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소니 코리아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3가지 h.ear 제품을 공개했다. h.ear은 고음질 이어폰, 헤드폰을 가리키는 소니 브랜드. 기자 간담회 당시 이미 2종의 제품을 출시한 상태였고, 나머지 하나도 지난 주에 정식으로 출시했다. 기자 간담회에서 제품의 특징에 대해 듣고 광고 모델인 아이유를 직접 보는 호사도 누렸지만, 그것만으로 제품을 평가할 수는 없는 일. 때문에 제품을 구해 직접 일상에서 써 보면서 음질이나 편의성을 확인하기로 했다. 일상 테스트에 동참한 제품은 지난 주 출시된 h.ear go를 빼고 h.ear in Wireless와 h.ear on Wireless NC 두 가지에 HRA(Hi-Res Audio)의 음질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 전용 플레이어인 NW-A25이었다. 이 글은 이 제품들과 보낸 지난 3주 간의 기록이다.
h.ear in Wireless
h.ear in Wireless는 기존 소니 제품에서 쉽게 볼 수 없던 넥밴드형 제품이다. 그동안 소니는 여러 형태의 블루투스 제품을 만들었다. 다른 제품군과 다르게 유독 블루투스 이어폰 제품군에서 소니는 자신만의 디자인을 찾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도달한 넥밴드형 제품은 소니 디자인의 흐름에서 주목할 만하다.
얌전한 검은색이 아닌, 이번 h.ear 제품군의 특징인 트렌디한 색상을 느끼기 위해 선택한 비리디언 블루 제품. 격식을 갖춘 옷에 착용하면 너무 튀는 게 아닐까 걱정했으나, 생각보다 어떤 옷에도 두루 어울리는 제품이었다.
전체적인 만듦새는 훌륭하다. 유선형의 제품 디자인은 목에 무리 없이 감기며 충분한 유연성을 갖춰 착용 중 불편함은 없었다. 유닛이나 본체 모두 마감이 훌륭해 충분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디자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본체에서 나온 이어폰 케이블 처리가 아쉽다. h.ear in Wireless에선 이어폰에 달린 작은 클립을 빼면 이어폰 유닛과 케이블을 정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그렇다고 이어폰을 덜렁덜렁 들고 다니기엔 지저분하고 아쉽다. 이미 넥밴드형 디자인을 채택한 다른 제품에서는 여러 형태로 이어폰 유닛을 고정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디자인에 깊은 고민을 했다는 소니에서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무척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아마추어 같은 부분과 달리 USB B타입 단자에서 ‘AUX’ 출력을 할 수 있어 배터리가 없는 상태에서도 유선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인상 깊었다. h.ear in Wireless의 배터리는 2.5시간 충전하면 약 7.5시간을 쓸 수 있다. 출퇴근길을 오가며 오랫 동안 음악을 듣는다면 매일, 그렇지 않다면 이틀에 한 번꼴로 충전해주면 언제든지 음악을 들을 수 있다. NW-A25와는 NFC로 쉽게 연결할 수 있다. h.ear in Wireless 오른쪽에 NFC가 있어 NW-A25를 가져가면 전원이 켜지고 곧바로 연결도 된다.
NW-A25와 연결해 여러 음악을 들어보았다. h.ear in Wireless는 고감도 9mm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탑재했고, 진동판의 주름을 늘려 탄성을 높인 하이 컴플라이언스 구조를 적용해 깊은 저음의 해상력을 개선했다. NW-A25와 연결하면 소니가 개발한 코덱인 LDAC를 통해 HRA 음원을 들을 수 있다. LDAC 코덱은 유선과 무선의 차이를 어느 정도 지워주는 훌륭한 기술이다. 다만, 데이터 전송량이 많아서 그런지 지하철 역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선 소리가 지연되거나 끊길 때가 종종 있었다.
최상의 음질을 위해선 플레이어, 리시버, 파일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 요즘 쉽게 무손실 음원(FLAC)을 구할 수 있으나, 이런 음원을 구하지 않았더라도 DSEE HX를 통해 일반 CD, MP3 음원을 HRA 수준으로 업샘플링할 수 있다. 기본 팁으로도 차음성은 뛰어난 편이고 착용감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이를 통해 즐기는 음원의 해상력은 뛰어난 편이다. 깊은 저음 부분도 소니가 강조한 대로 더 또렷한 느낌이 든다. 전체적으로 소니 브랜드의 소리와 유사한 편으로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소리를 들려준다.
마이크도 지원해 휴대폰과 연결하면 헤드셋으로도 쓸 수 있다. 통화했을 때 목소리가 멀리 떨어져 들리거나 하지 않고, 선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 상대방의 목소리도 깔끔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소니 h.ear in Wireless는 24만 9천원에 판매 중인 고가의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그만큼 편의성과 음질 모두를 갖추려고 했다. 다만, 편의성에선 이어폰 케이블 처리와 같은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못함이 아쉽다. 음질도 나쁘지 않으나 LDAC를 이용했을 때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소니가 제시한 편의성과 음질 사이의 적당한 타협점을 이용자가 어떻게 느끼는가에 따라 제품의 평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h.ear on Wireless NC
소니 h.ear on Wireless NC 제품은 새로운 색만 아니라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소니 헤드폰의 디자인 요소를 고스란히 가져왔다. 지난 세대와 다르게 이번 제품은 무선과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ling)을 지원한다는 특징이 있다. 귀를 덮는 제품이라 착용감이 중요한데, h.ear on Wireless NC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제품 곳곳에 쿠션이 있고, 각 유닛의 가동범위도 넓어 알맞게 착용할 수 있다. 제법 크지만, 무게는 290g으로 착용하고 무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별도의 케이블을 이용하면 유선으로 쓸 수 있고, 무선으로도 쓸 수 있다. 유/무선 모두 노이즈 캔슬링을 쓸 수 있다. 소니의 노이즈 캔슬링 효과는 괜찮은 평을 받는데, 실제로 NC 버튼을 눌러 노이즈 캔슬링을 켠 상태에서 h.ear on Wireless NC를 착용하면 갑자기 주변이 고요해진다. 대중 교통이나 특정 공간에서 음악에만 집중하고 싶다면 노이즈 캔슬링을 이용하면 된다. 혼자 있는 집 안에서 노이즈 캔슬링을 통해 음악을 듣다가 잠시 헤드폰을 벗으면 생활소음이 이렇게나 심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편의성에서 마찬가지로 NFC를 지원해 기기를 잠시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연결할 수 있다. 왼쪽에는 전원 버튼과 NC 버튼이, 오른쪽에는 실질적인 조작부가 있다. h.ear on Wireless NC를 쓰면서 처음에 몇 차례 조작 실수를 했다. h.ear in Wireless 제품 때문이었다. 두 제품을 동시에 쓰면서 조작 방식이 손에 익지 않아 조금 어려움을 느꼈다. h.ear in Wireless의 조작부는 왼쪽에 있고, NFC는 오른쪽에 있다. h.ear on Wireless NC는 반대다. 아마 이러한 차이는 실제 조작을 오른손으로 할 때가 많아 오른손만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리라.
h.ear on Wireless NC에는 HRA를 대응하는 40mm HD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탑재됐다. 이를 통해 모든 음역에서 안정적인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h.ear in Wireless를 듣다가 h.ear on Wireless NC를 들어서일까. 체급이 다른 두 리시버의 음질을 비교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지만, h.ear on Wireless NC 쪽이 단연 풍부한 소리를 들려줬다. 편안한 착용감과 스타일, 음질까지 두루 갖췄다는 인상을 받았다.
h.ear in Wireless와 마찬가지로 헤드셋으로 쓸 수 있다. 마이크가 조금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실제 통화를 할 때는 그런 문제를 느낄 수 없었다. 39만 9천원이라는 가격은 생각보다 다가서기 힘든 가격이나 쓰다 보면 가격을 잊고 구매하고 싶은 욕심이 드는 매력적인 제품이다. 헤드폰이라는 형태적인 특징이 있어 선호도에 따른 차이는 있으나 노이즈 캔슬링, 무선을 지원하는 제품을 찾는 이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제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원문 : Rein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