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짐을 찾으러 나가기 직전, HP가 위층 난간을 하나의 광고로 도배해 놓았다. ‘HP 엘리트 x3’. HP가 MWC 2016에서 처음 공개하는 윈도 10 모바일 기반 스마트폰의 이름이다. 윈도 기반의 투인원이나 노트북을 내놓던 전통적인 PC 기업으로 알려지긴 했어도 HP가 단말기를 오늘 처음 내놓은 것도 아니라서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광고까지 대대적으로 걸 정도의 스마트폰이라면 한번쯤 봐야 할 이유는 생긴다.
참고로 HP는 스마트폰을 처음 만드는 ‘초짜’ 기업은 아니다. PDA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역사는 제법 된다. 단지 선택과 집중의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HP가 과거 여러 운영체제의 스마트폰을 만들긴 했지만, 유일하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은 만들지 않았다. 윈도 모바일과 웹OS 스마트폰을 내놓은 이후 다시 윈도 스마트폰으로 돌아오는 사이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몇 차례 내놓긴 했어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내놓지 않은 독특한 이력을 남겼다.
어쨌든 윈도 10 모바일로 또 옮겨 탄 HP의 윈도 10 모바일 스마트폰인 엘리트 X3를 6홀의 HP 부스에 전시했다. 6인치 화면을 넣은 만큼 큼지막한 덩치에 크롬으로 광을 낸 틀만 보면 그리 세련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동양인의 작은 손으로 잡으려니 힘겹고 거의 200g 가까워 제법 무거운 축에 속한다. 종전에도 음성 기능이 들어간 태블릿을 내놨던 HP의 과거를 감안하면 패블릿 형태로 나온 엘리트 x3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좀 버거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종전 윈도 10 모바일을 얹은 윈도폰 가운데 고성능을 갖췄다는 게 엘리트 X3의 장점이다. 스냅드래곤 820에 4GB램, 64GB 저장 공간 등 지금까지 나온 윈도폰 가운데 가장 좋은 처리 능력을 채웠다. 1440×2560 해상도의 6인치 AMOLED 화면에 IP67의 방수방진 등급을 얻었고, 1600만화소 카메라와 최대 2TB의 마이크로SDXC를 꽂아 확장할 수 있다. 아마도 윈도폰끼리 벤치마크를 돌려 성능을 따진다면 최강 성능은 따놓은 당상일 것이다.
하지만 HP가 엘리트 X3에서 바라는 것은 이것을 단순한 스마트폰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다. 바깥에선 스마트폰으로 쓰더라도 책상 위에선 PC처럼 쓰기를 바란다. 윈도 10 모바일의 주요 기능인 컨티뉴엄을 제대로 쓸 수 있는 모바일 하드웨어를 노리는 것이다. 엘리트 X3는 모니터, 키보드 세트와 연결해 둔 도킹 장치에 꽂으면 곧바로 PC처럼 작동한다. 그냥 꽂는 순간 우리 눈에 익숙한 윈도 10이 모니터에 뜬다. 반응도 제법 빠르다. 모바일 장치가 아닌 PC에서 다루는 그런 기분이 절로 든다. 아마도 빠른 처리 장치, 넉넉한 램이 제 몫을 해내는 듯하다.
HP는 엘리트 X3를 업무용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과연 업무용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들고 다닐지 미지수다. 성능, 기능에서 받은 합격점을 만듦새가 갉아먹는 형국이라서다. 다행히 이것이 최종 완성품은 아니라는 게 HP 관계자의 말이다. 그 말은 만듦새를 여기서 그만 다듬는다는 이야기가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엘리트 X3는 윈도 10 모바일을 얹은 플래그십 윈도폰에 가장 가까운 모델이지만, 모양만 봐서는 그런 이미지를 거의 풍기지 않아서다.