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드론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지만, 드론이 원래 군사용으로 개발됐다는 사실은 그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엔터테인먼트 용도로 많이 활용되나 산업과 군사용으로도 활발히 쓰이는 드론의 모습을 지난 9일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에서 볼 수 있었다. 이날 방위산업전에 참여한 드론 전문 업체인 에어로뷰(AEROVU)가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개막 당일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차세대 고정익 무인기인 K-Hawk를 소개했다.
K-Hawk는 미국 ARA사가 개발해 미군에 10여 년 동안 실전 배치했던 나이트호크(NightHawk) 무인기를 개량한 모델로 에어로뷰(주)와 공동 개발했다. 에어로뷰는 ARA로부터 공동개발과 원천 기술 이전을 받은 드론 전문업체다. 나이트호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주로 활약했는데, 아프가니스탄은 주로 평지이나 한국은 산지가 많아 기존 모델로는 전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 이에 전체적인 제원을 보강하고 산지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량한 차세대 버전이 K-Hawk다.
K-Hawk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K-Hawk GCS 시스템이 설치된 단말과 본체 등이 필요하다. 드론을 운용할 때 필요한 모든 장비를 개인이 들 수 있을 정도라 개인이 조립, 비행, 해체를 모두 할 수 있는 1인 운용을 지원하는 게 K-Hawk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K-Hawk는 사전에 설정한 비행프로그램대로 운행하나 때에 따라 개인이 수동으로 조종할 수도 있다. 이때 드론을 조종하는 도구는 흔히 볼 수 있는 게임 패드. 게임 패드로 조종할 수 있을 정도로 조종 방법이 단순하다고 한다.
100 x 35 x 150cm에 최대 무게 1.6kg으로 모든 부품이 모듈화돼 쉽게 교체할 수 있고, 필요에 맞게 부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카본 파이버(Carbon Fiber)로 제작돼 가볍지만, 인장강도가 금속 이상으로 높다.
재질이 가볍고 견고해 주변 지형지물에 잘 손상되지 않으며, 설령 손상된다 하더라도 모듈 방식이므로 해당 부품만 교체해주면 된다. 또한, 딥 스톨 랜딩(Deep Stall Landing)을 적용해 착륙 거리를 비약적으로 줄였다. 글라이더 형태의 고정익 무인기는 착륙하기까지 일정 거리 이상이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산지에서는 거리를 확보하기 쉽지 않기에 양력을 잃고 떨어지는 딥 스톨(deep Stall) 방식을 응용해 착륙한다. 이때 드론의 넓은 날개를 이용해 양력을 확보한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착륙 거리를 비약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이날 프로토타입 기체 시연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는 ARA사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K-Hawk의 차별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파일럿인 알렉 야드코브스키(Alek Jadkowski)는 “견고한 안정성과 기체 능력, 카메라 등이 탁월하고 착륙 방식 등이 안정성을 인정받은 기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에어로뷰는 ARA사의 다른 제품도 소개했다. 대표적인 제품이 광대역 침입 탐지 시스템인 RAPID와 지진동 센서인 E-UGS다.
최대 42km 범위를 탐지할 수 있는 RAPID와 땅에서 울리는 진동을 탐지하는 E-UGS를 설치하면, 주변에 문제 상황 발생 시 중앙 시스템에 알림을 보낸다. 그러면 센서 오작동인지 실제 문제 상황인지를 점검하기 위해 무인기인 K-Hawk를 날리는 방식으로 중요 시설물 보안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인력이 많이 들지 않으므로 보안 대책을 수립하는 데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개발을 모두 마친 K-Hawk는 11월 말에서 12월 초 양산 계획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몇몇 국가에서 관심을 보여 시연 중이며, 채택되면 전력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드론 시장 규모는 2014년에 이미 64억 달러를 넘겼고, 앞으로 100억 달러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내는 그 시장이 좁은 편인데 이 시장에서 K-Hawk가 새로운 문을 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