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IT관련 글들을 보고 있으면 크게 두 가지 종류의 글로 나눌 수 있다. 연예면을 보는 듯한 자극적인 팩트의 나열이나 확인되지 않은 팩트를 사실처럼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IT라는 것이 아무래도 팩트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이야기를 해야하니 딱딱해질 수 밖에 없다. 소재들도 고가이면서 관여도 높은 제품이 많아서 더 정색해야할 경우들이 많다. 그런데 말이다. 요즘은 팩트를 적당히 조합만해도 IT 칼럼니스트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더라. 종종 소설에 가까운 기사들이 스트레이트 기사로 등장하기도 하더라. 기왕 이럴거면 소주 한 잔 마시면서나 이야기할 수 있는 뒷담화 같은 글을 쓰는게 속 편할 것 같았다. ‘소주 한 잔’은 그런 글이 될 것이다. 그냥 IT 오덕들이 술자리에서 나누는 그런 은밀한(?) 이야기를 수필처럼 털어놔 보겠다. IT 수필가? 그런거 없다. 그냥 덕내 풍기며 소주나 한 잔 기울이면서 떠들어 보련다. 술자리 뒷담화니 디스 같은건 기본으로 깔고 가겠다는 의도이다.
구글이 LG전자의 뒷통수를? 무슨 X소리야!
뉴스 피드를 보다가 기가 차는 뉴스 하나를 접했다. ‘구글에 뒤통수 맞은 LG전자, V20에 ‘누가 7.0’ OS 최초 탑재 홍보했더니…구글은 업그레이드 버전 넣어'(IT조선). 제목부터 소설의 스멜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기자는 레퍼런스폰을 구경도 못해봤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기사를 읽어보니 LG V20에 안드로이드 7.0 누가를 탑재시켜 ‘세계 최초’라 홍보를 했는데, 구글이 픽셀에는 상위 버전을 넣어 LG의 뒷통수를 쳤다는 내용이었다. 이걸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는 데 놀랐다. 물론 LG측에서는 이런 표현을 감히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LG의 속내를 끍어주듯 구글을 욕 먹이려는 의도로 뒷통수를 쳤다고 이야기를 해준 것일까?
기사의 리플을 봐도 사람들은 이미 이 기사가 얼마나 소설의 장르에 치우쳐 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좀 더 명확하게 구분을 해봐야하고 그 기준이 되는 것은 ‘made by Google’이 된다.
안드로이드 7.0 누가는 LG V20이 최초로 탑재했고 이미 혜택을 누리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리고 구글의 픽셀은 누가를 베이스로 누가의 UI를 버리고 독자적인 픽셀UI를 가져가고 있다. 이것은 구글이 자신들의 레퍼런스를 커스터마이징해서 made by Google에 적용하는 경우라고 해석해야 한다. 레퍼런스인 안드로이드 누가는 유지하되 made by Google 제품은 별도의 별똥대를 꾸려서 가두리 울타리를 키워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차별화를 위해 픽셀만의 독특한 기능들을 넣을 수는 있다. LG도 레퍼런스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안드로이드 7.0 누가를 커스터마이징해서 사용하지 않는가? 뭐가 다르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출시 시점과 준비 시간도 다르다. 만약 구글이 레퍼런스 버전 자체를 뒤집을 의도였다면 이미 LG에게도 기사에서 문제삼는 7.1.X 버전의 안드로이드 누가가 전달 되어 있어야 정상이다. 엘지도 준비하고 업데이트 적용을 서둘러야할테니 말이다.
이 기사를 보면서 기자가 소설을 쓴 가장 큰 요인은 확인에 있다. 구글 픽셀이 발표된 이후에 진행된 안드로이드 정기 업데이트에서는 아직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냥 버그 픽스와 성능 개선이 전부다. 7.0.x 단위의 업데이트라서 그럴까? 픽셀만 고고하게 7.1.x 버전을 유지하기 위해서일까? 추후에 7.1 버전도 확인을 하겠지만 픽셀UI처럼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구글은 픽셀을 발표하면서도 아직 안드로이드 7.0 누가에 대해서 말을 아꼈다. 픽셀OS(안드로메다)로 통합을 한다거나 안드로이드를 변화시키겠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픽셀OS의 바뀐 UI를 보면서 안드로메다와 안드로이드를 혼동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구글이 made by Google 제품들을 네세우며 시작하는 경험의 가두리 작업을 살펴보면 오히려 안드로이드와 분리해서 차별점을 강조해야하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구글이 만들었다는걸 강조해야 하는 픽셀이 굳이 다른 제조사들에게 같은 UI나 OS를 강요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봐도 구글이 굳이 LG의 뒷통수를 칠 이유 따위는 없다. 구글이 LG 뒷통수 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도대체 뭐란 말인가? 기사에서는 자극을 위한 팩트와 인과의 나열만 있을 뿐이지 최소한의 이유나 명분도 설명하지 않는다. 플롯마저 엉성한 소설이라 그냥 낚시용으로 생각하고 안주거리로 삼고 넘어가다록 한다.
LG V20, 뒷통수는 무슨! 구글에게 감사를!
LG V20을 손에 들고 잠깐 경험을 해봤다. 잘 만들었다. 매무새는 지금까지의 LG 스마트폰들중 가장 마음에 들었고 LG UX X.0(아무리 적응하려해도 적응이 안되는 이름이긴 하다)으로 이름 붙일 OS는 LG의 색을 많이 걷어냈다. 안드로이드 누가의 기본 모습을 많이 유지하고 있었다. 이건 정말 칭찬하고 싶었다. 굳이 실용적이지도 않고 트러블만 만들며 무겁기만 한 LG 홈런처가 그나마 가벼워졌으니 말이다.
전체적인 퍼포먼스의 향상이나 배터리 효율등을 살펴보다가 LG가 안드로이드 누가 최초의 타이틀을 가져간 것이 이번에는 적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드로이드 누가는 그런 정도로 잘 만든 OS이다. ‘최초’ 타이틀을 유난히 좋아하던 LG가 오히려 최초의 수혜를 최대한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봐도 좋다. 이걸 뒷통수라고 표현하니 참 술이 술술 들어갈 따름이다.
사실 지난 해에 안드로이드 진영의 암흑기가 있었다. 구글과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삽질을 하는 사이에 제조사들이 정면에서 욕이란 욕은 다 먹었으니 말이다. 스냅드래곤은 불을 뿜었고 안드로이드는 약속했던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스냅드래곤820과 조합을 맞췄던 안드로이드 6.0 롤리팝의 경우, 초기 버전에서는 엄청 무겁고 버그가 심했었다. 이후 버전에서 안정화가 되긴 했지만 이미 제조사들은 사용자들에게 뭇매를 다 맞은 후의 일이다. 뭇매를 맞으면서도 제조사들은 롤리팝을 탓하지 못한다. 구글을 대놓고 욕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제조사가 있을까? 그러니 사람들은 OS의 결함보다는 기기의 결함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제조사들이 그걸 다 받아냈다. 작년부터 언제가 한번은 이 이야기를 글로 털어내고 싶었다. 정작구글이 뒷통수를 치고 나몰라라 했던 것은 작년이었고 롤리팝 때였다.
LG V20은 안드로이드 누가를 품고 출시 되었다. 최초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만큼 충분한 혜택을 가지게 된 것이다. OS가 보여줄 수 있는 성능의 차이. 분명히 느껴질 만큼의 차이를 다른 스마트폰들보다 일찍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LG V20을 경험하게 된다면 V20이 잘 만들어졌을 것 같은 착각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안드로이드 누가가 더 많이 퍼지기 전까지만 유효한 무기이다. 구글에게 감사를 해야할 부분이고 최초를 분명히 살려내야 한다.
그런데 LG V20이 이런 안드로이드 누가의 장점들을 제대로 어필하고 사람들에게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까? 지금의 DAC과 탈착식 배터리, 3.5mm 이어폰잭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답답해질 뿐이다. 최초 타이틀은 그렇게 그냥 스펙의 한 줄 미사어구로 짱박혀질 뿐이구나.
맥주 한 캔 앞에 두고 혼술하며 안주 삼다보니 생각보다 주절거렸다. 두 가지만 기억했으면 한다. 안드로이드 누가와 made by Google의 픽셀은 다른 길을 걷는다. LG V20은 분명히 안드로이드 누가의 최초 수혜자이다. 그러나 스스로 뭐가 좋은지 아직 잘 모르고 있다.
다음에는 좀 더 부드러운 안주거리를 물고 돌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