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가 올해 초 내놓은 아이디어 패드 Y700이다. CPU와 그래픽카드 성능이 빵빵한 이른바 게이밍 노트북. 언제라도 휴대할 수 있는 호리호리한 녀석은 아니다. 일이던 게임이던 무리 없이 즐기다, 여차하면 들고 나갈 수 있는 수준으로 2.6kg 정도다. 얇고 가벼운 노트북이 쏟아지는 가운데 게이밍 노트북으로서의 체통을 확실히 지키는 녀석이다. 휴대성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라면 뭘 포기해야할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인텔 스카이레이크 i7-6700HQ 프로세서와 엔비디아의 GTX 960M 4GB 그래픽카드를 품고 있다. 최근 파스칼 라인업을 출시한 터라 살짝 늦은 감이 있지만, 성능상 크게 문제가 없고, 가격적으로 안정된 제품을 원한다면 고려해볼 만 하다. 성능에 따라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100만 원 안팍에서 구입할 수 있으니 ‘게이밍 노트북’치고는 다소 저렴한 편이다.
메모리는 게이밍 노트북에 걸맞게 8GB, 최대 16GB까지 쓸 수 있고, 슬림형 하드디스크 하나와 M.2형식 SSD를 쓸 수 있다. 화면은 풀HD 해상도의 IPS 패널을 달아놨다. 최근 출시되는 다른 제품들에 견줘 다소 해상도가 낮은 편이긴 하지만, 노트북에서 직접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조금이라도 프레임을 확보할 수 있는 풀HD가 유리할 수 있다. 다만, 넓은 베젤이 상당히 아쉬운데, 최대한 화면의 크기를 키우는데 조금 더 신경을 써줬다면 좋았을 것이다.
겉모습에도 꽤 신경을 많이 쓴 제품이다. 디스플레이 흰지가 본체 안쪽으로 몰려있어 붉은 스피커가 항상 노출되는 모습인데, 검은 메탈 재질로 만들어진 본체와 상당히 잘 어울린다. 붉은 스피커는 외관만큼이나 깊은 내공을 품고있는데, ‘JBL 스테레오 스피커’라 홍보하고 있다. 물론, 최근 출시되는 노트북이 오디오 브랜드 로고 하나 정도 밖는건 기본인지라 크게 신뢰하기는 어렵다. 노트북에 달려있는 스피커가 좋아봐야 얼마나 좋겠냐마는, 이 제품 생각보다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난다. 웬만한 싸구려 스피커보다 좋은 소리를 들려주고, 볼륨도 상당히 큰 편이다. 소위 빵빵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녀석이다.
아랫쪽에는 큼지막한 환풍구와 역시 붉은색으로 치장한 우퍼스피커가 달려있다. 아이디어 패드 Y700은이 들려주는 좋은 소리는 하판에 달려있는 우퍼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본체 열은 뒤쪽으로 빠져가는 구조로, 고성능 게임을 즐길 때는 본체 뒤편에 공간을 확보하는 게 유리하겠다. ‘게임을 돌리면 본체가 뜨거워져 견디기 어렵다’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게임을 즐길수록 팬소음은 살짝 거슬릴정도로 커진다. 게임용 헤드셋을 이용한다면 크게 신경쓰이지 않지만, 앞서 설명한 ‘빵빵’한 스피커로 소리를 듣는 게이머라면 게임 중반부터 들리는 헬기 이착륙 소리가 상당히 원망스러울 것이다.
키보드는 요즘 출시되는 노트북이라면 모조리 당연히 채용하는 아이솔레이션 방식으로 꽤 쫄깃한 키감을 지니고 있다. 게이밍 키보드답게 WASD 키에 붉은 테두리를 쳐놓은 것도 특징. 은은한 붉은색으로 옅게 빛나는 덕분에 어두운 곳에서도 문제없이 쓸 수 있다. 찜통 더위에 게이머를 한층더 괴롭히는 팜레스트 발열은 특별히 느끼기 어렵다. 숫자키가 분리되어 있지는 않지만 모든 키를 우겨넣은 풀사이즈 키보드다. 이게 뭐 중요한가 싶을 수 있는데, 텐키레스 키보드를 쓰다보면 치트키용 ‘게임 트레이너’를 쓰기가 상당히 곤란하다.
측면 단자는 큰 특징은 없다. SD슬롯과 USB단자, 레노버 특유의 전원단자가 달려있다. 모니터 확장용 단자는 HDMI뿐이고 DP 포트는 별도로 달려있지 않다.
위쳐3를 돌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고 옵션은 무리다. 풀HD 해상도에서 울트라 옵션은 15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다. 일반 고품질에서는 약 20, 저품질에서 3~40프레임을 보여줬다. 50~60프레임 수준으로 게임을 원활하게 돌리기 위해서는 해상도를 한 단계 낮추고 옵션을 로우로 맞춰야 한다.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는 고품질에서 30~40 수준을 보인다. 아주 빠릿한 느낌은 아니지만 게임을 즐기는 데 무리는 없다. 옵션을 조금 더 타협한다면 50프레임 근방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그 이하 온라인 게임 정도라면 문제 없이 돌릴 수 있다. 레노버 Y700은 게이밍 노트북으로서 기본기는 탄탄히 갖춘 녀석이지만, 날고 기는 게임을 쌩쌩 돌리기에는 다소 힘에 부친다. 그래픽카드에 관심이 많은 게이머라면 ‘지포스 960m’이란 이름만으로 어느정도 예상했을 수치지만, 평소 관심이 없던 게이머라면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 패드 Y700은 소개한 것처럼 인텔 i7-6700HQ와 지포스 960m 등 게임을 즐기는 데 필요한 기본기는 갖춘 제품이다. 게다가 JBL 이름을 달고 있는 스피커가 들려주는 소리도 무척 훌륭하다. 게다가 노트북이란 태생적인 한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에 견줘 경쟁력도 함께 갖추고 있으니 옵션을 낮추는 데 알러지가 있는 게이머가 아니라면 한 번 고려해봄직 하다.
개인적으로 항상 주장하는 부분인데, 이정도 성능의 노트북은 회사 업무용으로도 추천한다. 낮은 가격에 뛰어난 성능까지, 얇고 가볍지 않지만 가성비만 놓고 본다면 게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외근이나 미팅은 어떻게 처리하냐고? 업무차 만난 바이어 앞에서 포토샵을 해야할 필요가 없다면, 저렴한 태블릿과 무선 키보드를 챙기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