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전통적인 노트북을 리뷰하는 일은 쉽지 않다. 스마트폰과는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섹시한 디자인이나 비비드한 컬러를 논할 수도 없고, 새로운 OS의 특별함을 찬양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집에다 얌전히 모셔두고 쓰는 노트북에 ‘특별함’이란 대단히 한정된다.
제조사도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컨셉을 만들어낸다. ‘게이밍’이란 이름이 붙는 제품들이 대표적인 전략적 컨셉 제품이다. 그 밖에 멀티미디어 노트북이란 컨셉도 있다. 게이밍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픽에 살짝 힘을 준 녀석이란 뜻이다. 오늘 소개할 녀석은 ‘멀티미디어’ 노트북이다. 레노버가 내놓은 ‘아이디어패드 700-15ISK’가 그 주인공이다.
원래 게이밍 노트북이란 명칭은 가벼운 무게를 포기하고 무지막지한 부품을 우겨 넣은 데스크탑 뺨치는 성능의 노트북을 말하는 단어로 기억하고 있는데, 어쩐지 최근에는 외장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노트북을 통칭하는 분위기로 살짝 맛이 변했다. 다시 말하면 인텔 CPU에 들어있는 내장 그래픽카드 외에 엔비디아나 ATI의 그래픽카드를 넣은 제품을 주로 게이밍, 혹은 멀티미디어용 노트북이라 칭한다는 말이다. 게이밍과 멀티미디어의 차이는 그 그래픽카드의 성능에서 살짝 타협을 본 수준이라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아이디어패드 700-15ISK는 인텔 i5-6300HQ, 4GB 램, 그리고 지포스GTX 950와 삼성 128SSD를 품은 노트북으로 아주 대단하지 않지만 딱히 부족하지 않은 적당한 성능을 지닌 제품이다. 리뷰용으로 대여받은 제품은 코어 i5를 얹은 제품이지만 최근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코어 i7을 얹고 100~130만 원 수준의 가격대를 보여준다. 그 밖에 부품은 대동소이하다.
15.6인치 풀HD 수준의 저반사 IPS 디스플레이를 얹었다. 일부 저가 노트북에 활용되는 TN 패널과는 다르게 시야각 넓다. 노트북을 정면에서 바라보지 않고 약간 옆으로 돌려 바라봐도 색 느낌이 변하지 않는다.
지포스 GTX 950은 ‘게이밍’이라 자랑할 수준의 성능은 아니다. 위로 960부터 980ti까지, 수냉식 SLI 그래픽카드까지 우겨넣은 제품이 출시되는 마당에 뭔가 아쉬운 구석이 많이 남는다. 물론, 온라인 게임에 주저않는 수준은 아니지만, PC게임을 즐기는 하드코어 유저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한 가지, 최근 콘솔 게임기에 맞춰 출시되는 게임이 많은지라 예전에 견줘 스펙에 대한 압박이 덜하다는 점이 작은 위안일 것이다.
그 덕분에 최적화가 잘 된 것으로 알려진 게임, 특히 30프레임 언저리의 콘솔 기반의 게임들은 무리 없이 돌릴 수 있다. 살짝 굼뜬 느낌은 있지만 크게 불편하지만 않다면 강행해도 좋을 수준. 적절하게 옵션을 타협할 줄 알고, 고사양의 게임을 즐기지 않는 수준이라면 크게 나쁘지 않다.
반면, 장안에 이름 난 고사양 게임들을 돌려보면, 프레임보다도 게임 진행 자체가 그다지 매끄럽지 않아 옵션 타협은 반드시 필요하다. 더구나 최근에 출시된 폴아웃4 등 흔히 말하는 ‘모드질’을 할 수 있는 게임은 욕심을 부릴 수록 요구 사양도 따라 올라가니 적절하게 주어진 환경에서 즐기는 절제도 미덕이 필요하다.
이처럼, 아이디어패드 700-15ISK는 일반 업무용 노트북이라 말하기는 좋은, 그렇지만 게이밍이라 선포하기엔 다소 부족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다만, 외장 그래픽카드를 지니고 있어 포토샵이나 영상 인코딩 등을 이용하면서도 원활하게 PC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다수 모니터를 연결한 상태에서도 비디오 메모리가 넉넉한 만큼 끊김없이 움직인다.
이 제품의 최대 고객은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신입사원이 들어와 노트북을 한 대 마련해줘야 하는 상황’에 적절한 선택이다. 가격대도 저렴하고, 성능도 나쁘지 않다. 특별하지 않지만 아쉽지 않으며, 한 번 구입하면 향후 4~5년 정도 업무에는 전혀 지장없이 활용할 수 있다. 100만 원 수준에 사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 상하는 일 없이 ‘줄겁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정도의 노트북을 찾고 있다면 꼭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