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 그렇듯 애플이 새로운 기능을 발표하면 그 기능을 받쳐줄 새 하드웨어도 같이 출시한다. 4월에 출시했던 12인치 맥북을 시작으로 현재 모든 맥 랩탑 제품군에 탑재된 ‘포스 터치'(Force Touch)도 마찬가지다. 이 기능은 트랙패드 누르는 강도를 측정해 세게 ‘꾸욱~’ 누를 때와 가볍게 ‘톡~’ 누를 때의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그와 함께 다양한 단축키와 편의 기능이 추가되기도 했다.
단지 이 기능을 쓰기 위한 유일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포스 터치를 쓰려면 새로운 맥을 구입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며칠 전 새 아이맥 출시와 함께 발표된 매직 트랙패드 2는 나와 같은 기존 이용자를 위한 애플의 값비싼 선물처럼 느껴진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다른 것을 살펴보기도 전에 무척 비싼 가격에 눈이 먼저 들어오기 때문. 69.99달러였던 이전 세대 제품에 비하면 새로 출시된 매직 트랙패드2는 129달러나 나간다. 거의 두 배 가격으로 훌쩍 뛴 것이다. 액세서리치곤 무척 비싸지만, 새 맥북을 구입하는 것보단 저렴하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라이트닝 케이블을 탑재한 것도 값을 올리는 데 한몫 거들었을 게다. 매직 트랙패드 2는 기존 모델과 달리 배터리 내장형으로 바뀌었다. 이는 라이트닝 케이블 연결로 충전할 수 있다. 선을 꽂지 않고 쓰는 블루투스로도 쓸 수 있지만 유선으로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점은 아이폰 이용자에게 여분의 라이트닝 케이블이 생긴다는 점 아닐까?
박스에서 꺼내본 매직 트랙패드 2의 첫인상은 확실히 넓어졌다는 점이다. 더불어 납작해졌다. 디자인은 전원과 라이트닝 단자 빼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매직 트랙패드 2는 안에 내장된 진동 센서인 ‘탭틱 엔진’이 탑재되어 있는 터라 전원을 켜지 않으면 표면을 눌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2세대와 1세대를 비교해봤다. 단순히 봐도 크기가 눈에 띄게 다르다. 애플은 약 30% 넓어졌다고 하는데 체감 크기는 더 넓게 느껴진다. 배터리를 넣을 필요가 없어진 때문에 상단의 배터리 공간을 모두 없애고 전면을 유리로 덮었다. 높이도 기존 제품에 비해 약간 낮아졌다.
매직 트랙패드 2를 맥에 연결하는 과정은 간단하다. 블루투스 액세사리를 쓰려면 보통 연결하려는 기기의 전원을 켠 뒤 블루투스 설정에 들어가 페어링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매직 트랙패드 2는 이런 번거로운 작업을 단순히 라이트닝 케이블을 연결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전원을 켠 다음 동봉된 라이트닝 케이블을 맥에 연결하면 상단 오른쪽에 알림으로 사용 준비가 되었음을 알려준다.
트랙패드가 연결되면 환경설정에서 포스 터치 관련 설정을 찾아볼 수 있다. 손으로 누를 때 따라 진동의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 진동 강도를 조절할 수 있고 그 진동을 조용하게 바꿀 수도 있다. 물론 포스 터치 기능 활성화, 또는 비활성화 모두 가능하다.
포스 터치가 적용된 키감은?
포스 터치 기능을 전혀 써보지 않았다면 처음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기존 트랙패드를 누르는 것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누를 때 진동이 느껴지기 때문에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깊이 누르는 것 또한 연습이 필요하다.
먼저 포스 터치에 익숙해지면 새로운 트랙패드 단축 제스처를 배울 차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능 중 하나는 단어 검색. 트랙패드에서 세 손가락 탭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인데 뜻을 알고싶은 단어를 선택한 뒤 트랙패드를 ‘꾸욱~’ 누르면 내장된 사전으로 단어 뜻을 보여준다. 그 뿐만 아니라 사진 미리보기, 음악/동영상 빨리 감기, 파일 이름 변경 등 익숙해지면 벗어나질 못할 단축키들을 활용할 수 있다.
매직 트랙패드를 사용하기 전에는 테스크탑 셋업에 굳이 트랙패드를 추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키보드, 마우스와 함께 사용하기 시작한 트랙패드는 다양한 제스처와 양손 활용으로 내 작업 활용성을 끌어올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여기에 포스 터치까지 탑재된 매직 트랙패드 2는 나에겐 분명 매력적인 업그레이드다. 또한 포스 터치를 사용하고 싶던 맥 이용자라면 충분히 구입할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