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가까이 LG 페이를 썼다. 물론 모든 결제에 쓰진 않았다. 아니, 못했다. LG 페이가 납득할 만큼 준비된 상태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보니 내가 주로 쓰는 신용 카드를 등록하지 못한 터라 여전히 지갑 속 신용 카드를 꺼내는 일이 잦았다. 머지않아 더 많은 신용 카드를 등록할 수 있다지만, 그 이전까지 지갑을 대신하긴 어려운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
어쨌든 지난 한 달 일상에서 LG 페이를 이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카드 결제기 앞에서 될지 안될지 긴장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물론 LG 페이가 널리 알려져서 그런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받아 결제를 처리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든 것은 갓난아기와 같은 LG 페이라면 어려운 일이다. 어디까지나 ‘삼성 페이’라는 선발 주자의 공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가끔 LG 로고를 발견하고 머뭇거리는 이에게 “삼성 페이처럼 결제해 주세요”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건네받은 스마트폰을 아무 말 없이 카드 결제기에 가져다대는 이들을 보면 스마트폰 결제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히 사라진 분위기는 확실히 읽혀진다.
후발 주자라고 해도 LG 페이가 스마트폰 결제 시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선 이견은 전혀 없다. 단지 LG 페이를 볼 때 어딘가 모르게 답답하고 불안하다. 이용 방법은 삼성 페이와 똑같고, 현금을 쓰지 않는 스마트폰 중심의 금융 전략은 상당히 빈약하다. 또한 LG페이를 첫 적용한 G6의 미래도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LG 페이의 인터페이스
삼성 페이를 썼던 내 입장에서 LG 페이는 별 차이가 없다. 카드를 등록하는 방법, 카드를 꺼내 결제하는 방법 모두 똑같다. 화면 아래 로고 부분에서 위로 밀어 올려 앱을 꺼내는 과정이나 페이 앱을 실행하고 지문 인증을 거친 뒤 카드기에 대면 결제를 끝내는 절차까지 하나도 다르지 않은 것이다.
대부분은 일반적인 결제 과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결제를 하기 위해서 해당 카드를 불러내고 생체 인증 과정을 거치는 방법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스마트폰 지불 방식에서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삼성 페이와 똑같은 방식의 LG 페이는 그것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은데 쓰면 쓸수록 번거롭다. 두 지불 방식 모두 페이 앱을 실행하는 과정과 생체 인증을 하는 과정이 따로 이뤄지고, 여기에 가맹점 포인트를 쌓거나 쓸 때 따로 카드를 불러내는 과정과 시간을 감안하면 여러 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다.
LG 페이는 부분적으로 이러한 스마트폰 결제 과정의 단계 축소나 기능적 보완을 하기는 했다. LG 페이의 결제 단계에서 포인트 카드를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을 추가한 점에서 그렇다. 포인트를 쌓거나 쓰는 카드의 바코드를 결제 단계에서 읽을 수 있게 만든 것은 올바른 결정이다. 물론 자동보다 수동으로 등록해야 할 카드가 많은 부분은 좀더 개선할 부분이지만, 결제 단계에서 포인트 카드를 선택할 수 있는 점은 확실히 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제의 과정 자체가 짧아진 것은 아니다. 전원이 꺼져 있든 켜진 상태든 앱을 띄워야 하는 과정 이후 생체 인증을 하는 과정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결국 두 과정을 거의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어려운 숙제이긴 하다.
물론 응용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안드로이드 7.1의 지문 인식 제스처를 이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7.1을 올린 픽셀과 넥서스 6P의 지문 센서에 손가락을 댄 채 아래로 내리면 알림바를 내려오게 만들거나 다시 접어 올리는 기능을 추가했다. 센서에 따라 기능 구현 여부가 갈리지만, 페이 앱에서 고려할 만한 기능이다. 지금 G6는 지문 인식 센서에 손가락을 대면 곧바로 잠금이 해제되는데, 잠금 해제를 하는 순간(또는 이미 전원이 켜 있는 순간) 지문 센서에 대고 있던 손가락을 아래나 위로 문지르면 이미 생체 인증까지 된 페이 앱을 띄워 곧바로 카드기에 대면 되는 것이다. 물론 주로 쓰는 카드 설정은 필요하겠지만, 곧장 페이 앱을 띄워 결제까지 가는 단계는 지금보다 훨씬 줄일 수 있다. 어디까지나 제스처 기능을 쓸 수 있는 지문 센서를 달았을 때의 이야기지만.
LG 페이의 비전
지금은 LG 페이를 통해 지갑 대신 스마트폰에서 결제를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한 시기인 것은 맞다. 적어도 LG 페이가 현금을 들고 다닐 필요 없는 지불 방법의 효과적인 수단으로써 습관을 들이도록 시간을 둘 필요는 있는 상황이다. 일단 신용 카드의 대체 수단으로는 성공적이다. 좀더 많은 제휴사를 끌어들여야 하지만, 기술적, 환경적 영향에서 지적할 문제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저 걱정이 되는 한 가지는 LG 페이가 바라는 미래다. 지금은 LG 페이가 단순히 신용 카드를 대체하는 스마트폰의 기능으로 시작했지만, 사실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그 미래에 대한 공유는 거의 없다. 이는 LG 페이에서 앞으로 지원될 카드나 LG 페이를 서비스할 국가 같은 것을 묻는 질문이 아니다. 기능으로, 정책으로 구현되는 문제를 떠나 스마트폰에 기반한 모바일 결제는 사실 현금 없는 사회를 위한 수단 중 하나이자 모든 개인 금융의 핵심이다. 단순히 신용 카드 결제를 대신하는 기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쓰고 거두는 모든 거래를 관리하는 종합 금융 서비스로 이해해야 맞다.
은행을 찾지 않고 현금을 쓰지 않는 모든 거래가 스마트폰으로 진행되는 개인 금융 서비스는 그 자체 만으로도 매우 복잡하다. 이용자의 여건에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어디서 손대야 할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이용자의 스마트폰은 LG 페이가 아니어도 이미 수많은 결제 관련 앱이나 은행 앱, 송금 앱들로 가득차 있다. 지갑 대신 스마트폰으로 일상의 거의 모든 거래를 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금융 앱이 다른 지향성을 갖고 만들어진 만큼 일관성도 없고 복잡하다는 점이다. 물론 상황에 맞게 각 앱을 잘 다루는 똑똑한 이용자에게 문제라고 볼 수는 있지만, 여러 가지 일을 통합된 환경에서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LG 페이가 단순히 오프라인의 신용 카드 결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미래는 없다. 그렇다고 서비스를 시작한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뭔가 차근차근 진행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드는 신호는 최근 간담회에서 온라인 결제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정도다. 이처럼 LG 페이의 미래에 대한 힌트가 더 나와야 함에도 확실하지 않은 것을 말할 수 없는 분위기 때문에 자제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LG가 LG 페이 서비스의 미래를 진지하게 공유하지 않으면 단순한 신용 카드 대체제로 이해한 이용자들은 언제든 LG 페이를 떠날 수 있다. LG 스마트폰 이용자가 누릴 수 있는 기능이 아니라 서비스로 인식을 시키는 것. 그것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LG 페이의 다음 단계
지난 6월, G6의 LG 페이가 활성화됐을 때 반가운 마음 반, 무거운 마음 반이었다. 스마트폰에서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좋은데, G6의 스마트폰 결제 기능이 2018년 7월 이후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기 못해서다.
지금 LG 페이나 삼성 페이는 모두 자기 보안 전송,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라 불리는 기술을 이용한다. 신용 카드 뒷면에 있는 마그네틱 카드에 담긴 정보를 읽을 수 있는 카드 리더기에 대응하는 기술로 지금은 거의 모든 신용카드 결제 장치에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1년 뒤인 2018년 7월 이후에 MST 방식의 모바일 결제를 걱정하는 것은 불법 복제된 카드의 이용을 막기 위해 IC 카드 사용 의무화가 전면 시행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신용카드를 긁지 않고 신용 카드의 IC 칩 부분만 꽂아서 쓰는 형태로 바뀌는데 이는 MST와 호환되지 않는다. IC카드 전용 결제 단말기만 필요한 사항이므로 실질적으로 카드리더를 이용하는 이 기능의 활용은 문제가 될 수 있다.
IC카드 사용 의무화 전면 시행 이후 LG 페이 같은 스마트폰 지불 서비스는 다른 기술을 활용해야 하거나 지금의 정책을 바꿔야 한다. 여기서 나온 대안이 NFC를 이용하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LG 페이와 삼성 페이의 정책이 갈린다. 삼성 페이는 독자적인 NFC 결제전략을 진행할 수 있다. 삼성 페이는 애초부터 MST와 NFC를 동시에 지원하도록 설계했고 삼성 페이를 지원하는 NFC 기능을 가진 서명 패드(이용자가 결제할 때 사인하는 장치)도 이미 결제 장치 업체들과 준비를 끝냈기 때문이다.
LG 페이는 아직 NFC 기반의 지불 방법에 대한 뚜렷한 방향이 없다. 3년 전 시작한 삼성 페이와 다르게 LG 페이는 NFC 결제에 대한 독자 기술에 의한 결제 환경을 구성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다. 때문에 국내 카드사와 대표 은행이 주도하는 모바일 협의체의 결정을 따르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은 해볼 수 있는데 모바일 협의체 표준을 따르는 NFC 결제기의 보급이 그 때까지 진행될 지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난감한 상황이다.
NFC 결제 단말의 보급이 늦어질 수 있음을 예상한다면 유일한 방법은 자기 카드 리더의 사용 자체를 막는 게 아니라 MST 결제를 위한 마그네틱 카드 리더를 존속시키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물론 신용 카드 결제 용도로 쓰는 것만 막고 스마트폰 지불 결제를 위한 용도만으로 한정하도록 유예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말이다. 사실 MST는 단순히 마그네틱에 저장된 정보를 읽는 것이 아니라 암호화된 가상의 신용 카드 번호를 전송하는 토큰화 기술이다. 복제할 염려를 대신해 IC 카드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기술 역시 그런 우려를 지우지만, 정책을 바꾸지 않는 기술의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
지금이야 문제를 드러내지 않은 상황이지만, 1년 안에 MST 결제를 대신할 보완책이 나오지 않으면 LG 페이 이용자들은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문제다. 이는 LG 페이에 대한 이용자 경험이 중단되는 것인 만큼 그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이용자들에게 결코 좋지 못한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더 많은 스마트폰에 LG 페이를 넣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LG 페이를 쓸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는 일도 더 없이 중요하게 챙겨야 할 문제다. 그 해법을 찾아야 할 시간은 1년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