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윈도 10 무료 업그레이드가 끝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8월 2일 커다란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윈도 10 1주년 기념 업데이트(windows 10 anniversary update)다. 이 업데이트의 주요 내용은 파이널 코드를 적용한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자들을 만난 자리 뿐만 아니라 윈도 인사이더 프리뷰를 통해 어느 정도 알린 상태다. 그런데 이 업데이트는 윈도 라이센스에 관한 흥미로운 힌트를 하나 숨기고 있다.
대다수 외신들은 8월 2일에 실행되는 1주년 업데이트 이후 윈도 10의 정품 인증을 종전 제품 키를 넣는 방식에서 이용자의 계정과 연결된 디지털 라이센스로 자동 인증하는 것으로 바뀔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이는 이용자가 쓰고 있던 PC에 이미 인증된 윈도 10을 재 설치할 때 제품 키를 넣지 않고 윈도 정품 인증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조치한 사안으로 이미 1주년 업데이트용 인사이더 프리뷰 버전(빌드 14371)의 배포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업데이트 공개 이후 이것이 단순히 재설치를 돕기 위한 것에 그칠 것이냐는 점에 의문을 갖게 하는 증거들이 등장하고 있다. 왜냐하면 정품 인증을 위한 문제 해결(trouble shooter)을 이용하면 원래 바꿀 수 없는 메인보드 같은 부품의 업그레이드 이후 정품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서다.
원래 윈도 정품 인증은 이용자의 PC에 윈도를 설치할 때 하드웨어 ID를 윈도 정품 인증 서버로 보낸 뒤 이 정보를 기반으로 윈도 제품 키와 연동되도록 미리 윈도 설치 ID를 만든다. 이때 하드웨어 ID의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메인보드다. 그래픽카드, 램, 하드디스크를 업그레이드하더라도 정품 인증을 다시 할 필요는 없지만, 메인보드를 바꾸면 정품 인증을 새로 해야 하는 것은 정품 인증 서버에 있는 메인보드의 하드웨어 ID가 맞지 않는 탓이다.
메인보드를 하드웨어 ID로 설정한 데는 윈도 라이센스를 1개의 PC만 인증해 왔던 종전의 라이센스 정책 때문이었다. 이용자가 정품 윈도를 사더라도 메인보드가 다른 PC에 윈도를 설치하고 정품 인증을 할 수 없도록 막기 위한 조치였다. 때문에 직접 부품을 조립하는 맞춤형 PC 이용자들은 새 PC로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새로운 윈도를 쓰거나 마이크로소프트에 전화를 걸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이처럼 윈도 정품 인증은 매우 강력한 정책이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8월 2일 1주년 업데이트를 진행한 이용자들의 라이센스를 마이크로소프트 계정과 연동해 관리하면서 하드웨어 ID를 연동하는 방법이 달라진 듯하다. 종전에는 메인보드와 CPU만 바꾸지 않으면 정품 인증에 문제가 없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계정과 연동한 이후 이 둘을 바꿔도 정품으로 인증된다. 실제 일본 매체 워치 임프레스는 ‘램만 빼고 모든 부품을 바꿨을 때 정품으로 인증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물론 이 이야기가 1주년 기념 업데이트를 적용한 인사이더 프리뷰에 제한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계정과 윈도 10의 디지털 라이센스를 연동한 이후 설치 ID를 확인할 방법이 애매해진 것도 사실이다. 특히 윈도 7이나 윈도 8.x, 또는 윈도 10 홈 버전을 윈도 10 홈이나 프로로 무료 업그레이드 한 뒤 윈도 10으로 클린 설치를 시도할 때 현재 윈도 10에 대한 제품 키가 없기 때문에 종전 인증 서버의 설치 ID 기반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에 있는 디지털 라이센스로 확인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계정에서 디지털 라이센스에 기반한 정품 인증을 하려는 것은 어디까지나 하드웨어의 정보가 바뀌었을 때, 또는 윈도 10을 새로 설치할 때 윈도 10의 정품 인증이 풀리는 종전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지금까지 확인된 정보를 모아 보면 윈도 10을 이용자의 소유로 이전하는 새로운 인증 정책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하나의 윈도 10 라이센스를 여러 PC에 쓸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1 PC 1라이센스는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다만 종전의 정품 인증 방식이 마이크로소프트에 친화적이면서 폐쇄적인 정책이었다면 이제는 하드웨어는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이용자 친화적 환경으로 바뀌는 것이다. 즉, 이용자는 완전하게 윈도를 소유하면서 하나의 PC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정말 1주년 업데이트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러한 정책을 적용하면 PC를 구매하는 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 시점에서 궁금한 것은 윈도 10 라이센스를 계정으로 연결한 이용자가 앞으로 운영체제가 없는, 이른 바 ‘깡통 PC’를 샀을 때 그 하드웨어까지 인증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어차피 메인보드에 대한 설치 ID가 확인되지 않으면 이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부품을 직접 조립하는 맞춤형 뿐만 아니라 맞춤 설계하는 완제품 PC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은 예상하기 힘들 수 있다. 윈도 운영체제를 포함한 가격과 이를 뺀 PC의 가격 차는 10~20만 원 안팎으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서다. 운영체제가 차지하는 비용이 그만큼 높다는 이야기지만, 이미 라이센스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PC만 이전하려는 이들에게 운영체제로 인한 부담은 낮출 수 있고 결과적으로 PC 가격을 낮추는 이유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 외국의 PC 제조사들도 윈도 운영체제를 포함할지 말지 이용자들에게 선택할 수 옵션을 넣어 왔다. 국내에도 윈도 같은 운영체제가 없는 깡통 PC를 파는 제조사들이 적지 않다. 운영체제 없는 PC를 산 이들 가운데 직접 윈도나 다른 운영체제를 설치해 쓸 수 있지만, MS에게 이것은 골치 아픈 일 중 하나였다. MS의 한 관계자는 운영체제가 없는 PC를 팔 때 라이센스 비용이 줄어드는 것보다 비 정품 윈도를 설치한 뒤 그로 발생한 문제의 해결을 MS에 요구하는 2차적인 문제가 적지 않았다고 하소연해왔다.
결국 하드웨어마다 정품 인증을 따로 받아야 하는 지금 벌어지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1차적인 문제는 소유의 조건을 바꾸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만약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10의 라이센스를 계정 소유로 전환하고 이러한 깡통 PC에 대한 정품 인증을 예외를 두면 지금 윈도 10으로 업그레이드하고 8월 2일 업데이트를 마친 이들의 이후 PC 구매 비용은 지금보다 훨씬 줄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이크로소프트 계정과 윈도 10 디지털 라이센스의 연결 정책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10 정책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전체 PC 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해야해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주년 업데이트를 위한 인사이더 프리뷰에서 밝힌 것 이외에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쉽게 말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정이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있을 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지금 윈도 10을 업그레이드하고 1주년 업데이트까지 마친 이용자들은 정품 인증 정책의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덧붙임 #
1. 올 가을 출시되는 기업용 윈도 10 엔터프라이즈 E3는 구독형 옵션이 추가된다. 1시트 당 7달러에 윈도를 빌려 쓰는 시대. 진짜 쓰는 만큼 돈을 내는 서비스로서 윈도(Windows as a Service)가 열린다.
2. 무료 업그레이드가 종료되면 윈도 10 업그레이드는 당연히 유료다. 윈도 10은 여전히 공짜가 아니다.
3. 윈도 인사이더는 앞으로도 계속 테스트 버전을 공급받는다.
4. 이 정책은 이용자의 개인 계정과 윈도 라이센스를 엮는 것으로 대량 구매하는 볼륨 라이센스는 이 정책을 적용하기 어려울 듯하다.
5. 스마트폰용 윈도 10 모바일은 7월 29일 이후에도 무상 업그레이드가 된다. 우리와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