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파이가 미국에 처음 등장했을 때 ‘올 게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좀 더 디테일한 기능들을 들어보니 ‘오호 신기한데’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프로젝트 파이는 구글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통신 사업이다. 미국 전역에 통신망을 짧은 시간 안에 다 설치한다는 건 불가능하니 망을 빌려 쓴다. 흥미로운 점은 프로젝트 파이는 미국의 티모바일과 스프린트 망을 같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현재 사용자가 위치한 곳에서 가장 신호가 좋은 주파수를 사용해서 티모바일과 스프린트 중 가장 신호가 좋은 망을 선택한다는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요금을 계산하는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기본요금은 20달러로 전화와 문자 무제한이다. 전화는 와이파이가 연결된 환경에서는 그 망을 통해서 전화를 걸 수 있고 그 뜻은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와이파이망에선 미국 내 전화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데이터는 1기가 당 10달러로 원하는 만큼 데이터를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더 재미있는 건 만약 4기가 데이터를 구입했는데 저번 달에 3.5기가만 사용했다면 0.5기가만큼을 환불해준다. 쓴 용량만 내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통신 서비스는 처음 봤지만 접근하기 쉽진 않다. (당연히)미국에서만 지원하고 정해진 기기만 지원한다. 아이폰이나 많은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할 수 없다. 두 가지 망을 자유자재로 옮겨야 해서 그 기능을 지원하는 몇몇 기기만 사용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최근 출시한 넥서스 6P다. 그런데 필자가 운 좋게 저번 주에 이 기기를 손에 넣었다. 그럼 당연히 시도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프로젝트 파이는 초대장을 받은 미국 유저만 사용할 수 있다. 필자는 이미 받아두고 못 쓰고 있던 상태라 바로 개통을 진행했다. 우선 원하는 데이터 용량을 정하고 스마트폰은 구입할 필요가 없으니 심카드만 주문하면 그만이다. 심카드와 배송비는 무료.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재미없지 않은가. 필자는 전에 티모바일을 사용 중이었는데 번호를 옮기는 방법을 선택했다. 주문이 끝나니 바로 번호 이동을 위한 정보를 사이트에 입력할 수 있었다. 미리 정보를 입력하면 심카드를 개통할 때 다시 입력할 필요 없이 좀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한 덕이다. 정보로 이름과 주소, 계정 번호와 미국에서 번호를 이동할 때 꼭 필요한 핀도 입력해뒀다.
드디어 심카드가 도착한 날. 넥서스 6P의 전원을 끈 뒤 심카드를 기기 안에 넣었다. 심카드에 붙어온 클립이 아주 가늘어서 심카드 트레이 뽑는 용도로 사용했는데 이 또한 구글의 배려로 보인다. 넥서스 6P를 다시 켠 후 프로젝트 파이 앱을 실행한다. 연결한 계정을 선택하고 이미 입력된 정보를 다시 확인하면서 몇 가지 단계를 거치니 모든 개통 절차가 끝나버렸다. 1분도 걸리지 않아 조금 얼떨떨했는데 번호 이동까지 최대 하루가 걸린다는 메세지를 받았다. 그것마저도 몇 분이 지나니 번호가 다 옮겨져 전화를 걸 수 있었다. 모든 절차가 내 집에서 10분 안에 끝나버린 것이다.
개통이 끝난 프로젝트 파이 앱은 웹과 다를바 없이 모든 기능을 쉽게 다룰 수 있게 구성되었다. 첫 화면에서는 현재까지 쓴 데이터가 보이고 선택한 요금제 정보를 확인하고 변경할 수 있다. 아래로 내리면 결제 방법, 음성 메세지, 착신전환 기능 등을 설정할 수 있다. 빌링에서는 각 달의 요금과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서포트에선 프로젝트 파이 고객센터롤 연락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전화와 메일을 보여준다. 웹에서는 채팅도 가능하다.
개통이 끝난 넥서스 6P는 “Fi Network”라는 서비스 명을 보여준다. 그동안 무제한 데이터에 많이 익숙해져서 확 줄어든 5기가에 익숙해질까 걱정이지만 내가 데이터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려고 한다. 프로젝트 파이는 개통 후 추가로 데이터 전용 심카드를 주문할 수 있는데 추가금은 받지 않고 심카드도 무료로 보내준다. 기존 데이터 요금을 공유하는 건데 아무래도 이 데이터 전용 심카드를 아이폰에 꽂아 두 기기를 동시에 사용할 듯하다.
뭐랄까, 그동안 미국 통신사들의 횡포에 따라주다가 이렇게 깔끔하고 정직한 서비스로 옮기니 사이다 한 병을 원샷으로 들이킨 기분이다. 앞으로의 경험도 이대로 유지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