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중국 출장에서 2세대 Mi 라우터를 가져올 생각은 없었다. 그저 집을 들고날 때 스마트폰으로 현관등을 켜고 끌 수 있는 샤오미의 이라이트(YeeLight) 선플라워 전구를 하나만 필요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전구가 유일하게 알아 먹는 네트워크 장치가 샤오미 공유기였던 터라 하는 수없이 샤오미 공유기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때마침 중국 출장을 떠나기 바로 직전 2세대 Mi 라우터(미 라우터)가 막 판매를 시작한 터라 이왕이면 NAS 기능도 시험해볼까 싶어 1TB 하드디스크를 담은 제품으로 구입했다. 가격은 699위안. 그러니까 원화 (환율 1천원당 187원 기준)로 따지면 13만원 정도다. 물론 배송료가 붙으면 이보다 더 비싸진다.
일단 이 글에서 2세대 Mi 라우터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생긴 하나는 정말 멀쩡하다. 네트워크 저장장치(NAS)로 쓸 수 있는 하드디스크를 몸 안에 품은 때문에 날렵함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좀 두텁고 단조로운 모양새라 해도 오히려 멋지게 보이려는 장식을 모두 빼고 하얀 옷만 산뜻하게 입혀 놓은 터라 집이나 사무실 어디에 놔둬도 잘 어울린다.
비록 하드디스크를 안에 담고 있어도 2세대 Mi 라우터는 이름 그대로 유무선 공유기다. 때문에 미 라우터의 뒤를 돌려보면 인터넷과 네트워크 장치를 연결하는 4개의 랜 단자가 있고, USB 2.0 단자와 무선 랜용 안테나가 있다. 4개의 랜 단자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외부 인터넷 연결용으로 써야 하는 터라 주변 장치를 연결하기 위한 유선 랜 단자는 3개인 셈이다. USB 2.0 단자는 외부 저장 장치를 꽂거나 USB형 무선 랜 증폭기 또는 이라이트(Yeelight) 선플라워용 연결 동글 같은 샤오미의 가정용 IoT 장치를 연결하는 용도로 쓸 수 있다.
2개 안테나는 2개의 신호를 내보내고 2개의 신호를 동시에 받는데, 신호를 좀더 잘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안테나 내부에 회로 기판을 넣은 터라 좀 넓다. 아직 많은 테스트를 한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신호의 품질이나 강도가 좋은 편은 아닌 듯했다. 내장 안테나가 무조건 나쁜 것도, 외부 안테나가 부조건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좀더 확인해 봐야 할 문제다.
2세대 샤오미 Mi 라우터는 앱으로 설정 한다. 하지만 이 앱은 구글 플레이에 없다. 제품 포장을 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커다란 QR 코드를 읽어 웹사이트에 접속한 뒤 APK 파일을 내려받아 설치해야 한다. 첫 설정은 그다지 어렵진 않아도 앱 언어가 100% 영어로 된 건 아닌데다, 나중에 앱 업데이트 이후 모두 중국어로 바뀌는 탓에 다루기가 쉽진 않다.
앱에서 공유기를 설정하는 것은 어렵진 않다. 인터넷 선을 직접 연결할 지, 다른 공유기에 붙여서 쓸 것인지 정해주면 인터넷 설정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 단지 다른 공유기에 붙여 허브 기능만 살려둘 땐 네트워크에서 연결된 장치를 잘 찾지 못하는 문제도 보이긴 한다. 이게 조금 문제가 되는 점은 2세대 Mi 라우터가 NAS로도 써야 하는데 네트워크에서 이를 찾지 못하거나 다른 저장 장치와 충돌이 일어나면 제대로 쓰기 어려워서다.
NAS의 기능을 쭉 훑어보니 내부 네트워크 용도로 쓰는 데는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충돌만 일어나지 않으면 PC에서 내부 네트워크 장치로도 잘 알아채고 이용자의 스마트폰에서도 데이터를 볼 수 있다. 다만 외부에서 이 저장 장치의 데이터 공유를 할 계획을 가진 이들에게 알맞은 기능은 아직 없다. 다른 샤오미 계정을 등록하면 2세대 Mi 라우터의 관리자 권한을 공유할 수 있지만, 관리자 권한으로 공유하는 것은 꺼림칙할 수밖에 없는 데다 스마트폰 이외의 접속 방법을 갖고 있지 않아 다루기 힘겹다.
2세대 Mi 라우터는 공유기와 NAS 두 가지 역할을 하나의 장치 안에 담았으면서도 비교적 싼 편이라는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모자람은 없다. 단지 공유기로도, NAS로도 좀더 냉정하게 봐야 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부분은 좀더 시간을 두고 살펴본 뒤에 이야기를 정리할 예정이다.
원문 출처 | 블로그 chits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