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어떤 개성을 싣느냐는 건 모든 제조사의 고민일 게다. 제원은 상향 평준화되니 성능에서 돋보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기능으로 승부하려니 이용자 경험의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는 어지간한 것을 넣는 것으로는 이용자의 관심을 끌지도 못하고 헛심 쓰는 꼴이라서다. 이미 단순히 통화하고 데이터를 소비하는 스마트폰의 경쟁력은 찾기 어려운 시대로 가고 있다는 의미기도 할 게다.
그렇다고 차별성을 강조할 수 있는 요소가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비록 제한적이긴 해도 카메라처럼 여전히 기술이나 기능적으로 차별화 할 수 있는 부분은 남아 있다. 한 때 일었던 이미지 센서의 화소수 경쟁이 사라진 대신 지금은 얼마나 다른 사진, 또는 영상을 찍을 수 있느냐에 제조사들이 공력을 쏟는 모습이다. 그 노력들이 드러난 것이 이번 MWC이기도 하다. 밖에서 볼 때 모두 비슷한 스마트폰을 들고 나온 듯 보일 테지만, 제조사마다 얼마나 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한번 돌아볼 필요는 있는 듯하다. 이 이야기의 첫 주자는 오포(Oppo)다.
전시장에 허다했던 스마트폰을 죄다 놔두고 스마트폰도 아닌 데다 심지어 완성되지도 않은 이 제품을 먼저 이야기하는 이 상황이 좀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주제가 스마트폰의 카메라이기에 맨 먼저 이야기 대상으로 삼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마도 완성된 스마트폰 위주로 대해서 이야기를 정리하라면 어느 틈으로도 끼어들 수 없지만, 카메라만 따지면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광학 줌을 넣기 어렵다. 멀리 있는 피사체를 좀더 당겨 찍고 싶어도 얇은 두께에 줌을 위한 렌즈를 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쉬웠으면 지금까지 제품이 나오지 않았을 리 만무하니까. 물론 전원을 켜면 납작하게 접어 둔 렌즈를 펴고 좀더 당겨 찍는 카메라폰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카메라폰은 스마트폰처럼 얇은 두께가 아니라 컴팩트 카메라에 통신 기능을 얹은 것에 가까웠기 때문에 크기나 휴대성에서 스마트폰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오포가 MWC 2017에서 선보인 이너 줌 렌즈 기술에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렌즈를 납작하게 접은 것은 아니지만, 5배 광학 줌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점 거리를 고정한 여러 카메라를 쓰는 게 아니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제품도 뒤에 두 개의 카메라가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단지 두 카메라의 생김새가 어딘가 다르다. 하나는 다른 스마트폰에서도 보던 평범한 카메라처럼 보이고 다른 하나는 카메라 렌즈보다 반사경 같은 생김새다. 평범한 카메라는 새롭지 않다. 허나 반사경처럼 카메라는 좀더 들여다 볼만한 게 있다. 아주 얇은 스마트폰보다 쪼오끔~ 두껍게 만든 원인이기는 해도 하나의 카메라로 5배까지 당겨서 찍을 수 있는 비밀이 이 부분에 있어서다. 그러니까 이 제품은 일반 화각의 카메라 1개와 5배 줌으로 고정된 표준 망원 카메라가 들어 있는 셈이다.
잠망경처럼 생긴 오포의 카메라 기술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 컴팩트 카메라 시절에 흔히 볼 수 있던 이너 줌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너 줌은 이미지 센서와 렌즈, 피사체를 일렬로 놓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 만들기 위한 빛 정보를 프리즘을 통해 옆이나 아래쪽 공간에 배치한 렌즈와 이미지 센서로 보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이용한 컴팩트 카메라가 매우 얇던 것처럼 이 기술을 쓴 오포의 시제품도 조금 두꺼운 수준의 스마트폰 정도로 얇게 만들 수 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