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가 이번 CES에선 칼을 꺼냈다. 오래 전부터 루머로만 언급되던, 다른 전기차보다 상대적으로 싸고 오래 달릴 수 있는 전기차 볼트(Bolt) EV를 CES에서 공개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헷갈리지 말자. 쉐보레는 기존의 하이브리드차인 볼트(Volt)와는 전혀 다른 볼트(Bolt) EV를 공개한 것이다. 기자가 테스트한 모델은 약 80%정도 완성된 상태.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 테스트 제품은 한국에서 건너왔다고 한다. 한마디로 이 제품의 개발이 한국에서 진행되어 왔다는 뜻이다. LG전자 같은 여러 한국 기업과 협업을 해야 하는 터라 미국보다 한국에서 개발하는 게 효율적일 듯하다. 물론 정식 양산은 미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디자인은 무난한 조그만 해치백 스타일이다. 시연 제품은 이런저런 위장막으로 가려놨지만 실내 부스에 전시된 차를 보면 디자인이 나쁘진 않다. 무엇보다 업데이트 된 볼트(Volt)의 디자인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실내 계기판과 인포먼트 시스템이 있는 곳을 제외하면 나머지도 위장막으로 가려 놓았다. 하지만 실내 디자인을 평가하러 온 건 아니니 그다지 신경 쓰이진 않는다. 깔금한 핸들 뒤로 LED 계기판과 10.2인치 터치스크린이 박혀 있다. 터치감은 나쁘지 않지만 좋지도 않다. 반응속도가 약 0.3초 쯤 느린 느낌. 그래도 인터페이스는 훨씬 깔끔하고 사용하기 쉬워졌다.
계기판을 먼저 살펴보자. 우선 왼쪽을 보면 현재 배터리 충전 상태가 보인다. 200마일을 달릴 수 있다고 하니 거의 완충된 상태나 다름없다. 이는 한 번 충전으로 약 322킬로미터를 운전할 수 있다. 계기판 한복판에 현재 운전 속도가 보이고 오른쪽에는 지금 소비 중인 배터리 정보가 나온다. 내가 탔을 땐 히터가 켜진 상태라서 1 kW를 유지하며 소비 중이었는데 히터를 끄니 0.5 kW로 떨어졌다. 또한 배터리를 소비할 땐 그래프가 ‘Power’에, 재충전 될 땐 ‘Regen’으로 그래프가 나타나 실시간으로 배터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쉐보레 볼트는 그 외에도 배터리 절약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우선 이 화면에선 완충 후 배터리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보여준다.
또한 상황마다 점수를 매겨 보완한 부분을 알 수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기능은 바로 이 부분이다. 볼트는 사용자 집의 전기 소비를 측정한 뒤 전기 소비가 최소일 때만 차를 충전해 전기 요금 폭탄은 예방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계절에 맞춰 설정할 수 있고 차 안에서 배터리 충전을 언제 하면 좋을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언덕 위에 사는 사람들은 ‘Hill Top Reserve’를 사용하면 배터리를 완충하지 않고 출근하거나 집에서 나올 때 언덕을 내려가면서 남은 배터리를 충전시킨다. 최대한으로 전기 요금을 절약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쉐보레 볼트는 일반 전기차가 가지고 있는 기능들을 넘어 실제로 운전자가 걱정할만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줬다. 배터리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으로 절약할 수 있고, 최대한 많은 정보를 보여 주려고 노력하고 충전 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기능까지 탑재되어 있다. 이런 기능들은 테슬라에서도 볼 수 없던 것으로 상당히 신경 쓴 듯 보인다.
여기에 기어도 무척 편리하게 구성되어있다. 일반 운전모드는 가솔린 차와 다르지 않지만, 기어를 당겨 배터리 절약 모드로 바꾸고 가속을 멈추면 바로 브레이크가 걸려 속도가 줄어들면서 배터리를 재충전한다. 이 방법으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도 가속 페달 하나로 운전을 하면서 배터리를 오래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스포츠 모드도 따로 추가되어 있는데, 스포츠 모드가 전에도 충분히 재미있는 핸들링과 빠른 가속을 보여준다. 스포츠 모드를 사용하면 배터리를 더 많이 소비하게 되니 오래 운전하려면 사용하지 않는 게 이상적이다.
쉐보레 볼트는 세금 혜택을 받고 약 3만 달러대에 출시할 예정이다. 약 322km를 달리면서 이 정도의 가격대를 가진 전기차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이는 저렴한 전기차를 기다린 소비자에겐 큰 희소식이나 다름없다. 단순히 저렴하고 오래 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에 탑재된 운전자를 위한 편의 기능은 운전자를 위한 쉐보레의 배려가 느껴진다. 올해 테슬라도 저렴하고 좀 더 넓은 고객을 노리는 모델 3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올해 전기차의 흐름이 어떻게 이어질지 무척 흥미롭다.
(라스베이거스=테크G 김경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