한 작업은 우리나라에 본사나 지사가 있으면 좀더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넥서스 4와 5를 출시했던 LG 전자가 넥서스 5X의 출시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빨리 마무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넥서스 6P의 국내 출시에 관한 열쇠를 쥔 화웨이의 코리아는 아직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넥서스 6P의 국내 출시와 관련한 문의에 화웨이 코리아 홍보팀은 “넥서스 6P의 국내 출시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현재의 상황을 전해 왔다. 출시를 한다는 입장도, 안한다는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화웨이 코리아가 이미 출시를 결정했다면 지금 출시에 필요한 전파 인증과 망 연동 절차를 진행하고 있겠지만, 지금 그런 징후는 어디에도 포착되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출시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입장을 밝힌 것도 아니라서 관계자들도 답답해하고 있다.
화웨이 코리아가 넥서스 6P에 미지근하게 대응하는 데는 한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판매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 해 국내 알뜰폰 사업자와 긴밀한 협의 끝에 아너 X3(Honor X3)를 내놨음에도 첫 제품의 신통치 않은 반응에 후속 제품의 출시 계획을 모두 보류한 상태다. 화웨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진 전략적인 제품을 거듭 발표하고 있지만, 아직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에 대한 친밀도가 약하고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사의 영업력이 강해지면서 당장 시장에 제품을 내놓기보다 변화의 추이를 지켜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업성을 고려한 화웨이 코리아의 입장은 수긍가면서도 넥서스 6P만큼은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점은 안타깝다. 비록 넥서스가 구글 브랜드이나 오랫동안 한국 시장에서 이미지를 닦은 만큼 인지도 만큼은 한 수 높은 데다 넥서스 6P의 ‘P’가 프리미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각인하고 싶은 화웨이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최신 안드로이드 6.0을 담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70만원 미만에 공급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시험하고, 넥서스 6P의 발표를 앞두고 종전 15개에서 20개로 늘린 전국 AS 센터의 서비스 수준을 확인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넥서스 6P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해도 이를 위해 투입해야 하는 마케팅 비용도 만만치는 않고 올해 실적을 관리해야 하는 터라 화웨이 코리아도 넥서스 6P와 관련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두 가지를 모두 얻으려는 욕심을 부리고 있는 화웨이 코리아가 한 가지 알아둘 것이 있다. 넥서스 6P의 국내 출시가 늦어질 수록 화웨이 코리아에게 주어진 이미지 변신의 시간이 짧아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