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최필식 기자]왜 그리 서둘렀는지 모르겠다. 사실 MWC의 언팩 행사를 참석했던 경험을 생각하면 당연히 서둘러 체험존으로 가야 하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참석자 모두에게 이미 줬던 선물까지 챙길 정신 없이 한달음에 달려간 것을 보면 제 정신이 아닌 것은 맞을 것이다. 한국 시각으로 이른 새벽이었으니 맞지 않는 시차에 허덕이는 와중에, 마크 주커버그의 갑작스런 등장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게다. 분명 그럴 거다. 때문인지 몰라도 체험존에서 나란히 누워있는 갤럭시 S7과 S7 엣지를 제정신으로 봤을 리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할말이 별로 없을 리가 없을 테니 말이다.
잠시 언팩으로 돌아가 갤럭시 S7에 대한 이야기를 돌이켜보자. 어떤 이야기들을 했었나? 그래, ‘갤럭시’하면 성능을 떠올릴 테니 강력한 처리 능력을 넣었다며 프로세서는 30.4%, GPU는 63.9% 더 좋아졌다고 자랑했고, 발열로 인한 성능 저하는 이제 걱정 말라며 리퀴드 쿨링을 넣었고, 더 밝은 카메라 렌즈를 얹은 덕에 저조도 사진 정도는 아이폰 앞에서 떳떳하게 내밀 수 있고, 각 화소마다 초점을 잡을 용도의 듀얼 픽셀로 위상차 초점을 기막힌 속도로 잡아낸다 했고, 움직이는 장면을 모두 기록하는 모션 파노라마 기능도 있었고, 게임 자동 저장 기능과 삼성 서비스였던 게임 캐스트를 시스템에 통합한 게임런처와 게임 툴스를 소개했고, 비록 내장형이지만 더 늘어난 배터리 용량(갤럭시 S7 3000mAh, 갤럭시 S7 엣지 3600mAh)도 내세웠고, USB 덮개를 닫지 않아도 되는 방수도 빼먹지 않았고, 200GB의 마이크로 SD 카드를 넣는 확장 슬롯도 넣었다.
아마도 다른 특징이 더 있을 테지만, 뒤쪽 체험 존에서 이 목록 중 상당수 특징을 검증할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다. 그 이유를 대자면, 처리 성능과 그래픽 성능의 검증을 위한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없는 점, 리퀴드 쿨링의 효과를 제대로 확인하려면 무거운 프로그램을 장시간 돌려야 하는데, 뒤에서 기다리는 체험 대기자가 무서워서 그러지 못하는 점, 더 밝은 렌즈를 효율적으로 확인하려면 지옥처럼 어두운 공간이 필요한데 체험존은 천국보다도 더 밝았다는 점, 배터리 용량보다 시간이 관건이나 배터리가 닳기 전에 체험존 문을 닫을 거 같았다는 점, 항상 시계 화면을 표시하는 올웨이즈온의 번인 현상 여부도 궁금하나 체험 시간이 허락하지 않은 점 등이다. 그러니 그 현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갤럭시 S7/S7 엣지의 외형적 특징 몇 가지와 앱을 실행할 수 있는 기능 몇 가지에 제한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갤럭시 S7과 S7 엣지의 만듦새를 놓고 더 칭찬해야 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제품을 잘 만들지 못해서가 아니다. 이미 지난 해 갤럭시 S6와 S6 엣지에서 너무 많은 매력을 보여준 탓이다. 종전 갤럭시의 이미지를 갈아 엎었던 지난 해의 파괴적 이미지에 비하면 올해는 그 이미지를 보강하는 수준이다.
물론 갤럭시 S7이나 S7 엣지는 다시 말하지만, 둘 다 만듦새는 좋다. S7은 노트처럼 후면의 양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은 만큼 편하게 잡을 수 있고, S7엣지도 S7만큼은 아니어도 약간 구부린 덕분에 S6 엣지 때 손에 잡는 느낌이 나쁘다는 비아냥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될 만큼 잡는 느낌도 좋다. 더구나 S7 엣지는 형광등 같은 인공 조명 아래서 후면을 뒤집어 보면 마치 레이저로 그림을 그리는 듯한 멋진 난반사 문양을 그려 낸다. 지난 S6와 S6 엣지보다 덜 화려할 지 몰라도 편의성에 대한 수많은 지적에 대해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은 셈이다.
갤럭시 S7의 모든 특징을 살필 순 없어도 두어 가지 정도는 재미를 느낄 만한 기능이 있다. 게임 런처에 넣어둔 게임을 실행할 때 자동 저장 기능이 활성화 되는 것 말고도 게이머의 진행을 저장할 수 있는 옵션이 뜬다. 이는 과거 삼성이 서비스했던 게임 캐스트와 거의 같지만, 좀더 편하게 다룰 수 있도록 간단한 메뉴 형태로 정리했다.
모션 파노라마도 재미있다. 촬영 방법은 일반 파노라마처럼 좌우나 상하로 회전하면 되지만, 모션 옵션을 켠 채로 촬영한 결과물은 일반 파노라마와 달리 그 방향의 사진이 마치 동영상처럼 움직인다. 물론 동영상은 아니므로 계속 재생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파노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기록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움직이는 이미지를 기록하는 만큼 이미지 용량은 일반 파노라마보다 2배쯤 더 차지 한다.
갤럭시 S7 엣지는 사이드 바의 활용 방법을 좀더 찾은 듯하다. 갤럭시 S6에서 너무나 부족했던 사용성 문제를 개선하고자 그동안 여러 차례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조금씩 늘리긴 했는데, 갤럭시 S7 엣지는 그 업데이트를 모두 모아서 하나의 좀더 완성된 형태로 업데이트 했다. 사이드바를 마치 홈 화면처럼 옆으로 밀어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데다 자주 실행하는 앱이나 중요 연락처, 자주 읽는 뉴스를 띄우는 기능은 잘 정리했다.
그 이외에 런처에서 달라진 점이나 더 새로운 기능을 찾아보려 여기저기 기웃거렸지만, 오히려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 것은 갤럭시 S7이나 엣지보다 다른 곳에 있는 액세서리였다. 갤럭시 S7에서 2배 줌과 광각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 모듈, 소프트웨어 키보드가 아니라 일반 물리 키보드로 입력하는 키보드 커버,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는 백팩, 갤럭시 S7을 45도로 세워서 무선 충전하는 충전 스탠드, LED를 넣어 화면을 닫은 채로 시간을 표시하는 LED 커버 등 이들을 더 자세히 설명하는 편이 더 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까지가 언팩에서 갤럭시 S7/S7 엣지를 본 첫 인상이다. 막상 이 글을 시작할 때 갤럭시 S7에 대해 무슨 말을 꺼내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주저리 읊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요상하다. 직접 보면 잘 만들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품만을 놓고 설명을 늘어 놓기엔 부족한 결핍된 그 무언가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를 찾고 싶다. 하지만 지금 봐야 할 제품을 남겨 둔 채 그 고민을 해결하기에 MWC에서 허락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