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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2020] 또 하나의 e잉크 노트북, 레노버 씽크북 플러스

씽크패드나 아이디어 패드 같은 레노버 브랜드에 비하면 씽크북은 지난 해 갓 시작된 따끈따끈한 브랜드다. 그런데 씽크북은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 씽크패드의 ‘씽크’와 노트북의 ‘북’을 결합한 씽크북 브랜드는 실제로 씽크패드의 주요 장점을 중소 규모 사무 환경에 녹인 제품을 내놓으려는 방향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야심찬 취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제품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그 색채가 너무 약했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어쩌면 기대가 적었던 씽크북 플러스를 더 흥미롭게 여겼을 수도 있다. 만약 이번 CES 2020에서 본 레노버 씽크북 플러스 같은 제품이 씽크북 브랜드의 시작과 함께 존재했다면 지금처럼 브랜드에 대한 의문을 갖지는 않았을 것이라서다.

씽크북과 다르게 씽크북 플러스에서 그런 의문을 지우게 된 건 개념이 달라서다. 이 노트북은 점점 일터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변화를 어떤 식으로 수용할지 고민한 흔적을 남긴 것이다. 하지만 그 흔적은 보는 이에 따라 무리수일 수도 있고 획기적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노트북은 덮개를 열고 닫는 노트북이지만, 덮개 양면으로 디스플레이를 넣은 제품이라서다.

씽크북 플러스는 덮개를 열면 컬러 디스플레이가 있다. 하지만 덮개를 열지 않아도 디스플레이가 있다. 이 디스플레이는 항상 켜져 있고, 덮개를 열지 않아도 작동한다. 덮개 위는 10.8인치 e잉크 디스플레이를, 그 아래는 13.3인치 컬러 디스플레이를 가진 듀얼 스크린 PC인 것이다. 그동안 e잉크 디스플레이를 쓴 PC를 여럿 발표한 레노보가 덮개 상판에 이런 시도를 한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덮개 상판에 e잉크 디스플레이를 넣은 것은 사실 매우 위험한 해석을 낳거나 선입견을 갖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레노버는 왜 이런 제품을 냈을까?

레노버는 그 이유를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멀티 태스킹의 문제를 지적한다. 이는 PC에서 여러 작업을 실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PC를 쓰면서도 어떤 확인을 위해 다른 장치를 써야 하는 일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 여러 장치를 쓰는 멀티 태스킹이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레노버는 중소기업 근무자들이 PC에서 작업하던 이용자가 알림 확인을 위해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하고 다른 기능을 실행하는 행동들이 실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라는 것을 포레스트 리서치를 통해 찾아냈다. 즉, 다른 장치를 쓰는 동안 PC 작업은 멈추는 그 시간을 합치면 하루에 2.1시간이나 된다.

레노버는 여러 작업을 하려는 사람의 행동에서 오는 이러한 생산성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멀티 태스킹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가져야 한다고 봤다. 물론 장치간 멀티 태스크 자체를 막기는 어렵지만, 다른 장치를 봐야 했던 기능 중 일부를 PC로 옮겨 그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특히 PC처럼 장치를 열기 전까지는 이용자와 관련된 어떤 일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를 보완하는 것 또한 현대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해결책 중 하나로써 씽크북에 그 해결책을 더한다는 의미로 플러스를 붙인 씽크북 플러스를 내놨다.

씽크북 플러스의 e잉크 디스플레이는 덮개를 닫고 있는 상태에서도 항상 켜져 있다. e잉크는 전력 소모가 거의 없으므로 항상 켜 놓은 상태로 PC로 들어오는 중요 알림을 이용자에게 보여준다. e메일, 날씨, 시간, 일정, 배터리 상태 등 PC를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도록 정보를 알려준다.

물론 e잉크 디스플레이를 통한 알림 확인 기능을 넣는다고 다른 장치의 사용성을 없앨 수는 없다. 다른 장치도 생산성을 위해서 꼭 필요한 기능을 갖고 있어서다. 다만 이러한 시도는 PC의 사용성을 더욱 높여 다른 장치의 사용시간을 상대적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지금은 쓰잘데기 없는 부분까지 스마트폰 같은 다른 장치를 켜서 확인하던 정보를 항상 켜져 있는 씽크북 플러스의 e잉크 디스플레이를 통해 손쉽게 확인하면서 다른 장치의 접근 빈도와 시간을 줄이려는 것이다.

또한 씽크북 플러스의 e잉크 디스플레이는 단순한 알림 확인용으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레노버가 다양하게 준비했던 이전 e잉크 장치의 기능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스타일러스 펜인 액티브 펜으로 메모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그림판도 있고, PDF를 읽어 그 위에 주석을 달 수도 있다. 아마존 킨들용 콘텐츠 등 몇 가지 e북 포맷도 지원한다. 물론 DRM이 걸린 국내 e북 콘텐츠는 읽기 어렵다. 이번에도 e잉크 디스플레이를 위한 인터넷 브라우저가 빠진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새로운 e잉크 디스플레이용 기능도 두 가지 추가했다. 하나는 e북의 바탕화면을 이용자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점이다. 사실 레노버가 밝힌 e잉크 기반 세컨드 디스플레이의 존재 이유보다 이게 가장 흥미롭고 현실적인 이유가 될 것 같다. 노트북의 덮개 바깥 디스플레이가 e잉크여서 이용자 마음에 드는 상판 디자인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굳이 스킨을 깔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전력 소모를 크게 걱정하지 않고 원하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쉽게 바꿀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또한 기업 로고나 마케팅 메시지를 표시할 때도 유용할 수 있다.

또 다른 기능은 알렉사다. e잉크 디스플레이를 갖고 있는 기존 노트북은 굳이 알렉사를 e잉크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노트북을 펼쳐야만 쓸 수 있는 기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트북을 열지 않아도 기능을 켤 수 있는 씽크북 플러스에서 이 기능은 조금 특별할 수 있다. 단, 알렉사가 아직도 한국어를 할 줄 몰라서 씽크북 플러스가 한국에 출시되더라도 이 기능은 강조하기 어렵다.

레노버는 씽크북 플러스의 제원을 아직 확실하게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인텔 코어 프로세서와 8GB 램, 256GB SSD에 1.4kg 저도의 무게를 가졌으며, 안쪽 컬러 디스플레이가 1,920×1,080 픽셀을 가졌다는 정도만 확인했을 뿐이다. 레노버는 3월에 씽크북 플러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시작 가격은 1천119달러다. 한국에 언제 출시될 지 여부는 지금 확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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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칫솔(PHILSIK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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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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