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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북의 세 가지 ‘역설’

투인원 태블릿을 만들던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투인원 노트북을 만들었다. MS는 이 제품에 ‘서피스북'(Surface book)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서피스북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나는 기립 박수를 치던 현장의 외신 기자들과 같은 마음이었다. 멋진 공연을 펼친 무대의 주인공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던 그 마음을 짐작할 수 있어서다. 왜?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노트북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역설적인 제품이라서 그럴 게다.

역설 하나. 비싼 노트북이다

지금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북 판매 페이지에 들어가면 당장 받아볼 수 없는 제품으로 표시된다. 제품마다 예정된 배송일이 써있지만, 적어도 11월 안에는 받아볼 수 없는 제품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주 많은 서피스북을 준비하지 못한 게 이유일 수도 있다. 시장 조사 기관 가트너는 10월 26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서피스북이 올해 5만~10만 대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MS도 아마 그 이상의 수요를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서피스북은 그리 값싼 제품이라 말하기 어렵다. 모두 여섯 모델인 서피스북의 최저가는 1천499달러(코어 i5,램 8GB, 128GB SSD), 최고가는 3천199달러(코어 i7, 램 16GB, 1TB SSD)다. 여기에 세금을 붙이면 값은 더 오른다. 비싸다는 말이 허투루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피스북이 비싼 것은 인정하더라도 맥북 라인을 빼고 이 돈을 주고도 살만한 다른 노트북이 눈에 띄지 않는다. 비싼 노트북이 안 팔리는 게 아니라 비싸도 돈을 주고 살만한 제품이 없었던 것일 뿐이라는 역설을 담고 있다

역설 둘. 직접 설계한 노트북이다

서피스북은 노트북이다. 하지만 화면만 떼면 태블릿으로 쓸 수 있는 투인원 제품이다. 이런 노트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서피스북이 이들 제품과 다른 것은 노트북과 태블릿 양쪽 모두 충실할 수 있는 만듦새를 가진 데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때문이다.

실제 서피스북을 보면 이 제품은 그냥 노트북처럼 보인다. 이 제품을 투인원 노트북이라 생각지 못할 만큼 키보드의 질감, 단자 구성에 매우 신경 썼다. 그런데 화면부만 떼어서 태블릿으로 써도 별다른 불만이 없다. 발열이나 소음도 적고 심지어 무게도 화면 크기에 비하면 부담이 없을 정도다. 펜도 있으니 더 메모나 그림 작업을 할 때도 좀더 유용하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형태의 경첩부도 재미있다.

중요한 사실은 이 제품을 MS가 직접 설계한 투인원 노트북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노트북 업체가 많은 돈을 쓰는 직접 설계 대신 제조 업체의 ODM 상품에 브랜드만 얹어 유통에 신경쓰는 사이 MS는 반대로 노트북을 설계했다. 그것도 기본에 매우 충실한 투인원 노트북을 말이다. 그러니 더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

역설 셋. 이름을 가진 노트북이다

수요가 줄어 들면서 PC 시장의 힘이 떨어지고 있는 때문일지 모르지만, 분명 PC 업계에서 메시지를 던지는 업체는 이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해마다 새로운 노트북용 프로세서를 내놓고 있음에도 인텔의 메시지는 큰 울림이 없어졌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 메시지에 충실한 제품이 없어서다. 이제 노트북보다 다른 시장에 곁눈질 하고 있는 PC업체들 입장에서 굳이 내리막길의 노트북 시장을 위한 메시지를 던질 까닭이 없다.

그런데 MS는 반대의 일을 했다. 서피스북을 들고 나오면서 그동안 노트북 업계가 놓친 메시지를 담는 데 주력했다. 전천후로 쓸 수 있도록 성능을 높이고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모두 담고 기본기 위에 완성도를 끌어 올렸다. 물론 가격도 올렸다. 하지만 이 제품이 가진 가장 큰 차이점은 ‘서피스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점이다.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노트북. 정말 오랜 만이다. 한번 생각해보라. 삼성도 노트북을 만들고 LG도 노트북을 만든다. 그들은 ‘시리즈’, ‘그램’이라는 노트북 이름이 있지만, 아무도 그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 부를 수 없는 이름이 아니라 이름 자체를 몰라서 그냥 삼성 노트북, LG 노트북이라 부를 뿐이다. 글로벌 노트북 업체라고 별다를까? 씽크패드라는 이름을 가진 레노버도 다른 노트북의 이름은 모른다. HP, 델 노트북 중에 기억나는 이름이 있는가?

‘부를 수 있는, 부를 만한 이름을 가진 고성능 투인원 노트북’. 이것이 서피스북의 또 다른 역설이다.

PHiL
글쓴이 | 칫솔(PHILSIK CHOI)

직접 보고 듣고 써보고 즐겼던 경험을 이야기하겠습니다.
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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