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7은 애플이 그동안 유지해온 흐름을 깨뜨린 독특한 제품이다. 그동안에는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이 나오면 그 다음 제품은 그 디자인을 바탕으로 마이너한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해왔다. 그런데 아이폰 7은 아이폰 6s와 비슷하게 거의 같은 디자인을 유지했다. 달라진 점을 굳이 꼽자면 절연띠, 카메라, 그리고 추가된 색상뿐. 아, 많은 사람들을 혼동과 충격에 빠뜨린 제거된 헤드폰 잭도 있다. 과연 오랫동안 사람들이 애용해온 헤드폰 잭을 없애고 방수와 더 좋은 카메라를 탑재한 아이폰 7을 2년 주기 업데이트 주기를 깨뜨리고 만족할만한 마이너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 있을까?
디자인
서문에도 적었듯이 디자인은 아이폰 6 시리즈와 거의 같다. 하지만 블랙과 젯 블랙이 추가되어 색상은 더욱 다양해졌는데 내가 구입한 블랙은 매트한 마감으로 은은하면서 고급스러움을 풍긴다. 지문은 쉽게 보인다. 그래도 젯 블랙처럼 심하게 눈에 띄진 않는다. 무엇보다 절연띠도 검정색을 사용해 전체적으로 아주 조화로운 조합을 완성했다. 카메라 부분은 여전히 튀어나왔고 플러스 기종은 오히려 넓어졌다. 두 개의 카메라가 탑재된 덕분인데 앞면이 보이는 상태로 놓고 상단 왼쪽을 건드리면 아이폰이 흔들리는 살짝 불쾌한 균형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하지말자. 앞면은 예전 아이폰과 비교해 다른 점을 찾기 힘들다. 그나마 옆면이 검정색 알루미늄으로 어우러져 무게감이 느껴진다.
디스플레이
애플은 9월 이벤트에서 아이폰 7을 소개하면서 더운 많은 색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본 아이폰 7 플러스의 화면은 사용하던 아이폰 6s 플러스에 비해 훨씬 색이 진하고 화려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보는 것 같은데 너무 과장되지 않은 느낌이랄까? 아이폰 7 플러스 화면을 보다 다른 화면을 보면 색이 빠진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홈 버튼
겉보기엔 똑같은 홈 버튼. 하지만 완전히 바뀌었다. 우선 더 이상 버튼이라고 하면 안된다. 버튼인 것처럼 흉내낼 뿐이라서다. 맥북의 트랙패드처럼 탭틱 엔진을 아이폰 안에 탑재해 진동으로 버튼의 눌리는 느낌을 따라했다. 진동의 강도는 처음 아이폰을 세팅할 때 세 단계로 나뉘어 원하는 정도를 정할 수 있다. 이 탭틱 엔진은 홈 버튼 뿐만이 아니라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일어나는 특정 액션에 독특한 진동을 줘서 그 액션에 대한 반응을 시각 뿐만 아니라 촉감으로도 느끼게 해준다. 개인적으론 나쁘진 않은 부분. 하지만 홈 버튼은 이제 압력도 단계별로 느낄 수 있다는데 그에 대한 커스토마이징 옵션이 없는 건 많이 아쉽다.
카메라
내가 아이폰 7 플러스로 업그레이드 하고싶었던 가장 큰 이유다. 아이폰 6s 플러스의 카메라가 불만족스러웠던 건 아니다. 하지만 두 개의 렌즈로 두 배 줌을 할 수 있다는 건 음식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나에겐 너무나 땡기는 기능이었다. 가끔씩 음식 사진을 찍으면서 디테일한 부분도 담고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그럴때 이 기능을 쓰면 딱이겠다 싶었다.
아래는 내가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들이다. 사진은 리사이즈 되었으며 추가 보정은 아이폰 안에서 적용했다.
실제로 써본 카메라는 내가 생각(기대)한 것보다 떨어지는 화질을 보여줬다. 아이폰 6s 플러스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많이 좋아지진 않았다. 28mm f/1.8 렌즈와 비교하면 56mm f/2.8 렌즈의 화질은 눈에띄게 뭉개짐이 보인다. 어두움 곳에서도 꽤 밝게 찍히지만 페이스북에 올리는 용도 이상으로 쓰기엔 애매한 화질이다. 사실 가장 기대하는 기능은 피사체 외 배경을 흐릿하게 만들고 보케 효과를 주는 ‘인물’ 기능인데 이건 나중에나 추가한단다. 당분간은 원하는 피사체를 좀 더 가깝게, 그리고 움직이지 않고도 괜찮은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로 만족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성능 & 배터리
성능은 뭐라 나무랄데가 없다. 초반 세팅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써본 아이폰 중 가장 빠르다. 그런데 이 빠르다는 게 좀 애매한 게 예전 아이폰과 비교하면 아주 세밀하게 빨라진 느낌이라 아무 생각없이 쓰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하지만 애플의 새 A10 퓨전칩은 단순히 빨라진 것만은 아니다. 코어 네 개 중 두 개는 전력 효율을 책임져 이전 아이폰의 성능을 내면서 배터리를 더 오래 쓸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스마트폰을 되게 하드코어하게 사용하는 편인데 그래픽 작업이 많은 게임과 트위터, 페이스북, 웹서핑과 음악 감상 등 동영상 감상 빼곤 배터리 작살낼만한 작업은 무척 자주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11시쯤 나와 5시쯤 배터리를 확인했을 때 한 30%정도 남아 있었다. 좀 더 여유롭게 사용하면 하루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전에 사용한 아이폰 6s 플러스에 비하면 한 한 시간정도는 더 쓸 수 있었는데 애플 이벤트에서 발표한 내용을 생각하면 얼추 맞는 것 같다.
라이트닝 & 무선
워낙 많은 루머 덕분에 헤드폰 잭이 없어질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변화로 내 삶이 얼마나 달라질지,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애플이 어떻게 대안을 준비할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기다렸는데 결과는 역시 만족과 실망이 반반이다. 우선 헤드폰 잭이 없어진 건 나에게 영향을 거의 주지 않았다. 다만 현재 탑재된 라이트닝 이어팟은 음악 감상 중 단자 부분의 접촉 문제인지 이동하다 보면 물리적 움직임에 음악이 잠시 멈추거나 아예 멈추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 리모트가 작동되지 않는 현상도 종종 일어나는데 이 부분은 애플이 소프트웨어로 고치겠다고 한다. 동봉된 이어폰 경험은 전작과 비교하면 완벽한 다운그레이드다.
그렇다면 무선은 어떨까? W1칩이 얼마나 다른지 궁금해서 비츠 솔로3 와이어레스는 추가로 구입했다. 애플은 W1칩을 에어팟과 함께 소개하면서 쉬운 페어링과 끊김없는 연결, 그리고 향상된 배터리를 장점으로 꼽았다. 그리고 이런 장점들은 제품에서 바로 드러난다. 전작에 비교해 비츠 솔로3 와이어레스는 12시간에서 40시간으로 껑충 뛰었다. 제품을 개봉한 후 전원을 켜자 아이폰 7 플러스 화면이 켜지면서 헤드폰을 연결할지 물어본다. 버튼을 누르면 바로 연결되고 아이폰에는 기존 블루투스 로고와는 다른 헤드폰 로고가 자리잡는다. 이렇게 페어링된 헤드폰은 나중에 다시 사용할 때도 아이폰에 자동으로 연결되고 iCloud로 연결된 다른 애플 기기에도 헤드폰 정보가 저장돼 애플 워치나 맥북프로에서도 별다른 페어링 절차를 거칠 필요없이 블루투스 기기 목록에서 헤드폰을 선택해 연결하면 된다. 사용하는 동안 연결 끊김은 경험하지 못했고 애플이 말한 경험을 그대로 겪을 수 있었다. 큰 장점이라고 할 수는 없다. 페어링 자체가 엄청 오래 걸리는 작업은 아니니까. 하지만 편하다.
하지만 이 제품은 헤드폰이고 나는 헤드폰을 이어폰만큼 자주 사용하진 않는다. 나는 평소 걸어다닐 때나 운동할 때 항상 이어폰을 사용한다. 안타깝게도 이 부분은 아직도 답을 내릴 수 없다. 무엇보다 애플이 발표한 에어팟은 발매되지 않았고 현재 구할 수 있는 W1 칩이 탑재된 제품은 비츠 솔로3 와이어레스가 유일한데 이 제품은 헤드폰이다. 헤드폰이라면 이미 보스 QC35를 애용하고 있고 내가 지금 가장 급한 건 이어폰이다. 일상 생활이나 운동, 등 내가 음악을 듣고싶은 대부분의 상황을 커버해줄 그게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 부분은 에어팟을 내 손에 쥐게 되면 조금 더 이야기 할 생각이다.
iOS 10
어찌보면 하드웨어보다 더 큰 변화가 아닌가 싶다. 장단점이 공존하는 업데이트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업그레이드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유지해온 잠금 화면 디자인을 변경하면서 기존에는 거의 쓸 일이 없었던 이 화면을 아주 유용하게 만들었다. 아이폰을 들어올리면 화면은 자동으로 켜지고 왼쪽으로 화면을 움직이면 위젯을 볼 수 있다. 기존엔 터치아이디 센서가 너무 빠르게 반응해 잠금 화면은 그저 몇 초 안에 사라질 화면이었다. iOS 10에선 굳이 잠금 해지를 하지 않고도 간단한 알림이나 날씨 확인 등 원하는 정보를 빨리 볼 수 있는 창구가 되었다. 거기에 가장 큰 업데이트는 역시 아이메세지다. 아이메세지 앱스토어 개방으로 메시지 앱이 180도 바뀌었다. 스티커 뿐만 아니라 돈 송금이나 다양한 효과, 손쉬운 이모티콘 삽입까지 페이스북 메신저나 카카오톡을 사용하던 유저도 편리함과 재미에 돌아올법한 큰 변화다. 내 주위 친구들과 GIF와 스티커로 메세지 창을 꾸미는 재미는 상상을 초월한다. 또다른 추가된 기능 중 내가 애용하는 건 빈칸에 전보를 입력할 때 자동으로 어떤 정보를 넣을지 예측해주는 기능이다. 예로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야 할 때 키보드에 내 이메일을 예측하고 바로 임력할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내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 정보가 저장되어 있으면 회원가입이나 배송정보 입력 등 다양한 상황에서 훨씬 빠르게 정보를 채울 수 있다.
유일한 단점은 혐오감을 불어일으키는 음악 앱 디자인이다. 너무 오랫동안 봐서 적응이 되었지만 여전히 거지같다. 다만 아이패드에선 좀 더 사용하기 좋아졌다. 스플릿 스크린을 지원하고 스크린 사이즈에 따라 바뀌는 음악 앱의 디자인을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변화는 아니다. 그래도 보기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특히 반복/셔플 버튼을 아래로 숨겨놓은 건 용서할 수 없다.
결론
아이폰 7 플러스는 애매하다. 하드웨어는 종합적으로 업그레이드라고 볼 수 없다. 카메라는 아주 조금 좋아졌다. 인물 모드가 추가되면 좀 더 마음에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헤드폰 잭은 빠지고 그에 대한 대안은 현재는 없는 상태다. 거기에 동봉된 라이트닝 이어팟은 문제덩어리다. 액정은 아름답고 만족스럽다. 홈버튼은 글쎄, 큰 변화를 모르겠다. 방수 기능은 좋지만 난 일부러 아이폰을 물에 빠뜨리거나 샤워할 때 사용할 용기는 없다. 다만 물속에 실수로 빠뜨릴 때 생존해주기만을 바랄뿐. 성능과 배터리는 좋아졌으나 큰 차이를 못 느끼거나 애매하다. 소프트웨어는 정반대다. 단점이 존재하지만 이걸 커버할 장점들이 넘쳐난다. 새로운 메세지 앱은 너무 재미있고 자동으로 켜지는 화면과 좀 더 다양해지고 정보가 넘쳐나는 알림은 3D 터치와 함께 사용하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아이폰 6s에서도 만날 수 있다.
아이폰 6 또는 그 이전 제품을 사용했던 유저라면 아이폰 7은 (헤드폰 잭 부재를 제외하면)그럴듯한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다. 아이폰 6s 유저는 조금이라도 더 좋은 카메라를 원한다면 옮길만한 가치는 있다. 하지만 그 외의 상황에서는 굳이 업그레이드 하지 않아도 iOS 10의 새로운 기능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이폰 7 플러스 업그레이드를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위에 선뜻 추천하진 못하겠다. 헤드폰 잭 부재에 대한 대안이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