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스마트폰을 닮았잖아?’
뒤쪽에 달린 볼륨 버튼을 보자마자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런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한동안 그 제품을 외면하고 깔봤다. 얼마 전 공개된 후속제품도 그랬다. 여전히 뒤에 달린 음량 버튼도 그랬고 닮은 모양새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외국의 쇼핑몰에서 200달러가 채 되지 않는 그 스마트폰은 나를 홀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결제는 끝나 배송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를 홀린 것이 에이수스 ‘젠폰2′(Zenfone 2)다.
사실 내게 에이수스 젠폰2를 꼭 써야 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단지 외국 출장 때 들고나갈 괜찮은 듀얼 SIM 스마트폰을 뒤적이고 있었을 뿐이다. 운영체제가 무엇이라도 상관 없이 로밍과 현지심을 동시에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을 찾고 있었고, 때마침 에이수스 젠폰2가 레이더망에 걸려 든 것이다. 듀얼 심을 가졌으나 약정 없이 살 수 있는 가장 싼 스마트폰이었을 뿐이었다.
일주일여만에 도착한 에이수스 젠폰2를 포장을 풀어보니 젠폰2 본체를 빼고 여러 나라 말로 된 몇 개의 종이 쪼가리, 전원 어댑터와 USB 케이블이 전부다. 무언가 더 들어있어도 ‘가격’, 없어도 ‘가격’으로 말하는 젠폰2이기에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서둘러 포장재와 부속물은 옆으로 치워버리고 곧바로 젠폰2를 둘러본다. 특별히 세삼하게 둘러보고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을 만한 모양새는 아니지만, 화면과 본체를 이어주는 틈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처리한 건 잘한 듯 보인다.
젠폰2는 뒤쪽 덮개를 벗겨내고 그 안의 속살을 볼 수 있다. 덮개 재질은 플라스틱인데 너무 꽉 맞물려 있어 쉽게 열리지 않는다. 그런데 보통 배터리를 바꿔 넣기 위해 뒤쪽 덮개를 열 수 있도록 만드는 것과 달리 젠폰2는 덮개를 열어도 배터리를 바꿀 수 없다. 이용자가 배터리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다. 덮개를 여는 이유는 그 안에 두개의 유심 슬롯과 메모리카드 슬롯이 있기 때문. 유심 슬롯은 2G(GSM)와 2G, 3G, 4G LTE까지 모두 아우르는 두 가지로 명확히 나뉘어 있다. 일단 4G LTE 유심 슬롯에 우리나라에서 쓰는 3G나 4G로 개통한 유심을 꽂고 덮개를 닫은 뒤 두번쯤 껐다 켜니 이통사로부터 저절로 망에 등록되었다는 문자 메시지가 날아온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단말은 아니지만, 첫 설정때 시스템 언어를 한글로 지정할 수 있고 한글 키보드도 쓸 수 있다. 다만 에이수스가 만든 한글 키보드를 선택하면 영문 전환을 하지 못하는 오류가 있어 그냥 구글 기본 키보드를 깔아서 쓰는 편이 낫다. 젠폰2를 설정하다보니 구글 드라이브 판촉 제품이라며 2년 동안 구글 드라이브 100GB를 쓸 수 있다고 알려준다. 구글 드라이브 100GB를 쓰려면 매달 2달러씩 내야 하는데 2년 동안 무료라면 거의 50달러에 이른다.
모든 설정을 끝낸 뒤 만난 첫 화면에서 화려하거나 색다른 구성을 찾긴 어렵지만, 앱 서랍에 있는 모든 앱을 알아서 폴더로 묶어 주는 재주 만큼은 정말 기막히게 만들었다. 덕분에 앱을 일일이 분류하는 수고를 덜었고 왠지 더 많은 앱을 깔더라도 편하게 관리할 수 있을 듯하다. 이러한 재주가 얼마나 있는지, 또한 얼마나 편한지 시간을 두고 더 찾아보긴 해야 할 듯하다.
아직 젠폰2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풀HD 해상도를 가진 5.5인치 화면의 질이나 1.8GHz 쿼드코어 인텔 아톰 Z3560에서 실행하는 롤리팝과 앱의 호환성에 대한 그 어떤 걱정도 낳지 않아 다행이다. 물론 성능의 정도나 호환성에 대해선 좀더 지켜본 뒤 이야기하겠지만 최고 성능이나 돋보이는 모양새는 아니어도 흔히 말하는 가격대비 성능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그래서 고를 수밖에 없는 요물일지 모르는 첫 인상을 받는다.
만약 내가 느낀 게 맞다면 이미 다음 글의 제목은 이렇지 않을까?
기승전’가성비’의 스마트폰.
원문 출처 : 블로그 chits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