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가까워 오자 각자의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씩 꺼내 들고 PC 앞에 앉았다. 앞으로 1시간 동안 봐야 할 갤럭시 S8을 공개하는 인터넷 생중계를 위한 에너지 드링크였다. 맥주 속 알코올은 정확히 1시간 뒤 우리를 갤럭시 S8에 대한 더 큰 흥분으로 이끌 거나 또는 1시간을 헛쓰게 만든 사태에 대한 분노를 더 키울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전자이기를 바라면서 언팩을 시청했다. 언팩을 위해 준비했던 1시간이 모두 지나고 우리는 하늘을 날고 싶은 타조의 꿈을 그린 동영상을 본 뒤 유투브를 닫았다. 삼성은 무엇을 위해 언팩을 했고,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언팩을 봤던 것일까? 언팩을 지켜본 테크G 4인의 관전평을 모았다.
박병호_타조가 귀여워
‘왜 항상 발표는 야심한 새벽에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은 채, 자리에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발표 내용을 메모했다. 그런데 발표 내용보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보면서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불안은 현실로 나타났다. 지금 언팩을 다 본 게 맞나 싶은 허탈감이 밀려왔다.
언팩을 통해 공개된 갤럭시 S8은 분명 매력적인 기기다. 깔끔한 디자인을 갖췄고, 성능 또한 눈부시다. 루머를 재확인하는 언팩의 경향을 의식이라도 한 걸까. 더 소개할 내용이 많을 텐데 서둘러 마무리 지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기기에 대해선 훗날 따로 이야기하는 게 맞을 게다. 다만 언팩 행사에서 알맹이를 찾기 힘든 느낌이다. ‘우리는 멋진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라며 긴 시간 동안 뭔가를 설명하고 기어 360까지 제공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정작 변죽만 울린 듯하다. 멋진 친구들(Friends) 소개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마치 기기에 자신이 없으니 우리는 이렇게 다양한 액세서리가 있다고 강조하는 느낌이다. 다른 기기가 떠오르는 부분이지만, 아마도 기분 탓이리라 싶다.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진 발표는 세련됐다. 다만, 갤럭시 S8에 관한 내용보다는 멋진 연출과 VR을 이용한 시각적인 경험으로 정작 중요한 내용을 숨기고 깔끔하게 포장을 마쳤다. 그러니 잘 봤다 싶으면서도 헛헛한 기분이 남을 수밖에. 타조의 귀여움으로 덮기엔 짚어야 할 부분이 많았고, 삼성은 몸을 사린 느낌이다.
김남욱_단조로운 언팩
발표는 했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 알 수 있는 게 그리 많지는 않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8 언팩 행사를 접한 소감이다. 사실 언제나 언팩 행사를 하기 전에 이미 하드웨어에 관한 소문들이 이미 숱하게 쏟아져 나오면서 어떤 성능, 어떤 기능을 갖게 되는 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언팩 행사와 별반 다르지 않게 갤럭시 S8 언팩 역시 그 소문들을 복기하면서 그대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그래도 기대하는 것은 있다.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느냐, 아니면 어떻게 설명하느냐의 차이다. 이미 다 알고 있듯이 ‘어차피 우리 제품 아니면 뭐 살 거 있어?’ 같은 자신감이 차고 넘칠지라도 그 제품을 설명하는 자세와 방법에 따라 제품이 더 빛이 나거나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의미로 보면 갤럭시 S8 언팩은 핵심으로 보는 몇몇 특징의 겉만 살짝 맛보기로 보여 준 수준에 머문 발표라 아쉬움은 남는다. 언팩 행사로 알 수 있는 것보다 삼성전자 뉴스룸 웹사이트에서 더 상세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라니…
행사 자체에 대한 아쉬움은 뒤로하고, 갤럭시 S8과 갤럭시 S8+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품이 아닌가 판단된다. 특히, 지능형 인터페이스 빅스비와 삼성 덱스를 이용한 활용이 실생활에서 어떤 경험을 안길지 사뭇 궁금해진다.
최필식_기승전 ‘타조의 꿈’
현장에 가지 않았으나 지난 해 갤럭시 노트7에 이어 기어VR에서 360도 실시간 현장 중계를 봤다. 기어VR로 보는 것은 사실 해상력이 떨어져 자세한 내용을 보긴 힘들다. 그래도 현장의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같은 장소에서 보는 발표라면 그 차이를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난 해 갤럭시 노트7을 발표했던 곳에서 S8을 발표했는데 바닥과 전방, 천장까지 폭넓게 무대를 펼친 노트7 때에 비하면 좁은 런웨이 같은 형태의 무대에서 진행한 발표는 확실히 행사 자체의 경직성마저 느끼게 했다.
때문에 진행 형식이라도 다르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것 마저도 기대 만큼은 아니다. 언팩이 열리는 1시간 동안 나는 갤럭시 S8, S8+의 놀라운 성능에 감탄을 쏟고, 새로운 기능에 함성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할 타이밍이 어디였는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우리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언팩을 보는 게 아니라 소문 이상의 가치를 확인하려는 것이지만, 이번 언팩은 ‘하늘을 날고 싶은 타조의 꿈’을 실현한 동영상의 가치를 발견했을 뿐이다. 갤럭시 S8을 직접 본다면 좀더 감탄사를 내뱉을 듯하나, 설익은 빅스비도, 진전 없는 카메라도, 이미 쓰는 홍채 인식도, 새로운 얼굴 인식도, 숫자로만 보여준 AP의 성능도, 흔한 방수도, 또 한번 강조한 VR 등 메시지를 이해하기 힘든 모든 불만은 마지막에 보여준 그 타조 동영상으로 덮은 셈이다.
그나마 현재 상태에서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것은 덱스 정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데스크톱 컴퓨터로 바꾸는 안드로이드 컨티뉴엄을 삼성식으로 해석한 기능이다. 하지만 덱스가 VR을 쓰는 동안 주커버그가 등장했던 MWC의 갤럭시 S7 언팩 같은 참신함에 미치진 못한다. 그저 오늘은 ‘타조, 타조’만 이야기할 것 같다.
이세민_컨셉과 발표가 따로 놀다
1시간 동안 갤럭시 S8 언팩 행사를 지켜 보니 당초 갤럭시 S8에 대한 언팩으로 알려진 행사보다 지난 해 LG G5와 프렌즈처럼 ‘갤럭시 S8과 친구들’을 보여준 언팩에 가까워 보였다.
1시간의 발표는 산만하고 지루했다. 갤럭시 S8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고 그렇다고 새로운 VR이나 360에 대한 기대를 불러내지도 못했다. 언제나 행사 자체에 대한 준비는 잘했으나 정작 속은 비어 있는 느낌. 진짜가 되면 자랑하고 싶은 내용들이 많고 오히려 말을 덜해도 알려지는 법이다. 그런 자랑이 너무 부족했다. 많은 돈 들여 실컷 자랑하려는 행사에서 말을 너무 아낀 느낌이다.
갤럭시 S8은 유출로 전달된 내용들이 더 많을 정도이고 덱스의 시연도 실질적인 부분보다 뭔가 보여주기에 급급한 느낌이다. 흉내는 냈지만 내 것이 아닌 키노트를 보는 기분도 들었다. 행사에서 전달된 메세지가 별로 없으니 그다지 할 말도 별로 없다. 실제로 제품들을 봐가며 하나씩 실제로 체크해야 할 듯 하다. 삼성패스, 얼굴인식, 덱스 정도가 궁금한 포인트가 된다. 빅스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