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베이스볼’(이하 MLB)는 지금 올스타 휴식기에 들어갔다. 이 기간 팬 투표로 선정된 선수들이 펼치는 올스타전 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공을 담장 밖으로 보내는 홈런 더비, MLB에서 뛰기 위해 지금 마이너리그에서 열심히 활약하는 유망주들의 올스타 경기인 올스타 퓨처스 게임(All-Star Futures Game) 행사가 열린다. 이 가운데 맨 먼저 열린 행사는 퓨처스 올스타 게임.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는 유망주들을 미국(USA)팀과 세계(World) 팀으로 나눠 우리 시각으로 11일 오전에 진행된 이 경기에선 세계팀이 미국팀에 역전승을 거뒀다.
그런데 이 경기를 TV로 본 이들은 ‘다시 보기’ 장면에서 왠지 색다른 점을 눈치챘을 지 모르겠다. 야구나 축구, 농구 등 경기의 주요 장면을 다시 보여주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번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내야에서 일어난 경기 상황을 다시 보여주는 장면에서 예전 다시 보기와 달리 중계 카메라가 움직이면서 촬영한 듯한 역동적인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홈플레이트 뒤쪽의 중계 카메라로 고정된 장면을 보여줬던 것과 비교해 이번에는 3루에서 출발한 카메라가 홈플레이를 거쳐 1루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장면이 그 예다. 이는 마치 PC나 콘솔에서 스포츠 게임을 즐기다가 멋진 장면을 다시 볼 때 게임 패드나 마우스로 각도를 이리 저리 옮기면서 보는 것과 거의 비슷한 기분이 들게 한다.
NBA 올스타전에서 시험해본 인텔 프리D 기술 동영상
MLB.com에서 인텔 프리D 기술 적용된 다시보기 영상 보기
물론 이 장면은 방송용 중계 카메라가 움직이면서 촬영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여러 대의 카메라를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해서 연속으로 촬영한 뒤 보여주는 스톱 모션 방식도 아니다. 이번 올스타전에 쓰인 것은 여러 대의 고해상도 카메라를 이용, 카메라를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만든 리플레이 프리D(Replay FreeD)기술이다. 프리D는 ‘Free Dimension’을 의미한다. 이 기술을 만든 곳은 이스라엘의 리플레이 테크놀로지(Replay Technology)지만, 지금은 인텔이 인수한 업체 목록에 들어있다.
인텔이 지난 3월 인수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리플레이 테크놀로지는 2011년부터 360도 리플레이 기술인 프리D를 다듬어 왔다. 당시 인수 금액은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이스라엘 매체는 1억7천500만 달러라고 추정했다.
프리D는 여러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마치 움직이면서 촬영한 것처럼 여러 각도를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여러 카메라를 두고 촬영하는 점에서 스톱 모션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 기술은 1초에 여러 장을 동시에 촬영해 각도마다 다른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를 3D 이미지로 렌더링하는 점이 다르다. 수많은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사 3D 렌더링 이미지를 만들면 어떤 각도 등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다시 보기 장면을 만들 수 있고, 카메라의 시점을 바꾼 뒤 자연스럽게 실제 영상으로 이어서 재생한다.
CES에서 이 기술을 공개하고 NBA 올스타전에서 실제 적용했던 인텔은 MLB 올스타전에서도 한번 더 중계 화면에 이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위해 인텔은 MLB 올스타전이 열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홈구장인 펫코 파크(Petco Park)에 28대의 5K 고화질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리고 이 카메라로 수신된 영상을 실시간으로 3D 렌더링할 수 있는 대규모 서버에 연결했는데, 지난 NBA 당시 10초 정도의 영상을 프리D로 자유롭게 볼 수 있게 실시간 렌더링하는 데 30개의 제온 서버(구체적인 CPU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음)를 썼다고 미국 IT 매체 리/코드가 소개했다. 이번 MLB 올스타 행사들은 MLB 네트워크와 ESPN, 폭스 스포츠에서 프리D 기술을 이용해 중계한다.
이처럼 역동적인 자유 카메라 기술은 거실이나 안방에서 스포츠 중계를 보는 시청자에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경기 현장의 생생함을 TV로 전달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는 반면, TV라는 매체를 통해서만 이 같은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술은 2차원의 평면 컨텐츠를 컴퓨팅 파워를 동원해 3차원 입체로 바꾸는 의미를 갖고 있다. 물론 수많은 카메라를 통해 다수의 평면 이미지를 요구하지만, 강력한 컴퓨팅을 바탕으로 입체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실체화 하는 점에서 앞으로 활용 분야는 늘어날 듯하다. 머지않아 스포츠 현장의 판정 분석이나 경기 분석에 쓰일 수 있고,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의 한계가 줄어들수록 특정 공간의 컨텐츠를 자유로운 각도에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엔터테인먼트 영역까지 확대할 수도 있다. 이용자가 집에서 원하는 각도에서 다기 보기를 하는 날도 올 수도 있다. 결국 이런 일을 하려면 더 강력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인텔은 그것을 너무나 잘 아는 기업이고 지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