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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19] LG V50용 듀얼 스크린에 대한 LG의 오판

펼치면 이렇게 두 개의 화면을 쓸 수 있지만, 양쪽 화면이 동일한 크기는 아니다.

어쩌면 가장 먼저 이야기를 정리했어야 할 주제였음에도 안타까운 마음에 가장 마지막에 써야 할 이야기로 남겨 둘 수밖에 없었다. LG가 MWC19에서 프리미어 행사에서 공개했던 5G 스마트폰 ‘LG V50 씽큐'(이하 LG V50)는 그 자체로 주목을 받기는 어려웠지만, 세컨드 디스플레이로 쓸 수 있는 전용 주변 장치인 ‘듀얼 스크린’ 덕분에 눈길을 끌 수 있었다. 하지만 LG는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던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오히려 발표 직후 온갖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맞아야 했다.

분명 보기에 따라서 듀얼 스크린은 특별한 장치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LG V50 듀얼 스크린과 유사한 주변 장치는 에이수스의 ROG 폰와 함께 공개된 적이 있고, 듀얼 스크린을 결합하면 두 화면을 갖고 있는 ZTE 액손 M와 아주 비슷한 형태여서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5G 기반 서비스가 시작되기 이전에 듀얼 스크린에 대한 상상력의 한계로 인해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장치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일 수밖에 없다.

LG V50 씽큐 5G 전용 듀얼 스크린

때문에 MWC19의 프리미어 행사에서 LG가 했어야 하는 일은 듀얼 스크린을 단순한 주변 장치의 측면에서 말할 것이 아니라 그 당위성을 설득하는 이야기를 꺼냈어야 했다. 더불어 보조 개념의 세컨드 스크린으로 말할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두 개의 메인 스크린으로 확장하는 매우 중요한 장치라는 점을 강조했어야 했고, 처음부터 제품 기획도 그렇게 했어야 했다.(물론 제품 기획자들은 이 제품을 보조 개념에서 접근한 탓에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일단 세컨드 스크린은 5G 환경에서 필요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5G에서 폴더블처럼 더 넓은 스크린을 가진 장치나 듀얼 스크린처럼 더 많은 스크린이 필요한 것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5G는 LTE보다 더 넓은 대역폭으로 더 빠르게 동기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기존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단순히 빠르게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전송되는 정보의 양에서 차이가 난다는 의미다. 때문에 종전 하나의 미디어 앱에서 하나의 스트리밍을 처리했던 것과 다르게 2개 이상의 앱을 통해 다중 스트리밍이 가능한 미디어 시대를 열 수 있다. 이는 미디어 재생 뿐만 아니라 콘텐츠 중계 및 전송까지도 얽혀 있기 때문에 미디어 소비와 콘텐츠 생산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LG V50을 결합한 뒤 옆에서 보면 무게로 인해 본체 부분을 잡을 수밖에 없고 결국 작고 적은 픽셀을 가진 덮개의 화면을 주 화면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5G 시대의 다중 미디어 시대로 변화를 감안하면 어떤 형태든 스크린을 가진 장치는 변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당장 폴더블 스마트폰을 만들 수 없는 LG가 선택한 대안이 세컨드 스크린이라도 결코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다만 문제라면 이러한 5G 시대의 미디어 변화에 맞춰 세컨드 스크린의 당위성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했다는 데 있다. LG는 이날 빠른 속도를 가진 5G 환경에서 세컨드 스크린과 V50으로 다중 작업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압축해 말했지만, 앱에 따라 세컨드 스크린에서 키보드나 컨트롤러가 바뀌고 두 개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하는 장면만으로 5G의 미디어 환경 변화를 확실하게 깨닫기는 설명이 충분치 않았고, 이러한 이야기조차 제품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5G 환경에서는 한꺼번에 전송될 수 있는 데이터의 규모가 다른 만큼 다채널 미디어 스트리밍 환경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이미지 제공 : it동아 강형석 기자)

한마디로 스토리 텔링의 실패다. 제품을 발표할 때 그에 맞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제조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별 것 아닌 기능이라도 이야기의 서사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는데, LG V50과 듀얼 스크린은 그러한 서사가 빠져 있다. LG가 듀얼 스크린에 앞서 5G에서 미디어 환경에 변화를 충분히 설명하고 듀얼 스크린을 설명했다면, 만약 LG가 부스에 전시되어 있던 몇몇 5G 활용 사례를 무대에서 좀더 보여준 뒤에 듀얼 스크린을 꺼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지금보다 상황은 낫지 않았을까?

또 다른 문제는 세컨드 스크린에 대한 방향이다. LG 전자는 세컨드 스크린을 메인 스크린으로 고려하진 않은 듯하다. 스마트폰 화면의 확장이라면 최소한 스마트폰 화면과 같은 크기, 픽셀을 가진 디스플레이를 썼어야 했다. 그래야만 어느 쪽 디스플레이로 앱을 실행하거나 콘텐츠를 재생하더라도 두 디스플레이의 경험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하나의 스포츠 경기를 두 채널에서 동시에 스트리밍 하는 등 5G의 미디어 환경에 대한 변화를 더 부각했어야 했다.(이미지 제공 : it동아 강형석 기자)

하지만 LG는 듀얼 스크린의 화면 크기는 2160×1080 픽셀을 가진 6.2인치 OLED 패널을 썼다. LG V50의 3120×1440 픽셀의 6.4인치 OLED 디스플레이보다 조금 작고 픽셀 수는 적다. 물론 상대적으로 적은 픽셀이 눈에 띄거나 하는 것은 아니라 하지만, 듀얼 스크린의 인치당 픽셀 수는 390PPI로 V50 디스플레이의 538PPI와 다르다.

상대적으로 조금 작은 화면과 적은 픽셀이라 해도 V50의 보조용으로 본다면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앞서 더 많은 화면을 활용하는 5G의 미디어 환경에서 보조용의 개념보다 확장의 개념을 생각했다면 크기와 픽셀이 다른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아직 제품을 체험하지 않은 이들마저 이 구성에 불만을 드러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더구나 가로 모드로 쓸 때 무게의 문제로 스마트폰 부분을 손에 쥐면 덮개의 세컨드 디스플레이를 메인으로 보게 되는 상황은 영 낯설다. 같은 크기와 동일한 픽셀 수를 가진 디스플레이라면 두 화면은 서로 컨텐츠나 앱을 확장하는 개념으로 보겠지만, 다른 디스플레이의 구성에서는 스마트폰을 메인 디스플레이로 여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액세서리를 결합하면 세컨드 스크린은 쉽게 켜고 끌 수 있지만, 두 개의 디스플레이는 사실 역할 분담이 되어 있지 않음에도 다른 구성인 만큼 상대적으로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LG 입장에서는 보조 디스플레이의 생산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어차피 듀얼 스크린 장치의 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리송하게 타협한 듯하다. 개념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그 개념을 강하게 밀어줄 수 있는 동력의 부족이 여전한 것이다. 확실한 가격도 아니고 확실한 기능도 아닌 애매함 속에서 서사 마저 약한 듀얼 스크린을 만나게 될 것이다. LG V50 5G와 함께…

PHiL
글쓴이 | 칫솔(PHILSIK CHOI)

직접 보고 듣고 써보고 즐겼던 경험을 이야기하겠습니다.
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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