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가 돌아왔다. 3년 만이다. 일단 웰컴백! 그런데 블랙베리의 귀환을 알린 첫 제품이 블랙베리 프리브(PRIV)다. 프리브라… 블랙베리가 돌아온 건 반가운데, 프리브라니 왠지 애매하다. 왜냐고? 프리브는 올해 발표한 게 아니라서다. 2015년 11월 생. 한국에 온 건 환영하나 때 늦은 귀환이 마냥 반가운 건 아니다.
그러니 늦게 출시하는 이유가 궁금한 이가 한둘이 아니었을 게다. 그리고 물었다. 왜 늦었냐고. 한국의 전파 인증과 이동통신 환경에 최적화를 위해 불가피했단다. 예상된 모범 답안을 내놨다. 물론 이게 전혀 없는 소리라고 할 수도 없다. 전파인증은 그렇다치고, 국내 유심 이동성제도에 맞춰 한국형 VoLTE를 따로 심어야 했으니까. 아마 블랙베리도 귀찮았을 거다. 국제 표준도 아닌 것을 한국 만을 위해 넣어야 했을 테니까. 그렇게 귀국 준비를 철저히 했다지만, 그래도 남은 재고를 한국에서 다 털어내겠다는 의구심을 떨치긴 어렵다.
그렇다고 제품 자체가 쓸모 없거나 시대에 뒤쳐진다고 함부로 말하기는 힘들다. 세상에 나온지 10개월이나 지난 제품치고는 여전히 세련된 모양새다. 양옆을 아주 살짝 구부렸지만, 어쨌든 5.4인치 듀얼 엣지 스크린은 과하게 휘지 않아 좋다. 버튼의 모양도, 뒤판의 문양도, 카메라의 모양새까지 제법 신경썼다.
하지만 블랙베리의 귀환을 반긴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그 쫀득한 손맛의 키보드 때문 아니던가. 화면을 밀어 올리자 드러난 키보드는 왜 이리 반가운 것인지. 하지만 상하좌우 방향을 이동할 때 쓰던 트랙볼, 트랙 센서까지 함께 돌아온 것은 아니다. 단지 웹사이트나 긴 문서를 볼 때 키보드 위를 상하로 살며시 문지르면 스크롤하는 기능을 담았다.
키보드에 대해 할말이 좀더 있다. 생각보다 쫀득한 맛이 덜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오리지널 프리브와 다르다. 좀더 쉽게 눌린달까? 키보드는 프리브 원형과 생김새도 다르다. 각 키의 높이도 미세하나마 원형보다 낮다. 아마도 한글 각인을 하면서 원형 키보드를 그대로 활용할 수 없던 모양이다. 이런 한국형은 아니기를 바랐으나 안타깝게 다른 현실이 오고 말았다.
키보드는 기대에 살짝 벗어났어도, 블랙베리의 전통적인 강점은 그대로 가진 게 블랙베리 프리브다. 본체에 메인보드를 얹을 때부터 커스텀 키를 내장해 하드웨어 변조를 막는 RoT(Root of Trust)는 여전하고, 블랙베리 DTEK으로 기기의 보안 수준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블랙베리 OS를 과감히 버리고 찹재한 안드로이드는 되도록 순정에 가깝게 넣어 보안 업데이트를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6.0.1 마시멜로다. 아직 안드로이드 7.0 누가로 업데이트되지 않았고, 언제쯤 될지 모른다.
블랙베리 프리브의 프로세서는 퀄컴 스냅드래곤 808이다. 한 세대 이전의 프로세서로 발열 논란이 없잖아 있다. 블랙베리 측은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고 한다. 당연히 그렇게 이야기할 줄 알았다. 아마도 곧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하는 소리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블랙베리 프리브의 값은 59만8천 원. 같은 날 출고가를 공개했다가 뭇매를 맞은 LG V20 덕분에 상대적으로 싸게 여겨진다. 사실 이만한 가격이면 자급제 스마트폰으로 나쁜 편은 아니다. 판매는 T월드 다이렉트, KT 올레샵, G9, G마켓, 옥션, 3KH 등에서 맡았다. 제품 수리는 3KH에 대부분 맡고, T월드 다이렉트 판매분은 SKT가 책임진다. 앞서 개별적으로 구매했던 블랙베리 프리브에 대한 보증 여부를 블랙베리 아시아태평양 지역 책임자에게 물었으나 돌아온 답은 그것과 관련 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