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피스북의 만듦새를 극찬해 왔다. 노트북을 만드는 PC 제조사들의 모범이 될만한, 매우 훌륭한 만듦새라는 것을 항상 강조할 때도 좋은 소재였다. 하지만 이 제품의 리뷰를 아직 끝내지 못하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 결코 단순하지 않은 벌레들 때문이다. 그리고 폴 써롯(Paul Thurrott)은 이를 ‘서피스 게이트’라 부르며 본격적인 문제제기에 나섰다.
서피스 게이트라 부르는 것은 결코 단순한 게 아니다. 단 한 가지의 증상을 두고 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서피스북이나 서피스 프로4의 수많은 버그를 일일이 나열할 수 없어 서피스 게이트로 한꺼번에 지칭하기로 했을 뿐이다. 서피스 게이트에 포함되는 여러 문제점 중에 내가 경험한 것들도 제법 된다. 그 중에 신경쓰지 않으면 당하는 몇 가지만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먼저 서피스북은 본체인 화면부와 도킹 장치인 키보드를 분리할 수 있는 제품이다. 하지만 그 둘은 가끔씩 잘 분리되지 않는다. 키보드의 분리 버튼을 누르거나 분리를 위한 트레이 아이콘을 눌렀을 때 빨간 경고문과 함께 분리하지 못했다는 메시지가 뜨곤 한다. 원래 녹색 바탕에 분리해도 좋다는 메시지가 떠야 정상이다. 희한하게도 이 경고문이 뜬 뒤 화면부를 힘주어 뽑아 올리면 두 개의 고정쇠 중 하나만 잠금이 풀려 있거나 둘 다 풀려 있기도 한다. 그냥 오류는 아닌 것이다. 이 오류는 매일 접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그래픽 드라이버 충돌이다.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인 인텔과 엔비디아의 그래픽 칩셋을 함께 담아서 생긴 일이 아니다. 기본 인텔 그래픽만 써도 충돌이 잦다. 그런데 이것이 일상의 작업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짜증을 불러온다. 나는 MS 워드 대신 워드 패드를 이용해 문서를 작성해 왔는데, 하필 이 오류가 워드 패드를 쓸 때 자주 일어난다. 워드 패드로 문서를 작성하다 보면 드라이버 충돌이 일어나고, 그 순간 서피스북은 잠시 동안 정신을 잃고 멍한 상태가 된다. 이 상태가 되었을 땐 절대로 손을 대지 말고 가만히 기다려야 한다. 드라이버를 원래대로 복구한 뒤 다시 정상 작동할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 워드 패드를 쓰면 또 충돌과 복원을 반복한다. 윈도 기본 프로그램인 워드 패드가 그래픽 충돌을 일으키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서피스북에서 일어난다. 때문에 되도록 워드 패드를 쓰지 않는다.
절전 모드, 최대 절전 모드도 불안정했다. 덮개를 닫으면 절전 모드로 작동하도록 설정한 채 서피스북을 가방에 넣고 한참 뒤에 꺼내보니 마치 난방기구처럼 온몸이 후끈후끈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요즘 한반도를 덮친 시베리아 한파도 이겨낼 수 있는 비기를 담았을 줄은 몰랐다. 최대 절전 모드로 들어간 뒤 원래 대로 복원하지 못하는 증상과 아울러 배터리를 소비한다. 최대 절전 모드에서 배터리 소비량은 극소량이어야 하지만, 최대 절전 모드라는 의미가 없을 만큼 배터리를 야금야금 축내는 꼴을 두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주 확실한 조치를 내놓은 적은 없다. 단지 펌웨어와 윈도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계속 수정해가고 있을 뿐. 지난 1월 27일에 공개된 펌웨어는 최대 절전 모드에서 배터리를 소비하는 문제와 탈착 안정성을 높였고 내장 그래픽 드라이버와 엔비디아 그래픽 드라이버를 모두 업데이트 했는데, 최대 절전 모드 문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 문제들이 언제 해결될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아주 조용히 해결하고 싶을 테지만, 이미 서피스북이나 서피스 프로4를 쓰는 이들에게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해묵은 숙제처럼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기 전까지 서피스북 리뷰는 진행되긴 힘들 듯하다. 만듦새에 10점을 줘도 서피스 게이트가 갉아먹을 점수가 -10점이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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